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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구가 나서라" VS "어찌하오리까"…'옥바라지 골목' 갈등 격화

입력 2016-05-2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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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구가 나서라" VS "어찌하오리까"…'옥바라지 골목' 갈등 격화


"자치구가 나서라" VS "어찌하오리까"…'옥바라지 골목' 갈등 격화


"자치구가 나서라" VS "어찌하오리까"…'옥바라지 골목' 갈등 격화


옥바라지 골목 재개발을 둘러싼 서울시와 종로구간 갈등이 심상치 않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 46번지 일대, 이른바 '옥바라지 골목'은 길 건너편에 자리잡은 옛 서대문형무소(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수감됐던 애국지사들을 옥바라지한 가족들이 머문 여관들이 밀집한 곳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은 2000년대 초부터 주민들을 중심으로 재개발이 추진돼오다 2006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2010년 재개발조합이 설립됐고, 이어 지난해 7월 관리처분인가가 떨어졌다.

하지만 이주를 거부하는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가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의 재개발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주민위원회'(비대위)를 구성, 역사적 보존가치 등을 내세우면서 재개발에 반대하고 나섰다. 시공사와 재개발조합측은 역사적 가치를 평가절하하며 한시라도 공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맞섰다.

당초 지엽적인 갈등은 서울시와 종로구가 끼어들면서 복잡해졌다. 비대위는 재개발 사업 인허가권이 있는 종로구가 중단 요청을 일축하고 시공사의 강제철거를 사실상 묵인하자 상급기관인 서울시를 압박했다.

서울시가 2013년 2월 마련한 강제철거 등 행정대집행 인권 매뉴얼을 들어 종로구를 제지해달라는 것이다.

행정대집행 인권 매뉴얼은 이해 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한 사전협의체를 5회 운영하고, 자치구 주도의 도시분쟁위원회를 열어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는 물리적 충돌을 야기하는 철거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종로구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만큼 조합측의 손해 등을 감안했을 때 재개발이 속히 강행되어야 하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역사학자들과 옥바라지 골목의 역사성을 증거할 자료를 찾는 사이 종로구의 옥바라지 골목 철거는 점진적으로 이뤄졌다.

사전협의체의 경우도 3회밖에 치러지지 않았다. 도시분쟁위원회 역시 유명무실하기는 마친가지다.

이와관련 서울시내에서는 종로구가 "시의 행정대집행 인권 매뉴얼을 사실상 무시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종로구의 강고한 입장은 최근 강제집행 과정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재개발조합 측은 명도소송 승소를 내세워 지난 11일까지 반대 주민들에게 퇴거를 요구했지만 주민들이 응하지 않자 지난 17일 강제집행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철거에 동원된 용역업체측과 주민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이미 서울시가 옥바라지 골목 재개발 논란과 관련해 종로구와 재개발조합측에 철거유예를 요청해 놓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강제집행은 급기야 박원순시장까지 철거현장으로 불러냈다.

박 시장은 옥바라지 골목에서 일어난 물리적 충돌 소식을 전해듣고 철거현장을 급거 방문,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사를 중단하겠다"며 "내가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도 좋다"고 말했다.

이는 법적싸움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종로구와 시공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박 시장의 강경대응으로 옥바라지 골목 철거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이미 옥바라지 골목은 90%가량 원형이 훼손돼 역사보존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철거현장에서 터뜨린 박 시장의 분노는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서울시와 종로구간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2년 북촌 '화동고갯길' 평탄화 사업을 둘러싸고 박 시장과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이미 힘겨루기를 했다.

종로구는 당시 아트선재박물관과 정독도서관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화동고갯길을 외국인 관광객 편의를 위해 평탄화하겠다는 계획을 인근 주민동의 없이 밀어붙였다가 '지역 고유의 가치를 말살한다'는 반발에 부딪혀 10개월여 만에 백지화했다. 당시 박 시장은 김 구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계획 철회를 종용했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최근 사직2구역 재개발 과정에서도 적잖은 갈등을 빚고있다. 옥바라지 골목과 마찬가지로 역사성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다.

박 시장과 김 구청장이 둘 다 더불어민주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도시개발에 대한 관점은 극명하게 갈린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 출신인 박 시장이 역사성 보존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면 건축사 출신인 김 구청장은 개발을 구정운영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시는 종로구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이는 여타 구보다 종로구가 진행하고 있는 각종 재개발 사업에서 주민간 갈등이 한층 심화돼 궁극적으로는 시까지 지탄을 받는 상황이 연일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정대집행 인권 매뉴얼을 종로구가 지킬 의지를 갖고 있다면 이번에 철거현장에서 시장을 모욕하는 듯한 일이 안 벌어졌을 것"이라며 "사전협의체나 분쟁조정위 등 합의사항을 지켜야 한다. 종로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박 시장의 강경대응에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불만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종로구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서 재개발을 진행한 것인데 박 시장의 요청으로 공사는 일시 중지한 상태로 알고 있다"며 "박 시장의 의중은 어떨지 모르지만 종로구는 입장이 상당히 난감하다. 공무원 입장에선 '어찌하오리까'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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