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혐의를 받은 현직 중령이 성추행 사건의 재판장을 맡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군사법원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인천 남구 갑)이 10일 군사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7사단 심 중위 사망사건 관련 경과 및 재수사 결과 보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27사단에서 심 중위 사망 사건 관련 성추행 등 가혹행위로 형사입건된 피의자 이 모 중령(2010년 당시 소령)이 17사단에서 재판장(심판관)으로 근무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모 중령은 재판장을 맡는 동안 10명의 피의자를 재판했는데, 그 가운데 3명은 성범죄자였다. 17사단은 9일 송모 사단장이 부하 여군(부사관)을 성추행했다가 긴급 체포돼 구속영장이 신청된 해당 부대다.
앞서 이 중령은 지난 2010년 내부고발에 의해 27사단 감찰부로부터 조사를 받았었다. 당시 심 중위 사망사건을 감찰했던 육군 27사단 감찰부는 2010년 7월 감찰을 통해 심 중위를 비롯한 여군들을 지속적으로 성희롱한 사실을 확인해 성군기위반 등에 대해 대대장 징계회부를 건의했다. 그러나 당시 27사단장은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해 구두경고 조치에 그쳤다.
이후 4년 뒤인 올해 1월22일 국방부 조사본부는 심 중위 사망사건을 재조사하면서 순직 권고를 내렸다. 이 중령은 순직 권고 하루 전인 1월21일 재판장(심판관)으로 임명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령은 올해 5월28일 또 다시 17사단 여군으로부터 성추행 신고까지 받았다.
홍일표 의원은 "성추행, 직권남용 가혹행위를 저질러 감찰까지 받고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순직 권고까지 받은 사건의 당사자(이 중령)를 어떻게 성범죄를 재판하는 재판장으로 임명할 수 있느냐"며 "이는 심판관 선정 기준이나 임명 절차가 아무런 원칙도 없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만 봐도 군의 심판관 선정 제도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다"면서 "군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과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군의 심판관 임명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