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부취제가 원인?…부산·울산 '정체불명 냄새' 실체 추적

입력 2016-08-02 08:55 수정 2016-08-02 11:2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오늘(2일) 탐사플러스는 부산과 울산에 퍼진 가스 냄새의 실체를 추적해봤습니다. 그 정확한 원인에 대한 조사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데, 이게 늦어지다보니 시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각종 괴담들도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민관합동조사단이 가스가 새는지 판단하는 부취제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긴 했는데요, 이를 다루고 있는 업체들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희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부산 시민 : 어, 순간적으로 너무 가스 냄새가 심해서. 여기 바로 라이터나 불 딱 켜면 바로 폭발할 것 같았어요. 너무 숨쉬기 힘들어서….]

지난 21일, 부산 중동 인근에서 시작된 가스 냄새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첫 신고 지점인 송정해수욕장에서 강서구 명지동까지 약 30km구간에서 2시간 동안 220건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김모 씨/부산 시민 : 무슨 냄새지? 저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가스 냄새네. 건물에 문제가 있나. 바람이 불면서 들어왔기 때문에 냄새가 밖에서 오지 않았나…]

당시 바람은 해운대에서 북동풍, 남구에서 동풍, 사하구에선 남동풍이 불었고 잇따라 신고가 들어온 지점들과 일치합니다.

그런데 취재진은 냄새의 발원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첫 신고가 들어오기 전인 21일 오후 4시 반 쯤 시내에서 떨어진 기장군 국립수산과학원 직원 수십 명도 가스 냄새를 맡았다는 겁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 : 부탄가스 냄새 심하게 났고. 이러다 우리 머리 아프겠다 농담 삼아서 이거 조금만 더 맡으면 어찌 되겠다고도 했어요.]

냄새가 심해 일부 직원은 이상 반응도 보였다고 합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 : 머리 아프다는 사람도 있어서 창문을 다 열고. 남자 한 분은 조금 민감한지 구토 증상도 나타나고. LPG 가스 딱 그 냄새요.]

같은 시각 해동 용궁사에서도 가스 냄새가 났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해동 용궁사 직원 : 평소에는 그런 냄새 없었죠. 어디에서 가스가 새나? 왜 냄새가 나지? (가스) 불을 껐다가 켰나? 하고 나가본 거니까요.]

알려진 것보다 더 광범위하게 가스 냄새가 퍼졌다는 겁니다.

이렇게 삽시간에 넓은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는 물질은 과연 뭘까.

뒤늦게 민관합동 조사단을 꾸린 정부는 '부취제'를 냄새의 주범으로 지목했습니다.

물론 아직까진 추측일 뿐입니다.

부취제는 냄새가 없는 가스에 혼합해 냄새를 유발하는 화학물질인데, 가스가 새는지 판단하기 위해 첨가합니다.

종류에 따라 석탄 가스나 썩은 양파, 마늘 냄새가 나는데 스포이드 한방울, 극소량으로도 사람의 후각을 자극합니다.

취재진은 부취제가 유출될 수 있는 경로도 추적해봤습니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부취제는 프랑스와 미국 등에서 200리터 드럼통과 대형 컨테이너 형태로 수입됩니다.

보통 부산 신항으로 들어와 울산의 정유시설로 운반합니다.

이 때문에 조사단은 부산과 울산에서 부취제를 취급하거나 사용하는 업체 7곳을 집중 조사하고 있습니다.

[서용수 단장/민관합동조사단 (28일) : (부취제가) 어떻게 이용이 되고, 이동경로는 어떻게 되고, 최종적으로 폐기될 과정에서 어떠한 형태로 폐기되는지에 대한 실태 조사를…]

특히 부취제 성분이 남아있는 빈 드럼통을 옮기는 과정에서 관리 부실로 누출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양성봉 교수/울산대학교 화학과 : 탄 냄새, 가스 냄새 같은 황이 든 화학물은 냄새가 나요. 이동하는 트럭이나 실려가면서 아마 폐기물 속에 남아있던가. 이동하면서 흘려서 가지 않았나…]

그러나 업체들은 "당일엔 부취제를 옮긴 적 없다"는 입장입니다.

조사단은 CCTV 영상까지 재생해 차량 동선을 확인했지만, 관련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노광수 조사관/부산시청 재난대응과 : 부취제 취급 업소들. 어느 공정에 들어가고 이동 경로가 있었는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는데 뭐 하나 탁 나와줘야 하는데 안 나오는 거죠.]

일각에선 당시 바람의 방향을 고려할 때 해안 인근을 지나던 화물선에서 냄새가 유출됐을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김모 씨/항해사 : 소량의 화학물이 남아있으면 보통 바다에 버릴 때가 많거든요. 탱크 안을 청소하는 작업 중에 찌꺼기를 버리는 작업을 하면서 냄새가 날 수 있죠.]

[부산시청 관계자 : 탱크 안에 잔 가스를 다 배출해야 수리가 가능하니까요. 공해상에서 가스를 배출한다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기류에 따라 육지로 따라 들어오면 냄새가 퍼질 수 있죠.]

이런 가운데 부취제의 유해성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부취제 취급업체 : 아주 미량만 해도. 이 건물에 한 방울만 해도 부취제 냄새를 맡으려면 10분도 안 걸려요. 엄청난 냄새죠.]

취재진은 실제 부산 지역에 공급된 부취제의 성분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해봤습니다.

해당 부취제는 두 가지 화학물질이 혼합됐는데, 피부에 접촉하면 눈과 피부를 아리게 하고, 삼켰을 경우에도 유해하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합동조사단은 소량에 일시적으로 흡인할 경우 무해하다는 입장입니다.

관련기사

SNS 유언비어 속출…'부산 지진 괴담' 뻥튀기 극성 광안리 개미떼, 가스 냄새…대지진 전조? 괴담의 '여진' [직통전화] "지진 전조로 라돈 가스 나오지만 냄새 없어"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