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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출혈로 숨진 13살…학대 'SOS' 수차례 보냈지만

입력 2021-07-07 20:22 수정 2021-07-0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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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추적보도 훅입니다. 의붓어머니가 배를 발로 밟아 장기가 손상돼서 숨진 중학생 소식 최근에 전해드렸습니다. '정인이법'인 아동학대 살해혐의가 적용된 첫 번째 사례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중학생은 숨지기 전 제대로 먹지도 못해서 몸무게가 40kg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나름의 신호를 계속 보냈지만, 학교도 경찰도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배승주 기자입니다.

[기자]

키 150cm 몸무게 약 40kg, 숨진 13살 A양의 부검 결과입니다.

또래 중학생보다 7cm나 작고 몸무게는 10kg이 적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수준입니다.

계속된 학대로 장기 출혈 등 상처를 입어 제대로 먹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에는 배가 아프거나 열이나 4차례나 조퇴를 했습니다.

[A양 친구 : 한 달 전부터 아프다고 입원을 하고 난 이후로 엄청 말라서 와서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 학교에선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의붓어머니 B씨가 잘 챙겨 먹인다 말에 안심한 겁니다.

[OO중학교 관계자 : 영양식을 많이 챙겨주고 있는 상황이다. 같이 운동도 하고 있다.]

오히려 아이 성적을 걱정했다고 했습니다.

[OO중학교 관계자 : 성적 문제 때문에 중학교 올라왔으니까.]

A양처럼 위기에 처한 아이를 찾아내는 정서행동특성 검사도 소용없었습니다.

63문항을 온라인에서 스스로 답변을 하면 합산 점수로 평가합니다.

평균치는 10점에서 15점으로 33점 이상이면 관리군에 속합니다.

A양은 이 검사에서 2점을 받았습니다.

학교에선 이 결과를 믿고 상담조차 안 했습니다.

[OO중학교 관계자 : 상담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거는 (학대징후)가 전혀 없었다는 거죠.]

전문가들은 검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은희/경남대 심리학과 교수 : 일반적으로 심리진단 검사에서는 낮은 점수에 대해서도 뭔가 관심을 가지고 봅니다.]

최근 경남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여중생 2명도 관리군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윤성미/경남도의원 : 아이들 정서나 감정은 수시로 변하는데 이 검사를 중1, 고1때 단 1번만 하게 됩니다. 또한 질문이 너무 직설적이라서 우회적으로 돌려서 세분화하게 (수정해야합니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75%는 부모입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가 눈여겨봐야 합니다.

하지만 교사 등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의한 학대 신고는 23%에 불과합니다.

신고했다 되레 학부모 항의나 민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선 또래보다 신체 발달이 못 미치는 등 이상 징후가 보이면 의무적으로 신고가 이뤄지게 돼 있습니다.

[황옥경/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 (학교가) 즉시 의료기관에 보고해서 이 아이의 신체발달 상황을 확인하고 그 과정에서 가정에서 양육의 위기가 있으면 발견할 수 있게…]

A양은 실제 여러 차례 위험신호도 보냈습니다.

A양이 살던 아파트입니다.

지난 4월 중순 딸이 학교에 갔다 집에 오지 않는다며 B씨가 가출신고를 했는데, A양은 신고 1시간 반 뒤 이곳 옥상에서 발견됐습니다.

당시 경찰이 부모와 분리해 조사를 했지만 학대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출동 경찰관 : 혹시 엄마·아빠한테 맞은 적 있느냐, 여러 번 물어봐도 자기는 맞은 적 없다.]

한 달 뒤쯤 A양은 말도 없이 또 사라졌습니다.

이번에는 옥상에도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인근 할아버지 집에 갔습니다.

당시 할아버지와 같이 살고 싶다 말했습니다.

집에 가기 싫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했는데 A양은 결국 집으로 다시 돌아갔고, 끝내 숨졌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희정 / 영상그래픽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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