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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한국 경제 위기인가 아닌가…오락가락 전망, 왜?

입력 2016-03-08 22:20 수정 2016-03-0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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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팩트체크 시작하겠습니다. 어제(7일) 이 장면 보고 많은 분들이 궁금하다고 의견을 보내주셨는데 먼저 잠깐 보시죠.

[박근혜 대통령/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7일) : 최근 경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습니다. 당초 소비절벽이나 고용절벽을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같은 날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는 "주요 지표가 계속 나빠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사실 그동안 정부 여당에서도 나온 이야기들이 대개 비슷한 맥락이었는데, 최근 어떤 큰 변화라도 있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 경제가 과연 지금 위기인 건지 아닌지, 오늘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어제는 어떤 것이 근거였나요, 우리 경제가 나쁘지 않다라는 것의?

[기자]

일단 수출과 소비, 고용 크게 3가지 면에서 분석했던 건데요.

우선 수출은 지난 1월에 전년 같은 기간대비 많이 준 게 사실인데 2월이 되니 그보다는 덜 줄었더라, 그래서 상황이 나아졌다는 거고요.

소비도 증가세를 유지한 한편, 고용도 청년층 취업자가 늘면서 전체 취업자수도 증가세다. 그러니 긍정적인 면이 있다, 이런 분석이었습니다.

[앵커]

하지만 얼마 전까지 언론 등에서 나왔던 이야기하고는 차이가 많이 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좀 낯설게 느끼는 분들이 많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기자]

여러 전문가들에게 그래서 물었더니 대부분 이런 분석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성태윤 교수/연세대 경제학과 : 현재 수출 지표가 물론 이제 나빠진 것에서 약간 개선될 순 있지만, 작년 대비해서 너무 나빠져 있어요. 소비 역시, 사실 작년에 조금 개선된 부분이 약간 있었습니다, 하반기에. 그런데 지금 그게 다시 가라앉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 상황은 상당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어떤 의미에선 사실 위기국면이라고 볼 정도거든요.]

좀 더 자세히 보면, 수출의 경우 1월에 전년대비 18%나 줄었던 게 2월에 -12%로, 대통령 이야기대로 좀 나아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14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고, 전반적으로 보면 그 감소폭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잠깐 나아졌다고 해서 긍정적이라 보긴 힘든 거죠.

청년고용률, 그러니까 '정규직, 비정규직 포함해 얼마나 일자리를 가졌냐'는 몇 달째 41.7, 41.8% 비슷비슷한 수준인데, 더 중요한 청년실업률, 그러니까 일을 하고 싶은데도 못 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 증가세여서 9.5%가 됐습니다.

원래 1월은 연말연초 공채 입사가 많아 실업률이 낮은 달인데, 9.5%나 된 것은 16년 만에 가장 나쁜 수치입니다.

[앵커]

16년 전이라면 2000년이고 그 당시엔 IMF 외환위기 직후였는데, 그때만큼 안 좋다, 이런 얘기가 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게다가 청년고용률 41.7%라는 숫자도 괜찮은 거냐 따져볼 필요가 있는데요.

지난해 말 새누리당 경제상황점검TF 단장을 맡은 강석훈 의원은 "청년 고용이 증가세라 하더라도 OECD 평균인 50%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청년의 3분의 1이 첫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나온 경제연구소의 전망을 보면 모두 부정적인데, 현대경제연구원은 "지금은 수출 불황이 내수 불황으로 전염되는 단계로, 방치할 경우 장기간 경기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고요.

또 한달 전만 해도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정도로 봤던 KDI도 어제 보고서에선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아예 공식 인정을 했습니다.

[앵커]

대통령과 같은 날 이렇게 반대 의견을 내놓는 바람에 좀 헷갈린다, 이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래서 오늘 팩트체크하게 된 것이기도 한데.

사실 최근 다른 정치권에서도 경제 전망을 굉장히 비관적으로 보는 얘기들이 많이 나왔었잖아요?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월 기자회견에서 "국내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진짜 위기'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라고 했고,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야당이 필리버스터로 눈과 귀를 가리는 동안 경제 곳곳에서 들려오는 경고음을 무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디보다 경고의 목소리가 많았던 곳이 바로 이곳인데, 직접 들어보시죠.

[1월 13일 대국민담화 : 경제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1월 18일 정부부처 업무보고 : 또다시 IMF 위기와 같은 고통의 시간을 갖지 않도록…]
[2월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 대외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3월 3일 국가조찬기도회 :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도 연초부터 바로 얼마 전까지 계속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냈었다, 이런 얘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러다 어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 거죠.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경제라는 게 심리인데 투자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자신감 갖자는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설명인데요.

과연 그동안 심리를 위축시킨 곳이 어디였나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입니다.

[앵커]

그런데, 제가 박근혜 대통령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사실 경제는 심리라는 것은 경제학자들도 인정하는 바이고. 그것에 따라 상당 부분 경제 결과가 달리 나오는 것은 우리가 경험을 통해서도 봤단 말이죠.

그리고 아까 저희가 잠깐 인용한 내용 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을 좀 뜯어보면 '최근 경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습니다'…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라는 것은,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심리 개선을 위해 긍정적인 측면을 내놓은 것이 아닌가. 대통령으로서는 그만큼 고심 끝에 내놓은 말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무조건 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봅니까?

[기자]

그 발언이 나온 시점을 가지고 생각해볼 수가 있겠는데요.

또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낙관론이나 위기론보다 더 경제에 좋지 않은 것이 오락가락하는 전망이란 이야기입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카네기멜론대 핀 쉬들란 교수는 "정부가 수시로 정책을 바꾸면 경제 주체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해 경제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지금이 위기이든 아니든 가장 필요한 건 어느 입장에 따라 오락가락하지 않는, 정확한 신호등이라는 지적입니다.

[앵커]

일관된 신호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군요.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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