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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비행기 조종, 차 운전보다 쉽다? 확인해보니

입력 2016-03-15 22:06 수정 2016-03-1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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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비행기 운전하는 게 자동차 운전보다 쉽다" 이 말이 어제 오늘 상당히 논란이 됐는데, 누가 한 말이냐 하면 대한항공 대표이사인 조양호 회장입니다. 대한항공의 한 부기장이 올린 SNS 글에 조 회장이 이런 댓글을 단 건데요. 아무리 요즘 자동화가 많이 됐다지만 그 정도일까 싶기도 합니다. 뒷얘기 겸 팩트체크할 게 몇 가지 있습니다.

김필규 기자, SNS에 기업 회장이 직접 댓글을 다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 회장이 쓴 건 맞습니까?

[기자]

대한항공 측에서 본인 댓글 맞다고 확인을 했습니다.

사흘 전 대한항공의 김 모 부기장이 "보통 비행기 타기 2시간 30분 전까지 출근해 그날 항로나 날씨, 공항 정보 등 상당한 양의 문서를 숙지한다. 상당히 할 일이 많다"는 취지로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어제 새벽 4시 반에 '운항 관리사가 다 브리핑 해주고 기상변화도 회사가 다 분석해주고, 조종사는 갈 거냐 말 거냐만 결정하는데 뭐가 힘드냐,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쉽다'는 댓글이 달린 겁니다.

[앵커]

2시간 반 동안 읽는 것도 새로운 것은 아니지 않느냐 다 만날 읽는거 아니지 않느냐 그런 얘기가 올라오기도 했는데 아무튼 이 댓글을 단 것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한데 과시가 심하다. 마치 대서양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린드버그같은 소리를 한다' 이런 내용을 이어 적었습니다.

[앵커]

실제 요즘 여객기들이 자동화가 많이 돼 있긴 하잖아요?

[기자]

60년대 이전 초창기 장거리 여객기에는 조종사와 부조종사, 기관사, 항법사에 무선통신사까지 5명이 조종실에 있었습니다.

그게 점점 자동화가 되면서 이젠 기장과 부기장, 2명 만 남게 된 건데, 실제 현직 기장에게 물으니 예를 들어 서울에서 뉴욕까지 14시간 정도 걸린다면 그중 12시간 정도는 자동운항으로 간다고 합니다.

[앵커]

대부분 시간을 자동으로 가니 자동차 운전보다 쉽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던 거겠군요?

[기자]

그래서 조 회장은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다"고도 한 건데, 실제 자동운항 중 기장의 역할이 미미한가, 전문가들의 의견은 좀달랐습니다.

[홍규선 교수/동서울대 항공서비스과 : 운항 중에는 급격한 기류변화나 터뷸런스에 의해서 승객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운항 조종사는) 고객의 안전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운항 시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운항 조종사가) 제일 긴장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이착륙 때거든요. 조종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시점이 그 시점이고. 긴장도가 최고조에 달하는 때가 바로 그때이고.]

[앵커]

자동운항 중이라 해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고, 근데 이착륙할 때 제가 오늘 예전의 영화를 봤더니 비행기가 테러를 당해서 기장과 부기장이 다 사망을 했습니다. 그랫더니 승객이 나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승객이 나와서 공항 관제탑에 지시를 받으면서 자동으로 착륙을 하던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기자]

네. 그 영화 내용은 틀린 게 아닙니다. 현재 이륙같은 경우에는 조종사가 직접 수동으로 진행을 하는데요. 일정 고도에 오르기까지. 착륙같은 경우에는 자동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그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요, 하지만 그날 기상 상황이나 공항의 상황에 따라서 역시 수동으로 착륙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아무튼 이게 크게 논란거리가 될만한 문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사실 조종사 없이는 안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기는 한데. 수백명의 승객 목숨을 책임지고 있으니까 받는 스트레스도 물론 조종사들이 주장하는 것은 많이 있겠죠?

[기자]

실제 주요 항공사고를 보면 80%가 이착륙할 때 발생했는데, 그 원인을 보면 조종사 과실인 경우가 53%로 가장 많습니다.

안전과 관련해 조종사의 역할이 그만큼 결정적이라는 이야기일텐데, 그러다 보니 미국의 한 취업사이트에서 매년 매기는 '스트레스 많이 받는 직업 순위'에서 항공기 조종사가 올해 3위에 올랐습니다.

군인, 소방관 다음인데, 그러니 조종사들의 업무가 간단하다고 보긴 힘든 대목입니다.

앞서 댓글에서 린드버그와 비교하는 부분이 있었죠. 실제 이게 린드버그가 대서양 횡단할 때 탔던 비행기 조종석이고 이건 최신 에어버스 380의 조종석입니다.

물론 모든 것을 혼자 했던 린드버그보다 편해졌겠지만, 이 장비들을 다 이해하고 또 훈련을 받고, 그렇게 한 사람의 부기장이 되는데 보통 8억~10억 정도가 듭니다.

부기장이 된 이후에도 1500시간의 비행경력을 쌓아야 기장이 되고요. 그러니 회사 입장에서 '갈 거냐 말 거냐' 버튼만 누르는 자원들은 아닌 셈입니다.

[앵커]

이 모든 것은 사실 조 회장이 모를 리 없을텐데, 그럼에도 이런 얘기를 한 것은 배경이 좀 있죠?

[기자]

최근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조종사 노조와 사측이 갈등을 빚고 있는데, 노조는 "다른 나라 조종사에 비해 처우가 열악하다. 지난해 적자가 났는데도 조 회장의 임금을 37% 올렸으니 우리도 그에 맞춰 올려달라"고 요구했고, 사측에선 "회장 임금은 6%밖에 오르지 않았다, 억대 연봉 받는 귀족노조가 억지를 부린다"고 맞서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37%가 맞습니까? 6%가 맞습니까? 그것도 팩트체크할 사항인 것 같은데?

[기자]

회사측에서 확인한 바 37%라는 것은 일부 매체에서 잘 못 분석한 걸로 밝혀졌고요. 6%가 맞는 것으로…

[앵커]

그런가요. 대한항공 노조에서도 그건 인정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37%는 상징적으로 주장했다 이런 얘기는 할 수 있겠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승객의 입장에서는 궁금한 사안이 많이 있을 것 같아서 오늘 팩트체크에서 다뤄봤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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