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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도 공처럼 차버릴 듯했던…'불굴의 유상철'을 기억합니다

입력 2021-06-08 21:55 수정 2021-06-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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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유상철 감독 (2020년 6월 JTBC '뭉쳐야 찬다') :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요. 항암치료라는 게 아시겠지만 힘들긴 한데…꼭 이겨내서 운동장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끔, 치료 잘하고 이겨내겠습니다.]

[앵커]

1년 전, 이 모습이 마지막일 줄 몰랐습니다.

은퇴를 했어도 또, 감독이 돼도 우리에겐 영원한 '멀티 플레이어'로 기억되는 유상철 선수가 남긴 것들을 오광춘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국제축구연맹, FIFA는 "한번 월드컵 영웅은, 언제나 영웅"이라고 적었습니다.

밝게 웃던 사진 속 그 얼굴도 꺼냈습니다.

다 졌다고 생각했던 1998년의 여름.

벨기에를 침묵하게 했던 동점골, 월드컵에선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한국 축구에 승리를 선물했던 2002년 폴란드전 쐐기골.

유상철은 뭔가 힘들어 보일 때, 기적을 만들어내곤 했습니다.

열심히, 그리고 많이 뛰면서 공이 없을 때 그 가치를 드러내는 선수였습니다.

[송종국/2002 월드컵 대표 ('터치플레이' 인터뷰) : 당시에 유일한 멀티플레이어가 형님이었잖아요.]

골키퍼 빼곤 수비부터 공격까지 안 해본 게 없고, 버겁다 생각할 때도 언제나 강해 보였습니다.

[최태욱/2002 월드컵 대표 ('터치플레이' 인터뷰) : 코너킥에서 헤딩을 할 때 상대보다 머리가 하나 더 높게 점프를 하셔서 헤딩으로 골을 넣으셨던 기억이 아직도…]

투혼이라는 말 뒤엔 이런 흔적도 남았습니다.

상대와 부딪히며 다 뜯겨진 유니폼, 부러져서 짓눌린 코뼈, 또 선수시절 왼쪽 눈은 보이지 않아, 나머지 한쪽 눈으로 공을 봤다고도 했습니다.

[유상철/인천 감독 (2019년 11월) : 저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 견디고 이겨내서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리고 감독으로 축구인생의 후반전을 한창 달릴 때, 췌장암 투병중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그라운드에 있던 선수들 모두가 울었습니다.

월드컵 4강보다 암 완치 확률이 높다며, 축구공처럼 암도 뻥 차버리라는 응원글도 나왔습니다.

[이천수/2002 월드컵 대표 : 불굴의 유상철을 믿습니다.]

[안정환/2002 월드컵 대표 : 형님, 사랑합니다.]

유상철은 얼마 전까지도 희망을 얘기했습니다.

[유상철/인천 감독 (2019년 12월) : 선생님이 또 대표팀 감독 할 줄 아냐. 그래서 만날 수도 있지…]

[이강인/발렌시아 (2019 12월) : 다시 감독님 해주셔야죠.]

유상철을 보면서 꿈을 키웠던, 슛돌이 이강인은 "하늘에서 지켜봐달라"는 말을 적었습니다.

그라운드에서 무뚝뚝해 보일 정도로 우직하게 뛰던 유상철의 마지막 선물은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영상제공 : 터치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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