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미 간의 대화가 성사 직전에 무산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같은 사실이 열흘이나 지난 뒤에 공개된 배경은 어떤 것인지 취재기자와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고석승 기자,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부부장이 예정대로 서울에 오긴 왔는데 결국에는 대화 테이블에 앉지 못했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어그러진건지 두 사람의 당시 일정을 보면서 짚어보겠습니다.
만나기로 돼있던 날은 10일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펜스는 별다른 공개일정이 없습니다.
저녁에 여자 쇼트트랙 경기만 관람했고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오전에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저녁에 조명균 장관 만찬에 갑니다.
결국 오후 시간대는 양측이 모두 비어있던 것인데 이 때 회동이 추진되다 무산됐다는 것입니다.
[앵커]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와 미 국무부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이 갑자기 회동을 취소했다는 것인데 이유가 뭘까요?
[기자]
그 이유는 펜스의 방한 일정과 메시지에 들어있습니다.
만나기로 했던 날 하루 전 날, 펜스는 오전에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하고 탈북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북한 독재정권은 감옥국가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은 역대 가장 강력한 새로운 제재를 준비 중이다."
[앵커]
그런데 그와 같은 발언은 트럼프 정부가 당시 뿐만 아니라 그동안 계속해서 해왔던 말들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인권문제'와 '대북제재 문제'를 거론한 것인데 물론 이전에도 있었지만 최고위급 접촉을 하루 앞둔 시점에 그것도 매우 강한 톤으로 나온 것입니다.
또 이날 저녁엔 리셉션에 왔다가 김영남과는 악수도 없이 5분 만에 퇴장했고 개회식때도 김여정과는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수년만의 고위급 접촉을 하루 앞둔 시점에 미국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자 회동을 취소한게 아니냐 하는 해석이 나옵니다.
[앵커]
두 사람이 서울에 오기 전에 이미 양측 모두 북미 접촉에 동의한 상황이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펜스 부통령은 하루전까지도 북한을 압박했어요, 이유는 뭘까요?
[기자]
미국은 급한 것은 북한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원한다면 대화는 하겠지만 처음부터 기선을 잡고 하겠다. 그게 싫다면 안한다" 이런 분명한 메시지가 들어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앵커]
그리고 북미 접촉이 무산됐다는 사실을 미 국무부가 열흘이나 지나서 어제(21일) 공개한 이유는 뭘까요?
[기자]
펜스의 방한 이후, 미국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많습니다.
미국내 전문가 얘기를 들어보시죠.
[알렉시스 더든/미 코네티컷대 교수 : 리셉션은 북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게 아니라 국제적 행사였습니다. 펜스 부통령의 불참으로 빈 자리만 강조됐지요.]
미국 정부에서도 여기에 대한 방어 논리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방카의 방한은 북미 대화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사전에 당시 상황을 알릴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앵커]
이같은 상황에서 어쨌든 앞으로가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북미 대화가 다시 추진될 가능성, 어떻게 봅니까?
[기자]
북미 접촉의 좋은 기회가 날아간 것은 맞지만 반대로 보면 긴장국면만 이어지고 있는 걸로 비쳐줘왔지만 실은 북미 최고위급 대화를 위한 접촉은 있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북한인데요. 대화가 성사 직전에 깨졌지만 김영남, 김여정 등 고위급 대표단은 국내에서 모든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돌아갔고 이후에도 대화의지를 직간접적인 채널을 통해서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대화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는게 우리 정부의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