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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전세살이, 장관의 인식…'악화되지 않았다?'

입력 2014-10-16 22:21 수정 2014-10-1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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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도 전셋값 때문에 마음고생 하신 분들 많으실 텐데요, 정부는 상황이 나빠진 게 아니다, 임차인들의 웰페어, 복지도 나빠졌다고 볼 수 없다, 이런 이야기를 내놨습니다. 오늘(16일) 팩트체크에선 이 문제를 점검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가 이 문제를 꼼꼼히 짚어봤는데요. 임차인들의 웰페어, 즉 복지가 나빠진 게 아니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어떤 근거에서 이렇게 얘기한 걸까요?

[기자]

서승환 국토부장관이 지난 월요일 국정감사에서 한 이야기인데요.

지난해엔 전셋값이 5.7%나 올랐었는데, 올해는 2.5%밖에 안 올랐다. 그리고 월셋값은 이렇게 계속 마이너스 추세다. 이런 상황을 보면 살림살이가 그렇게 나빠지진 않았다, 그런 이야기입니다.

[앵커]

선뜻 동감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김 기자도 전세 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금년에 어땠습니까?

[기자]

저도 올해 전세 재계약하면서 상당한 충격과 공포에 사로잡혔는데요. 전문가들에게 서 장관의 이야기 어떻게 보느냐 물었더니, 여러 부분에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일단은 전세와 관련한 첫 번째 포인트는 이겁니다.

[변창흠 교수/세종대 행정학과 : (전셋값은) 2009년 3월 이후로 지금 5년째 오르고 있는 건 분명하거든요. 역대 이렇게 장기간 전세금이 오른 적이 없어요. 그걸 복지가 나아졌다 그러면 서민들이 땅을 칠 노릇…]

'땅을 칠 노릇이다' 과연 얼마나 올랐길래 이런 얘기를 하는지 봤더니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 그러니까 실제 집값 대비 전셋값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도 최근에 70%가 넘었고요, 수도권 평균 전셋값도 2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렇게 계속 오른 걸 생각해야지 작년에 비해 올해 좀 덜 올랐으니 부담이 적어졌다, 이렇게 볼 순 없다는 겁니다.

[앵커]

또 한 가지 중요한 걸 간과하고 있는데, 전세 매매 계약은 2년 단위잖아요? 작년에 오르고 금년에 오르면 계속 축적되는 건데, 그 부분은 빼놓은 것 같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예를 들어서 작년 초에 전셋값이 2억 원인 집에 살고 있었다고 볼 때요, 작년에 10% 올랐으니 그때 재계약 했으면 2억 2000만 원이 되겠죠?

그런데 올해는 인상률이 5%니까 전셋값이 2억 1000만 원이다, 작년보다 사정 좀 나아졌네. 이게 아니지 않습니까.

작년에 오른 거 합치고 올해 또 올라서 2억 3100만 원으로 올랐다, 그러니 지난 계약 때보다 3100만 원이나 더 줘야 한다 이렇게 봐야 하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른 전문가 이야기도 들어보시죠

[김일수 대표/스타아시아파트너스 : 일반적으로 전세 물량은 홀수 년도에 비해서 짝수 년도가 좀 더 많은 계약갱신 및 재계약이 이뤄지게 됩니다. 따라서 짝수 해하고 홀수 해를 기준으로 했을 때 물량 비교를 하게 되면 약 53대 47 정도가 됩니다. 그런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올해 전세 계약을 갱신하신 분들이 더 많아진 것이고요.]

올해가 짝수 해 아닙니까? 이러니 올해 전세 구하기 더 힘들다, 결코 웰페어가 더 나아졌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앵커]

아까 자료를 보니 서 장관 말대로 월세는 좀 내렸다면, 그건 좀 나아졌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거기에도 착시현상 같은 게 있습니까?

[기자]

네, 문제는 월세 부분도 그렇게 나아졌다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이에 대한 전문가 반박 듣고 가시죠.

[변창흠 교수/세종대 행정학과 : 월세가 안정된 것은 맞지만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면서 세입자들이 부담하게 된 금액은 훨씬 커지고 있다는 점은 놓치고 있는 겁니다. 과거에 비해서 전세 물량이 부족하고 반전세라든지 또 순수전세로 전환해야 되는 세입자들이 많은데 그로인한 부담에 대해서는 정부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특히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비율이 비싼 아파트보다는 저가 아파트나 원룸에서 많지 않습니까.

이렇게 매달 돈을 내야 하는 부담, 저소득층에서 더 커졌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저소득층의 이른바 '웰페어'가 더 나빠지지 않았다고 보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는 것 같고요. 그런데 이렇게 전세가 계속 월세로 바뀌는 것, 어제도 금리가 내려갔습니다마는 당연히 시중 금리하고도 관계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시중 금리·기준 금리 인하 문제, 그게 지금 세입자들 한 번 더 한숨 나오게 하는 건데요.

어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연 2%로 낮췄습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나왔지만, 그러면서 공통적으로 나온 우려가 바로 이겁니다. 보통 부동산 이야기 할 때마다 나오는 많은 전문가들의 이야기인데, 공통적으로 살펴보면 전세난이 엄청나게 가중될 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정부가 하는 대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전셋값을 또 안정화시키겠다는 것, 이건 어떻게 보면 양립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그리고 이 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강조했던 것이 집값을 올려서 전셋값을 안정시키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부동산 대책이 나온 것도 바로 그런 뜻에서 나온 것이었는데 과연 그러냐. 여기에 대해서는 반론도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또 그렇지 않다는 것이 많이 나왔고요.

[기자]

맞습니다. 집값 올려서 전셋값 잡겠다는 거였는데요, 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전망이 많습니다.

금융연구원의 신용상 연구원 이야기 들어보시죠.

[신용상 선임연구위원/한국금융연구원 : 이게 굉장히 단기적인 시각에서 본 거죠. 지금 상황에서는 주택 매매를 통해 전셋값을 잡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항상 그래왔거든요. 뭐냐면, 주택가격이 뜨면 전셋가격도 뜨고 전셋가격이 뜨면 주택가격이 뜨는 모양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부연설명하면요, 여기 매매가의 흐름과 전세가의 흐름을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역대 정부에서 집값과 전셋값은 같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매매가 올려서 전세가 잡겠다는 이야기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거죠.

[앵커]

세입자들의 이른바 웰페어. 서 장관이 쓴 표현을 빌려 쓰는 겁니다. 세입자들의 웰페어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나아지기 힘들다, 이런 결론이네요, 결국 보자면.

[기자]

안타깝지만 그 말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최악의 전세난이었다는 지난 2010년 한 신문에 난 '전세난민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칼럼인데요.

전셋값이 오르는 경우는 오른 전세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 월세로 바뀐 경우는 매달 내야 하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떠나 더 열악한 다른 셋집을 얻을 수밖에 없다는 내용인데, 지금과 참 비슷한 상황이죠.

이게 누가 쓴 거냐 하면 바로 연세대의 서승환 교수. 그러니까 서 장관의 글입니다.

어떻습니까? 그때에 비해서 지금 전세난 좀 나아졌나요? 과연 세입자들의 웰페어 좋아졌습니까? 4년 전 느낌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셔도 좋을 것 같아서 그때 칼럼 이렇게 다시 가져와 봤습니다.

[앵커]

오늘 마지막은 서승환 장관의 반전이군요.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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