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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23회] 석촌호수 지하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14-08-03 23:28 수정 2014-08-1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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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서울 잠실 일대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석촌호수는 매일같이 수백톤의 한강 물을 퍼붓고 있지만 계속해서 말라만 가고 석촌호수 인근에서는 땅이 주저앉는 이른바 싱크홀 현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가운데 그 원인이 제2롯데월드가 아니냐를 두고 학계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탐사플러스가 그 원인을 한달 간 심층취재했습니다.

손용석 기자입니다.

[기자]

[SNS에서 외국 싱크홀 본 적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있다고 하니까 잘 모르겠는데 무섭기도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

[석촌호수 물도 말라가고 있다고 하고. 많이 불안하더라고요. 고층으로 세워지면 지반도 지금 안 좋은 상태라고 해가지고. ]

[싱크홀 너무 불안해요, 길가다가 갑자기 제가 땅으로 훅 꺼져서 죽을 수도 있잖아요. ]

[뭐든지 큰 사고가 일어나면 항상 전조 증상이 계속 경고가 나오는 게 상식인데…. ]

서울 잠실 석촌호수 인근의 한 먹자골목.

맨홀 옆에 움푹 들어간 자리를 급하게 덮은 흔적이 역력합니다.

도로 한복판 아스팔트를 땜질한 부분도 눈에 띕니다.

인근 또 다른 골목 도로는 아예 임시로 포장했습니다.

[김동원 : 걷다 보니 하나둘씩 눈에 띄는데 그게 모이면 지반까지 붕괴될 수 있다고 하니까…. ]

석촌호수 일대에 일명 싱크홀로 알려진 지반 침하가 일어난 곳들입니다.

[최인섭 / 서울 송파구 주민 : 삼풍백화점 사고 봤거든요. 결국 그 때도 전조현상이 있었거든. 건물에 소리가 난다든가, 인재지. 건물 옥상에다 더 무거운 구조물을 올라놓았기 때문에. ]

이처럼 싱크홀이 잇따라 나타나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송파구청 직원들이 매일 이 일대를 돌아다니며 도로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송파구청 관계자 : 조사를 해본 결과 조그마한 단순한 도로 파손, 도로 침하. 특별히 싱크홀하고 관련된 그런 상황은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오래돼 가지고 빈번한 차량 통행으로 인한, 약간 도로 침하된 그런 것만 몇 개 발견되었고요. (순찰에 얼마나 걸리세요?) 매일 2시간씩 순찰하고 있습니다. ]

도심의 싱크홀은 대부분 취약한 지반 구조나 낡은 상하수도관, 그리고 무분별한 개발이 지하수 흐름을 바꿀 때 발생합니다.

잠실에서 계속 발생하는 싱크홀의 원인은 뭘까.

주민들은 제2롯데월드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고성심 / 서울 송파구 주민 : 지하수가 혹시 밑으로 새로 짓는데로 들어가면 이게 또 싱크홀이 생길 수도 있고. ]

[박광호 / 서울 명일동 주민 : 제2롯데월드 공사하면서 싱크홀들이 생기긴 하는데 걷다보니 하나둘씩 눈에 띄는데 그게 모이면 지반까지 붕괴될 수 있다고 하니까 여기 사는 시민으로서 불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뭐든지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엔 전조 증상 나오는 게 상식인데 차로도 가다가 갑자기 꺼질 수도 있잖아요. 불안하다라고 생각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삼풍 때도 그랬어요. ]

총투자비만 3조 5000억원에 달하는 제2롯데월드.

완공되면 지상 123층, 높이 555m로 국내 최고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10위 안에 드는 초고층 건물이 됩니다.

지난 7월 말 현재 75층까지 외부 공사가 끝났고, 저층부의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애초 저층부를 먼저 개방하기로 했지만 싱크홀 현상으로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겁니다.


[송파구 인터넷 동호회 회원 : 여기 백화점 절대 안 다닌다는 사람도 많죠.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오게 되는데 그러니까 항상 불안하죠. 만약에 사고가 나면 난 여기서 그 사고를 당할 것 같은 생각이, 당할 확률이 한 50% 이상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여기를 자주 오니까. ]

인터넷 동호회와 SNS에선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정경애 / 동네 주민 : 동그랗게 움푹 파였던데요. 아무래도 옆에 사니까 사람들도 그렇고. 높은 게 올라가면 땅이 안좋아지긴 하겠죠. 동네주민들이 많이 불안해하고있거든요.석촌호수도 가라앉는다고 하고. ]

롯데 측은 해당 싱크홀들이 상하수도관의 노후화로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석희철 / 롯데건설 건축사업본부장 : 지금 여기는 방이동 먹자골목이예요. 여기는 지하수에서 8m 위의 상부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이제 하수관이 깨지면서 그러면 하수물이 많이 흘러갈 때는 밖으로 나올 것 아니예요. 그럼 이게 흙하고 교란이 되겠고. ]

오히려 인근 지하철 공사로 지하수가 유출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석희철/롯데건설 건축사업본부장 : 지금 석촌호수에서 방이동은 한 이 정도 떨어져 있고, 방사동은 여기 있어요. 그리고 이 중간에 지금 지하철역 공사중입니다. 여기 아마 물을 뽑아내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이 현장하고 어떤 상관이 있냐 이거지 이게. ]

하지만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자 서울시는 안전관리, 소방방재 등 각계 전문가 23명이 참여하는 시민자문단을 구성해, 안전점검을 실시했습니다.

현장까지 방문해 조사에 나선 시민자문단은 결국 지난달 16일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서울시 자문단 관계자 : 주변 도로가 가라앉고 하는 원인. 일부는 상수도관, 하수도관 이런 쪽이 원인인 게 밝혀졌지만 나머지도 좀 밝혀져 가지고 그 불안감을 해소 시켜야 한다. ]

특히 자문단이 주목한 것은 석촌호수 물이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으로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시 자문단 관계자 : 물이 석촌호수에서 (공사장) 차수벽 밑으로 해서 들어가는 거 같아요. ]

인근 주민들도 석촌호수 수위가 눈에 띄게 내려갔고, 수질까지 악화됐다고 말합니다.

[이행구/송파구 주민 : 수위는 낮아지는 것 같아요. 레벨이 옛날에는 많이 찼는데 지금은 많이 떨어졌죠. 눈으로 봐도 알잖아요. ]

[인근 주민 : 냄새는 많이 나고. 색깔이 파랗잖아요. ]

송파구청에 따르면 석촌호수 수위가 내려가기 시작한 것은 제2롯데월드의 터파기 공사가 시작된 2011년입니다.

[오성훈/송파구청 : 그전에 관리를 하다 보면 2011년도부터 좀 내려가고 있었는데 원인 중의 하나가 물을 좀 덜 받고, 증발량도 그렇고. 그 다음에 (제2롯데월드) 터파기, 이런 것도 좀 빠져나가지 않을까…. ]

현재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에선 매일 400톤 가량의 지하수를 빼내고 있는 상황.

[서울시 시민자문단 관계자 : 그런 것들이 영구배수공법이라고 해서 뽑아내는데, 그게 이제 계속 뽑아내는 게 옳은가. 석촌호수의 물은 빠져나갈텐데. ]

인공호수인 석촌호수는 한강물을 끌어다 수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오성훈/서울 송파구청 푸른도시과 : 석촌호수 수위 보면서 좀 내려가면 계량기가 있어요. 모터를 돌려가지고 한강에서부터 물을 끌어오는 장치거든요. 그것은 수위를 봐 가면서 돌리기 때문에…. ]

한강홍수통제소 자료에 따르면 석촌호수에 급수된 한강물은 제2롯데월드가 착공되기 전인 2010년 38만 톤에 불과했지만, 매년 급증해 지난해 97만 톤으로 3년 만에 3배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올해는 지난 6월까지만 64만 톤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하루3500여 톤의 물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정찬호/대전대 교수 : 호수의 물이 없어지는 것은 증발되거나 아니면 지하 암반으로 스며드는 이 2가지 이유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증발에 의한 양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 많은 물이 주변의 지하로 스며들 수밖에 없다고 보게 되는데요. ]

롯데 측은 최근 강우량이 줄어들면서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졌고, 이때문에 급수량이 늘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석희철/본부장 : 강우량이 적게 되면 주변에 지하 수위가 떨어지죠. 그러면 수위가 낮아지니까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또 물을 채워야 되고.

하지만 롯데측의 주장과는 달리 석촌호수의 월별 급수량에 따르면 강우량이 높았던 여름에도 급수가 계속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증발하는 것이 아니라 땅속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는 겁니다.

그렇다면 주변의 지하수의 수위들은 어떨까.

취재진이 직접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에서 1km 가량 떨어진 지하수 관측소를 찾았습니다.

[관측소 관계자 : 수위, 수온, 전기전도 등 3가지 항목을 상시 체크하고 있습니다. ]

자동 계측기로 측정된 인근 지하수 수위는 12.65m.

[관측소 관계자 : 수위가 12.65라고 되어 있죠. 그게 지금 지표면에서부터 지하수까지 달하는 수위. 12.65m에서 수위가 잡힌 거죠. ]

또 다른 관측소 역시 2011년에 비해 지하수위가 1m 가량 줄어든 상태.

그렇다면 제2롯데월드 공사장 주변은 어떨까.

현재 제2롯데월드 공사장 주변에 설치된 지하수위 관측소는 모두 8곳으로 송파구청이 아닌, 롯데 측이 직접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취재진에게 현장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관련 자료를 확인해본 결과,

일부 관측소의 경우 지하수위가 줄어들고 있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그 중 한 관측소가 설치된 곳의 경우 최근 지하수위가 유난히 떨어졌고, 수질도 나빠졌다고 밝혔습니다.

[관측소 관계자 : 한 달에 한 번 정도 수위 체크를 하는데요. 요즘은 지하수 수질이 안좋아져서 사장님께서 세차만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물도 많이 줄었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

특히 석촌호수 서쪽 지하수의 경우 올 들어서만 1m 이상 수위가 낮아졌습니다.

석촌호수 뿐이 아닙니다.

인근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측정된 지하수도 2011년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2011년 지하수위가 9.6m였지만 올해는 평균 12.7m로 떨어진 겁니다.

결국 제2롯데월드 터파기가 시작된 2011년부터 제2롯데월드를 감싸고 있는 석촌호수와 역시 인근의 잠실역에서 모두 물이 급속히 빠지고 있는겁니다.

그렇다면 이 물은 어디로 가는걸까.

[정찬호 / 대전대 지반방재공학과 교수 : 대규모 토목공사로 건물을 지을 때 지하 굴착을 하게 됩니다. 그 주변에 있던 지하수가 굴착된 면으로 몰리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굉장히 많은 지하수가 유입이 될 수 있는데요. ]

애초 롯데 측은 공식 블로그 등을 통해 공사 현장으로 지하수가 유입될 가능성을 부인해 왔습니다.

38m 지하 암반층 위에 콘크리트 차수벽을 세워 석촌호수 물이 유입될 리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취재진을 만난 롯데 관계자는 지하수가 공사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건 인정했지만 그 양이 지하수 흐름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석희철/롯데건설 건축사업본부장 : 모든 물은 암반을 다 뚫고 들어갑니다. 그래서 우리가 천연암반수, 그런 말도 나오는데 그 물이 많이 나오냐, 적게 나오냐 그게 문제거든요. 그럼 여기가 지금 33m 판 데에요. 뭐 물이 진짜 0.001 안 들어오냐. 뭐 그건 아니겠지만. 이렇게 봐서 전혀 지장이 없는 정도. 물이 안 나오고 있습니다. ]

지하수질 자체도 지반침하수와 달리 토사가 섞이지 않았다고 강조합니다.

[석희철/롯데건설 건축사업본부장 : 일단 우리가 그 현장에서 (지하수) 안전치가 1300톤 정도가 되는데, 1일. 저희가 들여오는 거는 한 400톤 정도. 그리고 토사가 어떻게 되느냐, 이게 지금 지하에서 나오는 물이에요. 이 토사가 전혀 없습니다. ]

하루 400톤씩 지하수를 빼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이야기입니다.

[조성하/기술사 (토질 및 기초) : 모든 현장에서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기 때문에 땅을 더 깊게 파면 물은 흐르게 되어 있죠. 물을 뽑아내죠. 어찌 보면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그래서 굴착 당시에 만약에 그런 문제가 생겼다면 롯데의 책임에 대한 문제가 기술적으로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의 시점이라고 하는 게 다 덮은 상태이거든요. 지하수가 평형을 찾고 있는 그런 상황이거든요. ]

물이 빠지는 원인을 두고 팽팽하게 주장이 맞서고 있는 석촌호수 지하 38m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앵커]

지금 보신것처럼 제2롯데월드 주변에서 물이 빠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확인이 됐습니다. 그런데 그 원인을 두고 팽팽하게 주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2롯데월드 주변의 땅 속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탐사플러스는 제2롯데월드와 석촌호수의 땅 속이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를 알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자]

취재팀은 석촌호수와 제2롯데월드 지하 지질 구조를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1998년부터 서울의 지질 구조를 조사해왔습니다.

취재팀은 서울시가 서울시립대에 용역을 의뢰해 만든 서울 전역의 지질 분석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 교수 : 1만여 곳을 (시추해서) 만든 거예요. 서울에 지금 화강암이 있고요. 여기는 관악산 있고, 여기는 편마암들이에요. 여기가 이번에 잠실 지역이고요. 여기가 여의도 일대예요.]

해당 자료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가 세워진 석촌호수 일대는 서울에서 지반 침하에 가장 취약한 곳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지질과 달리, 토사층이 두껍고 지하수위는 높기 때문에 지하수가 빠져나갈 경우 지반 침하 현상이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 교수 : 흙이 두꺼운 지역에서는 지하수가 내려가게 되면 침하가 일어날 수 있어요. 흙이 얇은 데서는 그건 관계없고요. 여기가 어느 정도냐면, 지하수가 한 5m 정도예요. 지표면에 가까이 올라와 있어요. 한강하고 거의 같단 말이에요.]

더 큰 문제는 석촌호수 일대 지하 암반층 역시 서울 전역에서 가장 깨지거나 금이 가기 쉬운 곳 중 한 곳이란 겁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 교수 : 잠실이 제일 많이 깨져 있잖아요. 흙이 깊은데 지하수가 높이 있으면 위험한 지역들이에요. 파쇄가 많으면 돌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물이 많이 돌아다닐 수 있다는 거예요. 이 3가지를 합쳐봐야 돼요.]

금이 간 암반 사이로 지하수가 빠르게 빠져나가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

공사 현장에서 일했던 인부도 취재진에게 이를 확인해줬습니다.

[제2롯데월드 공사 인부 : (공사 현장에 물이 찬다는데 어떤가요?) 비와도 새고 가끔 터지고 그래요. 4층부터 6층까지, 흘러내려요. 계단으로 많이.]

공사장 지하 바닥도 깨져 있다고 전했습니다.

[제2롯데월드 공사 인부 : 진짜로 바닥이 맨날 깨져가지고 보수하고 있어. 안에 들어가보면 가관이야.]

롯데 측은 취재진에게 현장 공개는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암반이 파쇄됐다 하더라도, 지반 침하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합니다.

[조성하 기술사(토질 및 기초) : 잠실 롯데 지반 조사 보고서에서도 암반을 표현할 때 파쇄대라는 표현을 분명히 했을 겁니다. 그건 뭐 서울 지역 전체가 파쇄대가 없는 데가 없이 단지 규모의 차이, 정도의 차이일 뿐이죠.]

하지만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암반의 균질도를 나타내는 암질지수(RQD)의 경우 석촌호수 일대는 5% 이하로 측정됐습니다.

[정찬호/대전대 지반방재공학 교수 : (5% 이하라면) 그건 암반이라고 볼 수가 없죠. 거의 풍화된 토질 수준인 거죠. 암질지수(RQD)라는 것도 이렇게 깨진 면이 많은가, 적은가를 따지는 거예요. 깨진 부분이 많으면 물이 흐르기가 쉽죠.]

과거 잠실 일대는 여의도와 같은 섬이었고, 석촌호수와 제2롯데월드 건설 부지는 한강 하천 지역이었습니다.

석촌호수 일대와 가장 비슷한 지질로 꼽히는 여의도 일대에서 싱크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롯데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조성하 기술사(토질 및 기초) : 도시의 지반 침하 문제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이제부터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롯데의 문제가 아니고 도시에 있는 지하수의 어떤 흐름에 대한 방향이 잡혀져야 된다는 얘기에요. 그런데 그거에 대해서 연구가 아직 안 되어 있는 상황이고.]

그렇다면 서울시는 주변 지질 분석에 대한 보고서를 충분히 검토하고 공사를 허가했는지 알아봤습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 교수 : 서울이 지금 가장 문제가 뭐가 있냐면, 어디가 지반이 좋고 나쁘고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개발을 해야 돼요, 대도시는. 그렇게 해야지 교통량뿐만 아니라 지반이 어디가 좋은지 나쁜지를 알아야 될 거 아니에요. 사전에 허가할 때부터 보기에는 그런 위험성을 서울시에서 모르고 있는 거죠.]

서울시 역시 석촌호수 일대 지하 암반이 깨지기 쉽다는건 안다고 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 지하가 암반 파쇄대와 경암이 있다고 나와요. 그런데 주변 영향 평가를 직접 서울시에서 하는 게 아니고요. 롯데에서 그런 내용의 자료를 제출하면 그걸 가지고 평가할 순 있겠죠.]

전문가들은 관련 법규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정찬호 대전대 지반방재공학 교수 : 지하수의 흐름이라든가 유동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공사 전에 정밀하게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거죠. 왜냐하면 우리나라에 법이 없기 때문에. 제2롯데월드의 경우에는 굉장히 큰 터파기를 함에도 불구하고 정밀한 지하수 검사가 없었다.]

싱크홀이 계속해서 문제가 되자 서울시와 롯데 측은 외부 용역을 통해 정확한 원인 규명에 나선 상태.

[석희철 롯데건설 건설사업본부장 : 이거는 여러 가지 복합 요인이 있어요. 지금 누구 몇 명이 앉아 가지고 하루 이틀만에 어떤 자료 벗겨가지고 결론 내기엔 상당히 위험합니다. 그니까 우리가 용역을 준거고. 결과 나오면 바로 오픈한다 그랬어요.]

최근 수도권에 잇따라 생기고 있는 싱크홀은 비단 제2롯데월드 주변만은 문제는 아닙니다.

인천 영종도 하늘도시의 한 공사현장. 공사장 주변 도로가 갑자기 6미터 아래로 푹 가라앉았습니다. 도로 표지판도 땅에 닿을 듯 쓰러져 있습니다. 대형 사우나를 짓는 공사장 옆 도로가 갑자기 주저앉은 겁니다.

[해당 공사업체 관계자 : 싱크홀처럼 물이 돌아다니는데 압력을 가해지니 지반이 약하니까 무너져 내린 거지.]

하지만 인근 공사업체 관계자는 부실한 공사가 지반 침하를 가져왔다고 지적합니다.

[인근 공사업체 관계자 : 저긴 애초에 터파기 할 때 약하게 한 거지. 지하수가 그렇게 쏟아질지 몰랐지.]

이웃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습니다.

[이웃주민 : 아파트가 언제 꺼질지 알아요. 시공을 잘못했다니까 가보니까.]

결국 싱크홀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입니다.

지난 7월 말 경기도 의정부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싱크홀이 생기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인도를 걷던 안모 씨는 갑자기 약 2m 깊이의 싱크홀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안모 씨 /싱크홀 피해자 : 걷다가 그냥 한 순간에 내딛자마자 한 순간에 무너졌죠. 한 3번에 걸쳐서 이렇게 들어갔거든요. 순간에 그렇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이게 싱크홀인가, 뭐 이런 거.]

당시 사고로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안모 씨 /싱크홀 피해자 : 온몸은 타박상으로 거의 멍이고, 귀에서 계속 모래소리가 들려서 이비인후과를 가서 정말 흙, 모래를 한 움큼을 파냈거든요. 아직도 자다가 가끔씩 깜짝깜짝 놀라긴 하거든요.]

싱크홀은 최근 들어 외국에서도 종종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무분별한 도시 개발로 싱크홀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미국의 경우 최근 폭우와 같은 이상 기상 현상으로 싱크홀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볼티모어에선 폭우로 지반이 무너지며, 자동차 수십대가 싱크홀에 빠지는 사고가 대표적입니다.

같은 날 플로리다에선 아예 집채가 싱크홀에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미국 서부 롱비치에선 지하에 매장된 석유를 시추하다가, 인근 지반이 침하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해 뽑아낸 석유 대신 물을 투입해 추가 침하를 막았습니다.

중국이든 미국이든 땅을 파는 과정에서 급속히 지하수가 빠져나간게 문제가 된겁니다.

제2롯데월드 터파기와 함께 시작된 석촌호수와 인근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일대 물마름 현상이 과연 관련성이 있는지 철저한 조사와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 교수 : 석촌호수가 물이 마른다는 게 자기네 원인 때문에 알고 있다고 저는 봐요. 왜? 지반침하를 막기 위해서 물을 집어넣는게 공법 중의 하나니까. 지금 잠실 제2롯데월드는 영향을 안 받아요. 근데 주변이 영향을 받는다니까요. 왜 물이 마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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