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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검토위원 10명이 말하는 '출제 과정' 문제점은?

입력 2014-11-20 20:59 수정 2014-11-2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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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스튜디오에 이번 수능 문제를 취재한 박성훈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성훈 기자, 현재 수능 문제 출제, 검토 시스템이 잘 알려지지 않았죠. 이번에 저희가 여러 가지 조사를 통해서 알아낸 것 같은데, 어떻게 됩니까?

[기자]

이 시스템 자체가 그동안 베일에 상당히 가려져 있었습니다. 당연히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보니까요.

JTBC 취재팀에서 전현직 출제위원들 10명을 심층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번 문제와 관련된 내용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수능 문제가 어떤 식으로 출제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 내용을 신혜원 기자의 보도로 먼저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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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언어영역, 2008년 물리2, 2010년 지구과학1, 2013년 세계지리에 이어 올해까지, 수능 오류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검토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평가원은 보안상의 이유로 출제-검토 과정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JTBC 취재진은 전·현직 출제관계자 10여 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수능 문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선발된 출제·검토위원은 비밀리에 부쳐진 장소에서 한 달간 합숙을 진행합니다.

출제위원 한 명당 평균 4~5문항을 담당하는데 사실상 출제에 주어지는 시간은 1주일에 불과합니다.

1차 문제지가 완성되면, 1차 검토위원회가 소집됩니다.

수차례의 서면 검토와 대면 토론 과정이 오가고, 부적절한 문제는 탈락시킵니다.

출제위원들은 대체 문제를 만들거나 오류를 수정하는 작업에 돌입합니다.

영어를 사회가, 국어를 과학이 검토하는 이른바 '교차 영역 검토'도 이뤄집니다.

이후 2차 검토위원회가 열리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조정위원회가 추가로 소집됩니다.

이처럼 여러 차례 검토 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내부 의사 결정구조의 문제로 문제 제기된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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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도에 따르면 여러 번의 검증 절차를 거치게 되어 있군요, 교차 검증도 하고. 잘 이해가 되지 않기는 합니다, 영역이 다른데 어떻게 교차 검증이 되는지… 아무튼, 번번이 문제에 오류가 생기는 이유는 뭐라고 봐야 될까요?

[기자]

저희가 어렵게 출제위원들을 통해서 상당 부분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오늘 그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여러 분들이 얘기해주신 4가지 문제를 제기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로 말씀드릴 대목이 요즘 수능 마피아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데요.

수능 마피아라는 것은 문제를 출제한 사람과 검토한 사람이 서로 학맥이나 인맥으로 얽혀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얽혀있다 보니 문제 자체의 또 다른 문제가 있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문제 제기를 하더라도 그것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그런 문제들이 존재하는 것인데요.

실제로 어떤 특정과목일 경우에 국내에 많은 학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시험 출제위원으로 나서는 분이 한정되어 있고, 또 그러다 보니 이분들이 연결하는 인맥과 학맥의 폭이 생각보다 좁습니다.

그래서 되풀이해서 출제위원이 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과정에서 검토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저희가 한 분의 얘기를 직접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분 얘기에 따르면 문제 제기를 했더니 심지어 너 몇 학번이야 이런 얘기까지 나왔다고 하는데요, 한 번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전 출제위원 A씨 : 아는 사람이 선·후배 관계가 있지요 이렇게. 그러면 이제 거기서 문제 출제 하잖아요. 그러면 이제 서로 나중에 토의를 해요. 그러면 선배교수가 출제한 것에 대해서 후배교수가 '이것 잘못되었습니다. 이거 좀 문제가 있다' 이렇게 못 한단 말이에요. 선, 후배 걸리고 아는 사람 있고. 그러면 얘기하기가 거북하고 아까도 내가 이야기 들어보니까 후배교수가 얘기했다가 '너 몇 학번이야?' 이렇게 나온다는데.]

[앵커]

예. 이게 어떤 의미입니까?

[기자]

네. 출제 위원들이 주로 폐쇄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주로 아는 사람들끼리 출제위원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대체로 많은데, 문제 제기를 하면 심하게 얘기를 하면서 그건 문제가 아니야 라며 억누른다는 얘기인데요. 이런 얘기들이 여러 분들을 통해서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출제 방식의 문제는 없습니까?

[기자]

출제 방식을 지적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현재 수능 출제 문제는 80% 정도는 교수가 20% 정도는 고등학교 교사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검토는 고등학교 교사들이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기본적으로 문제를 내는 분들이 교수들이다 보니, 교수들이 낸 문제에 대해서 교사가 문제 제기를 하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실제로 작년에 문제가 됐던 세계지리 문제가 결국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명이 났죠.

그런데 그때 당시 고등학교 교사가 검토위원으로 참가해서 문제를 제기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생명과학 문제 역시 검토했던 고교 교사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제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수가 그것이 아니다 라고 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죠.

다시 말해서 교수 중심의 출제 방식으로 인해서 실제로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면이 있다 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얘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전 출제위원 B씨 : 검토진에 차라리 교수가 한 명이나 두 명 정도 들어가면 출제진하고 검토진이 서로 이렇게 아무래도 대등한 관계의 위치에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출제진의 파워가 세다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교수와 교사 간의 권력 싸움이 있으면 논리적으로 교사들이 안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약자이죠.]

[앵커]

종합을 하면, 검토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기자]

네, 교수와 교사 간의 대등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이런 구조가 문제라는 것인데요.

취재해 본 바에 따르면 모든 과목에서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소수 의견에 따르면 어떤 교수들은 교사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을 가지고 와라, 아니면 내가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달라 이렇게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어떤 교수가, 어떤 교사가 출제하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시스템의 문제, 간략하게 뭐라고 할 수 있습니까?

[기자]

시스템의 문제도 상당 부분 있는데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은 사람의 문제라면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첫 번째는 출제하는 시간이 상당히 부족하다, 두 번째는 EBS 문제를 많이 활용해야 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우선 수능 시험은 15일간의 출제와 15일간의 검토 과정을 거칩니다. 그런데 이 시간이 결코 길지 않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먼저 한 검토위원의 얘기 들어보시죠.

[전 검토위원 C씨 : 솔직히 마감을 넘겼어요. 되게 부족해요. 너무 부족해요. 막판에 거의 잠도 못 자고요. 그게 쉽지가 않아요. 다른 과는 남는 과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번에 논란이 된 영어시험 문제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역시 들어보시죠.

[전 검토위원 D씨 : 시간에 쫓기면서 지문 교체나 답지교체 되면서 마지막에 기초적인 점독작업을 놓친 거 아니냐 그런 추측을 하거든요. 정상적인 시스템을 밟았으면 나올 수 없는 사례죠.]

[앵커]

결국은 출제 시간을 기본적으로 더 늘려야 되겠군요, 이 부분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되겠네요?

[기자]

네,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듯이 EBS 교재의 70% 출제 부분에 대해 지적하는 위원들이 많았는데요.

EBS 문제를 내는 것은 사교육을 막자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만, 출제위원들이 주로 교과서와 EBS교재를 가지고 들어가는데 EBS 문제를 가져오는 부분에서 1차 검토가 된 문제라고 보고 검토를 상대적으로 적게 한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 부분도 상당히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요.

사실 EBS 문제라도 당연히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바쁜 시간에 쫓기는 과정에서 EBS를 많이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작 EBS 교재는 올해만 890여 건의 오류가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더 신중하게 하는 대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대안이 있다면 짤막하게 뭘까요?

[기자]

저희가 교수들을 취재하면서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도 많이 했었습니다.

우선적으로 앞에서 문제로 지적된 것이 사실 다 대안이 되는데요.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의 풀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가장 많았습니다.

두 번째로는 출제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고요, 교사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끝으로 이것이 이런 수능 문제가 나올 때마다 출제자 한 명에게만 돌리는 구조를 벗어나서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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