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무역대화를 앞둔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연일 기업사냥에 손 떼게 하고 합병심사를 강화하는 압박 조치를 내밀고 있다.
2일 홍콩 봉황망에 따르면 중국 하이난항공(海航·HNA)그룹은 지난해 1월 발표했던 미국 헤지펀드 스카이브릿지 캐피탈 인수안에 대해 1년 넘게 미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함에 따라 인수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이난항공그룹은 지난해 1월 2억 달러 가치의 스카이브릿지의 지분 과반수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심의에 걸려 1년 이상 거래가 표류했다.
CFIUS는 미중 통상갈등이 고조되던 올해 초 HNA의 정확한 지배구조 공개를 요구하며 심의비준 절차를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스카이브릿지는 골드만삭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으로 지난해 8월 백악관 권력암투 논란으로 백악관 공보국장 자리에서 열흘 만에 경질된 앤서니 스카라무치가 창립한 회사로 알려졌다.
하이난항공과 스카이브릿지 측은 "미국 정부의 심의비준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졌다"며 "이미 중요한 시기를 놓쳤고 앞으로 비준을 받기까지 과정도 불확실해 거래를 계속하는 것이 양측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또 중국의 미국 첨단기술 인수에 대한 제한 강화를 골자로 한 입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재무부는 최근 10여 개 업종별 협회 대표들과 회의를 하고 외국인투자 심사를 한층 강화하고 CFIUS 심사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입법 초안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이 투자한 미국기업에 대한 통제와 제한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내용으로 미국기업들은 중국의 보복조치를 초래해 중국시장 진입 제한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미국 재무부는 앞서 주요 산업과 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막기 위해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가능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이와 함께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중국계 연구개발자의 진입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중국 출신의 대학원생·박사 후 연구원, 기술업종 종사자들이 인공지능(AI), 전기차, 반도체 등 중국이 주력하는 첨단분야의 미국 연구소에 진입하는 것을 규제하는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으로 최근 첨단 반도체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알리바바가 미국에서 제기한 상표권 소송에서 패소하기도 했다.
알리바바그룹은 동명의 미국 가상화폐인 알리바바코인이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알리바바코인 재단의 이 가상화폐에서 알리바바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미국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의 폴 외트켄 판사는 알리바바 측이 미국 현지 고객들과 온라인몰 거래를 하는 과정에 알리바바코인 사이트가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합리적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알리바바의 상표권 소송 패소는 최근 미국이 통상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그 결과 발표를 앞둔 가운데 이뤄졌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위시한 미국의 경제·통상 대표단이 3일 중국을 방문해 최근의 무역갈등 현안을 놓고 협상을 벌일 예정이어서 중국을 상대로 한 전방위 압박 조치의 하나로도 해석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