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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4대강 휘어감은 '가시박'…생태계 위협

입력 2016-09-0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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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시박'이란 생물은 막강한 번식력을 가진 덩굴 식물입니다. 4대강 곳곳을 뒤덮은 이 가시박의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당초 정부는 4대강 사업 전엔 생태계 파괴는 없을 거라며 사업을 옹호했지만, 저희가 입수한 보고서에선 외래종 번식과 강의 호수화가 관측된다고 우려했습니다. 먼저 생태계 교란의 실태를 보시고, 취재기자와 함께 정부의 대응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보겠습니다.

이호진 기자입니다.

[기자]

충남 금강에 있는 청벽대교 인근입니다.

호박잎과 비슷하게 생긴 이파리를 가진 덩굴 식물들이 강 기슭을 뒤덮고 있습니다.

식물들끼리 얽히고설켜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나무를 타고 올라가면서 인근 절벽까지 뒤덮은 이 식물은 2009년 생태계 교란 식물로 지정된 '가시박'입니다.

가시박은 1990년대 호박 접붙이기 용으로 미국에서 들여온 외래종입니다.

덩굴손으로 다른 식물을 휘어감은 뒤 줄기를 끌어당겨 세력을 넓히는데, 며칠 만에 수십cm가 자라기도 합니다.

[이은미/인근 상인 : 하고 나면 당분간은 깨끗하죠. (하지만) 좀 있으면 지저분하게 금방 나죠. 풀이 금방 나니까.]

문제는 가시박에 뒤덮인 식물들은 광합성을 하지 못해 말라 죽는다는 겁니다.

주변을 고사시키는 무법자 같은 특성 탓에 식물계의 '황소 개구리'로 불리기도 합니다.

'가시박의 습격'은 4대강 다른 곳에서도 관측됩니다.

취재진은 정부가 얼마 전 낙동강 보의 생태계를 모니터링해 작성한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가시박이 낙동강 7개 보에서 관측됐습니다.

또 다른 생태계 교란종인 돼지풀도 6개 보에서 나타났습니다.

모두 4종의 유해 식물이 강변에서 자라고 있다는 겁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보고서는 4대강 사업에 따른 개발로 토종 식물 등이 줄면서 번식력이 강한 외래종이 대신 자리를 차지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식물 뿐 아니라 동물들의 구성도 바뀌고 있습니다.

흐르는 물을 좋아하는 하루살이목과 날도래목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반면 고인 물을 좋아하는 잠자리목과 딱정벌레목은 급증하고 있다는 겁니다.

강이 호수처럼 변해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강물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한지 보여주는 척도인 '생물 다양성'도 악화하고 있습니다.

잉어과 민물고기인 멸종위기 2급 백조어는 꾸준하게 줄어드는 상황이고, 반대로 최상위 포식자이면서 역시 외래종인 블루길 관측 장소는 5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박창근 교수/관동대학교 : 강바닥에는 용존산소가 거의 없는 상태가 됐고 유속이 없는 호수가 됐고 수심이 일정하기 때문에 4대강 사업 이후에 하천 생태계는 아주 단순화된 상태입니다.]

앞서 많은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 시작 전부터 생물 다양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해왔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장밋빛 생태계를 장담해왔습니다.

환경부가 2010년 10월 배포한 보도자료만 봐도 "4대강 사업으로 서식환경이 다양화돼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는 생태계 파괴 우려에 맞서 2012년 여름에도 "유속이 느려졌다고 강이 호수화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박론을 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지 3년 가량이 지나면서 작성한 보고서엔 결국 생물 다양성이 줄고 강이 호수처럼 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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