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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트럼프 …해외정상에게 막말·위협·일방적 전화끊기 '행패'

입력 2017-02-0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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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트럼프 …해외정상에게 막말·위협·일방적 전화끊기 '행패'


'막가는' 트럼프 …해외정상에게 막말·위협·일방적 전화끊기 '행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거친 언사로 화를 내다가 느닷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가 미국과 호주는 물론 세계 외교가에 충격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WP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와 턴불 총리의 전화통화가 이뤄진 날은 지난 1월 28일이었다. 트럼프는 턴불 총리가 난민 상호교환 협정의 이행에 대해 언급하자 "최악의 협정"이라고 맹비난하는 것도 모자라 "그들(난민들) 중 한 명이 보스턴 테러범('보스턴 마라톤 테러와 같은 사건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테러범'이란 의미)이 될 수도 있다"는 '막말'에 가까운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가 '사상최악'이라고 비판한 협정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퇴임하기 전인 지난 해 11월 합의한 협정을 말한다. 이 협정에 따라 호주는 국제사회로부터 비판받아온 나우루와 마나스 섬에 수용한 난민을 미국에 보내는 대신,미국의 골칫거리인 중남미 난민을 수용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다만 이 교환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단 한 번만 시행되는 일회성 조치이다. 난민들은 미국으로 가던가, 나우루에 20년 거주할 수있는 비자를 받아들이거나, 그것도 싫으면 본국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문제는 이같은 합의가 난민 입국을 철저하게 막으려하고 하고 있는 트럼프 정책과 정면배치된다는 점이다.트럼프는 앞서 지난 1월 27일 중동과 아프리카 7개국 국민에 대한 90일 입국금지와 난민 입국 120일 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다음 날인 1월 28일 이뤄진 전화통화에서 턴불 총리에게 호주가 미국에 불법난민 2000명을 보내려 한다고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턴불 총리가 2000명이 아니라 1250명이고, 영구적 교환이 아니라 일회적 조치라고 설명해도 트럼프의 화를 가라앉히게 만드는 데는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트럼프는 "오늘 내가 4명의 정상들과 통화를 했든데 당신과 한 게 최악의 통화"라고 하더니 1시간으로 예정됐던 통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가 시작된지 불과 25분만이었다.

정교한 사전조율과 국제적 관례에 따라 이뤄지는 정상외교에서 이같은 행동은 전례를 거의 찾아보기 힘든 매우 무례한 행동이다. 게다가 호주는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맹방이며, 이른바 '5개의 눈(Five Eyes)'로 불리는 첩보 동맹에 포함된 국가이다. 이 첩보동맹에서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하고 있다.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호주매체들은 2일 일제히 WP의 기사를 인용해 이번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턴불 총리가 트럼프의 일방적이고도 무례한 태도에 무기력한 태도를 보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또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WP의 보도 내용이 기본적으로 정확하며, 트럼프가 턴불 총리를 모욕적으로 대한 것이 사실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턴불 호주 총리는 2일 취재진에게 트럼프와의 전화통화에서 의견충돌이 있었다는 보도내용을 부인하면서 "둘 사이에 숨김 없고 솔직하고 개인적인 대화가 오고 갔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난민 협정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1일(미국 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에서 "믿겨지나? 오바마 행정부가 호주로부터 불법 이주민 수천명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왜? 이 멍청한(Dumb) 합의해 대해 조사해보겠다"고 밝혔다. 이 메시지로 자신이 호주와의 난민교환프로그램에 대해 불쾌한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숨김없이 드러낸 셈이다.

트럼프는 턴불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기 하루 전날인 1월 27일에는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나쁜 놈들(bad hombres)을 막지 못하면 미군을 보내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1일 AP통신은 두 정상 간 통화 녹취록 발췌본을 입수해, 트럼프 대통령이 니에토 대통령에게 "거기엔 나쁜 놈들이 많다. 당신들은 그들을 막을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당신 나라 군대가 겁을 먹은 것 같다. 우리 군은 그렇지 않다.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군을 보낼 수도 있다"라고 위협적인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옴브레(hombre)'란 사람, 사내, 남자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친한 사이 혹은 낮은 상대를 편하게 부르는 호칭이다. 때론 상대방을 비하하는 녀석이나 놈 등의 의미로도 쓰인다.

AP통신은 이번 녹취록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 상태에서 어떻게 외교를 진행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드물고 인상적인 기회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정상들과의 대화에서도 대선 캠페인 당시 군중들 앞에서 외치던 거칠고 직설적인 언어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양국 정상 간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장벽 건설 강행으로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던 시점에서 이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건설 비용을 멕시코에 떠넘기자 니에토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는 입장을 취하던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 정도의 통화 이후 "니에토 대통령과 매우 좋은 이야기를 했다.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멕시코 외교부 역시 해당 보도 내용이 완전한 허위를 바탕으로 한 보도라고 일축했다. 멕시코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양국 정상간 대화와 관련된 주장들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두 정상의 대화는 건설적이었다"라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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