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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안 남기는 정부 위원회…'투명성 강화'는 구호뿐

입력 2016-08-2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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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들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정을 하는데 그 과정은 알 수 없다는 건, 보신 것처럼 그 책임을 따질 수 없다는 문제로 연결이 되는데요. 회의록을 써야 하는 300개에 가까운 위원회 가운데 속기록을 남겨야하는 의무가 있는 곳은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호진 기자가 계속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은행, 보험, 카드 같은 중요한 금융 정책을 결정하는 금융위원회 회의록입니다.

안건 이름과 의결 결과 정도만 적혀 있습니다.

위법은 아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최희선/서울시 개포동 : 이게 제 일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이걸 보면 잘 이해도 안되고 별로 보고 싶지 않을 거 같아요.]

[박진우/서울시 상계동 : 글쎄요, 알기가 어렵고 누가 봐도 이거는 이해하지 못할 내용 (같습니다.)]

이번엔 식품의약품안전처 회의록입니다.

위원들의 개별 발언을 속기록 수준으로 적었습니다.

왜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최희선/서울시 개포동 : 꼭 중점 내용이 아니더라도 세부적으로 더 설명되어 있어서 더 이 회의록에 신뢰가 가고.]

[박진우/서울시 상계동 : 이렇게 회의록이 작성되는 게, 정확하고 누가 봐도 명료할 것 같습니다.]

다른 곳의 실태는 어떨까.

JTBC 취재팀은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와 함께 40개 중앙행정기관과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각 위원회의 지난해 회의록 현황을 정보공개청구했습니다.

회의록을 작성해야 하는 296개 위원회 중 발언 내용을 제대로 담는, 이른바 '속기록 의무 대상'으로 지정된 건 91개입니다.

속기록 작성이 전체의 30% 수준인 겁니다.

[정진임/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 속기록을 작성하는 중요한 회의 같은 경우에는 속기록 자체를 비공개로 할 수 있도록 조항에 있기 때문에.]

위원회 측에선 속기록을 작성할 경우 위원들의 자유로운 의사 발언을 막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창원/한성대 교수 : 정책의 품질 뿐 아니라 정책의 일종의 인증제 비슷하게 된 거죠. 이것은 누가 참여한 것이다. 어떤 분야의 분들이 이 정책을 만드는 데 참여해서 이 결정이 났구나.]

그런데 문제는 이 뿐이 아닙니다.

91개 위원회 중 2012년부터 3년간 한 번도 회의를 소집하지 않은 위원회가 14개에 이릅니다.

회의를 열지 않고 서면으로만 의견을 받다 보니 속기록 자체가 없는 겁니다.

이 중 7개 위원회는 서면으로도 회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속기록을 비공개할 수 있는 기간도 논란거리입니다.

현재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각 위원회는 최대 10년간 속기록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간이 지나면 다시 공개할지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접촉한 정부 부처 담당자들은 대부분 이런 사실 자체를 몰랐습니다.

[정부부처 관계자 : 10년이 지나면 공개를 지금 하도록 되어 있느냐 지금 이 말씀이시잖아요? 비공개 기한은 안 정해놨습니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은 비공개 기간을 정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부처들이 다른 법을 적용해 비공개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정부는 각종 정보를 시민에게 개방하고 공유한다는 '정부 3.0'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있는 제도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국민에게 투명한 정부로 다가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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