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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재개발 사업에 '옥바라지 골목' 시끌시끌

입력 2016-05-19 21:50 수정 2016-05-2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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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도심의 한 재개발 구역을 둘러싸고 최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제시대 형무소 옥바라지를 위해 가족들이 머물던 이른바 '옥바라지 골목'이 구역에 포함되면서 갈등이 불거진 건데요. 시장이 뒤늦게 나서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좁은 골목 안에서 사람들이 뒤엉킨 채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이어집니다.

싸움 도중 누군가 분사한 소화기 분말로 골목 전체가 허옇게 뒤덮입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옥바라지 골목의 마지막 남은 주민들을 강제로 퇴거시키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진 겁니다.

몸싸움 끝에 주민들은 재개발 조합 측의 용역업체 직원들에 의해 모두 쫓겨났습니다.

[이길자/강제 퇴거 주민 : 하나도 못가지고 나왔어. 막말로 팬티 한 장도 못가지고 나왔어. 내가 이제 어디로 가겠어. 사람이 살던 데서 살고 싶지.]

골목에서 쫓겨난 주민들과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 천막 안에서 얇은 스티로폼과 이불을 깐 채 밤샘농성을 벌이고 있는데요.

천막 옆에는 철거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써놓은 메시지가 곳곳에 써있습니다.

같은 날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철거 계획을 철회하면서 작업은 곧바로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조합 측 외에는 현장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용역업체 직원 : (내부 촬영은 안 되는 건가요?) 네. 안 돼요. 조합 위원한테 가서 말씀하시고요. 저희는 몰라요.]

현장 출입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인근 건물에서 이렇게 옥바라지 골목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요.

골목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 많은 건물이 철거가 돼버렸습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건물도 보시는 것처럼 대부분 파손 돼버려서 사람들이 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재개발 조합 측은 합법적인 철거 공사를 막는 것이야말로 불법이라는 입장입니다.

[재개발 조합 관계자 : 황당한 일이죠. 조합원님들도 영세하세요. 갑자기 시장님이 공사 중단 선언을 하시니까 저희는 굉장히 억울한 상황이죠.]

해당 구청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습니다.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 : 저희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좀 답답한 지경이죠. 한쪽 편을 들 수가 없잖아요.]

서울시 측도 철거 현장을 감시만 할 뿐 당장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서울시청 관계자 : (현장에는 왜 나와 있는 건가요?) 철거 중단시키고 나서부터 그렇게 계획 짜져 가지고 상황 같은 거 보고 뭐 특별한 사항이 있는지를 보고 하고 그래요.]

그 사이 현장에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지역 주민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유인자/서울 공덕동 : 알아보려고. 시장님을 어떤 방법으로 만날 수 있나 (알아보려고요.)]

이곳이 유독 문제가 되고 있는 건 해당 구역이 일제시대 서대문 형무소의 수감자 가족들이 옥바라지를 하며 머물던 곳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황평우 관장/은평역사한옥박물관 : 서대문 형무소가 들어오면서 옥바라지하며 기거했던 게스트하우스, 지금으로 말하면 여관이 되겠죠. 그런 역사적인 뿌리가 조선 시대부터 쭉 있어왔어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장소를 서울시가 미리 파악해 체계적으로 관리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호철 교수/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 역사적 자원의 보존 가치 여부를 다방면적인 측면에서 검토한 후 사업 중단 또는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취재 도중 만난 재개발 사업 관련 한 공무원은 "이 정도 충돌은 재개발 현장에서 예사"라고 말했습니다.

충돌과 갈등이 당연시되는 재개발이 과연 정상일까요.

대화와 타협을 기대하는 건 정말 무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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