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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감염병 시대의 죽음…30년 염장이가 본 '망자의 길'

입력 2022-03-31 20:59 수정 2022-03-3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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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로 국내에서 오늘(31일)도 375명이 숨진 걸로 집계됐습니다. 화장장이 부족해서 장례가 사흘을 넘기는 일이 잦고, 또 시신을 안치할 곳이 없을 정도인데요.

대통령부터 법정 스님, 또 무연고자까지 30년 동안 3000명 넘는 사람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장례지도사는 어떤 생각일지, 이선화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무소유'의 가르침만을 남긴 채,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거쳐 먼 길을 떠난 법정 스님의 다비식도,

[유재철/장례지도사 : 사람이 마지막 모습이 있거든요. 당하는 죽음이 있고 맞이하는 죽음이 있고. 법정 스님은 정말 주무시는 것 같더라고요. 진짜 제가 깨울 뻔했다니까요.]

최규하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전직 대통령 6명의 마지막 길도 그의 손을 거쳤습니다.

[유재철/장례지도사 : 어떤 분들은 대통령 염할 때 무슨 마음으로 하냐고 물어요. 아무 생각 없이 하는데? 제가 하던 게 있으니까. 집중만 하고 나오면 되는 거지. 거기까지가 제 역할이니까.]

가장 높은 곳에 있던 사람, 또 가장 부유한 사람뿐만 아니라 무연고자부터 갓난아기까지 30년 동안 배웅길에 나선 사람만 3000명이 넘습니다.

[유재철/장례지도사 : 태어나자마자 죽은 애도 있고 서너 살짜리도 있고. 늘상 죽음을 접하니까 삶이 굉장히 소중하고.]

대한민국 전통장례명장 1호 유재철 씨, 서른다섯, 사업에 실패한 뒤 들어선 이 길에서 숱한 죽음을 지켜본 그에게도 3년째 이어지는 감염병 시대의 죽음은 낯섭니다.

[유재철/장례지도사 :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염하는 거니까. 근데 그걸 해드리지 못하니까 답답하죠. 이중 지퍼로 해서 관에다 모셔서 하는데. 수의만 위에 펼쳐드리고.]

코로나19 이후 제대로 장례를 치르지 못해 답답하지만 대신 고인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도록 돕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유재철/장례지도사 : 장례라고 하면 시신에 대한 처리도 있고 고인의 사회적인 관계의 정리도 있거든요. 3일 동안 조문받고 이런 거니까.]

매일 숫자로 쏟아져 나오는 죽음 속에 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유재철/장례지도사 : 본인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는 분들이 계세요. 저도 그렇게 죽고 싶어요. 존엄한 죽음은 본인이나 가족이나 전부 다 같이 그걸 만들어 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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