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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할 수 없는 고통…참사 피해자들 트라우마 극심

입력 2015-01-0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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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잇따른 대형 참사는 단순한 사고로 끝나지 않습니다. 사고를 당한 피해자와 희생자 가족들은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사고 때만 반짝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는 그 고통을 외면합니다. 특히나 이들을 돌봐야 할 정부나 관련 기관들의 무책임 때문에 이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손용석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 5월 말 7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고양 종합터미널 화재. 대안학교 교사 박성린 씨는 학생들과 수학여행을 가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박성린/고양종합터미널 화재 피해자 : 가벼운 마음으로 터미널 옆 작은 문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아랫층에 연기가 전체적으로 훅 나오더라고요. 아, 그거 보고 대형 화재구나.]

사고로 전신에 중화상을 입은 박씨는 7개월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눕지 못합니다.

당시 흡입한 유독가스로 체내 중금속 수치가 일반인 10배에 달할 정도.

[조윤수 교수/한강성심병원 재활의학과 : 일시적으로 과량의 유독가스에 노출이 된 성분이고, 이것들이 향후에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한 상태를 알 수는 없고요.]

박씨를 괴롭게 하는 건 화상만이 아닙니다.

사고 당시 함께 있다가 화상을 입은 제자, 자신의 치료로 고통받는 가족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박성린/고양종합터미널 화재 피해자 : 주변에 있는 분들이 오히려 더 큰 트라우마가 남았어요. 부모님이나 와이프는 같이 정신 치료를 받고 있고요. 제가 그동안 너무 드렸던 게 없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번에 너무 많이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당시 가까스로 구조된 대학생 장연우씨.

[장연우/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 피해자 : 갑자기 뒤에서부터 이렇게 무너지더라고요. 그때 먼저 정신을 잃었어요. 환청이 들려서 다시 깨보니까 제 골반이나 이런 데가 다 눌려있더라고요.]

장씨는 당시 자신을 덮친 체육관 지붕에 깔린 후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정연/장씨 어머니 : 옆으로 돌아눕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하고. 앉아서 밥도 먹었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못하니 많이 속상하죠.]

정신적인 후유증도 심각합니다.

[장연우/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 피해자 : 벽이 무너지는 꿈도 많이 꾸고, 그래서 오히려 환할 때 자는 게 덜 불안한 게 있어요.]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도 트라우마와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담양 펜션 화재로 숨진 김모 씨의 딸은 참사 당시 현장에 같이 있었습니다.

여느 아이들과 같이 뛰어놀지만 밤이 되면 호되게 앓습니다.

[담양펜션화재 유족 : 잠들기 전에 아빠가 보고 싶다고. 아빠 왜 안오냐. 엄마가 아니라 저한테 '아빠' 하면서 '아, 따가워'라고 그러는 거예요.]

웨딩촬영을 불과 이틀 앞두고 숨진 이모 씨의 약혼녀는 아직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습니다.

[담양펜션화재 유족 : 손을 이렇게 앞으로 뻗고 있더라고요. 이 상태로 굳어 있었어요. 아, 얼마나 뜨거웠을까 생각하니까.]

아들과 예비 며느리의 한복을 준비했던 어머니도 애가 끓습니다.

[전종숙/담양펜션화재 유족 : (한복을) 펼쳐봤죠. 펴보기만 했겠어요. 보듬고 울고 그랬죠. 입어보지도 못하고 맞춰만 놓고 이게 무슨 꼴이여.]

현장에서 연인을 잃은 사람은 그 마지막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담양펜션화재 유족 : 자기가 많이 탄 걸 알았나 봐요. 자기 얼굴이 이상한지 물어봤어요. 제가 너무 예쁘다고, 눈썹만 탔다고 말했어요. 그게 저랑 말한 끝이에요.]

일부 사고 유족들은 연이은 대형참사에 묻혀 제대로 된 책임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울분을 터트립니다.

[양재형/장성요양원 화재 유족 대표 : 의료사고로 이렇게 큰 사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세월호에 파묻혀서 저희는 목놓아 울어보지도 못했어요.]

대형 참사의 피해자와 유족들은 하나같이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가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고장운/오룡호 사고 유족 대표 : 국가안전처가 만들어지고 이름만 바꿨지, 러시아하고 소통도 안 되지. 매뉴얼도 없고, 아무 대책없이 이렇게 된 거예요. 무대책이 대책이라나.]

안전불감증에 대한 사회 인식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박성린/고양종합터미널 화재 피해자 : 길 가다가 죽을 뻔했어요. 어떻게 조심해도 이런 사건은 내 일이 될 수가 있더라고요. 작게는 과속을 한다든지, 그런 걸로 사고가 날 수 있겠고. 그런 작은 이기심에 가장 소중한 공동체의 생명이 경시되는 것이 슬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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