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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은 어떡하라고"…어린이집 집단휴원 앞둔 학부모들 '비상'

입력 2016-06-22 15:59

학부모들 "당장 아이 어디 맡기나" 전전긍긍
원장·보육교사 "많은 어린이집 폐업 고려" 하소연
정부 밀어붙이기 정책-어린이집 무책임 양비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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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은 어떡하라고"…어린이집 집단휴원 앞둔 학부모들 '비상'


다음달 시행되는 '맞춤형 보육'을 반대하는 일부 어린이집이 23~24일 집단 휴원을 예고하면서 부모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장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어린이집이 집단 휴원에 들어간다는 소식에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한민련)은 내달 1일 시행 예정인 0~2세 맞춤형 보육에 반발해 23일부터 이틀간 집단 휴원에 들어간다. 한민련은 어린이집 회원 1만4000여 곳을 보유한 단체다. 이 가운데 1만 곳 이상이 집단휴원 투쟁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자녀를 맡길 곳이 없는 부모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워킹맘들의 불만이 줄을 잇는 상황이다.

인천의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직장인 김모(31)씨는 "갑작스러운 어린이집 휴원 통보에 시어머니가 급하게 집으로 오게 됐다"며 "아이를 본다고 회사에 휴가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한 워킹맘은 "육아 휴직을 끝낸 후 복직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어떻게 어린이집 파업으로 이틀을 쉰다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워킹맘은 "시청에다가 '휴원하면 맞벌이 부부는 어떡하냐'고 전화를 했더니 동의서를 내지 말라고 하더라"며 "우리만 동의서를 안 낸다고 해도 휴원은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동의서를 내지 않았다가 우리 아이만 미움을 받을까 봐 걱정됐다"고 우려했다.

전업주부들도 마음이 편치 않다. 정해진 일정들을 줄줄이 취소하면서 어린이집 휴원에 대비하고 있다.

경기 안산에 사는 전업주부 이모(32)씨는 "어린이집의 휴원 통보에 잡아놨던 치과 예약을 취소했다"며 "아들과 함께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자녀를 둔 직장인 엄마들을 대신해 내일 하루는 내가 아이들을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엄마들의 입장이 이해가 가서 내일은 내가 4명의 아이를 봐주겠다고 했지만 24일은 나도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걱정"이라며 "어린이집 휴원 때문에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만 불쌍해졌다"고 푸념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이모(33)씨는 "다행히 어린이집으로부터 정상 운영을 한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다만 어린이집에서 '일부 어린이집 휴원 공지로 인해 어린이집 간의 마찰이 생길 수 있어 학부모들에게 맞춤 보육을 반대하는 확인 동의를 받겠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전업주부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내일 하루종일 아이들과 뭘하고 놀지 고민이 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맞춤형 보육은 하루 12시간 운영되는 어린이집 '종일반'과, 오전 9시~오후 3시 하루 최대 6시간과 필요할 경우 월 15시간 긴급보육바우처를 추가 이용할 수 있는 '맞춤반'으로 나눠 운영하는 보육제도다. 직장에 다니는 부모는 기존처럼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지만 전업주부 등은 맞춤반을 이용해야 한다.

어린이집은 이 제도로 수익이 크게 줄어 운영난이 심화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43)은 "맞춤형 보육이 많은 어린이집은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며 "아기 업고 먹이고 재우고 했는데 사회적 질타를 받아야 한다니 문을 닫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부모의 입장에서도 오후 3시 이후 추가로 3시간 더 아이를 맡기려고 하면 시간당 4000원, 한 달에 20만원을 보육료로 내야 한다"며 "전업주부들이 종전 내지 않던 돈을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육료를 시급으로 계산하게 되면 어린이집도 자존심이 상한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잠실에서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32)씨는 "학부모들의 반발로 휴원은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주위 반응을 살펴보니 어린이집 원장, 우리 같은 직원들, 학부모 모두 정부 정책을 반대하더라. 이번 정부의 방침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광진구 보육교사 최모(33)씨는 "종일반에 편입되려면 한부모 가정, 차상위 계층 등 알리고 싶지 않은 것까지 공개해야 한다"며 "동사무소에 그걸 알리고 종일반에 들고 싶은 엄마가 어디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최씨는 "맞춤반 아이들이 다 가버린 후 남은 종일반 아이는 '우리 엄마는 언제 오냐'고 바로 묻는다. 아이들의 상실감도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23~24일 휴원을 예고했던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한가연)는 집단 휴원을 잠정 유보하기로 했다. 정부가 맞춤형 보육 시행에 앞서 제도 보완 의사를 전달함에 따라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2만6000여 곳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어린이집 단체인 한국어린이집총연합도 24일 학부모들의 맞춤형 보육 종일반 신청이 끝난 후 정부가 내놓는 개선책을 보고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직장인 한모(31)씨는 "정부의 막무가내 정책 때문에 왜 엄마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렇다고 충분한 시간도 안 주고 갑자기 휴원해버린 어린이집도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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