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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여의도 면적 19배' 숲이 사라진다?

입력 2020-07-13 09:30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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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34)

이번달부터 도시공원 일몰제(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실효제)가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합니다. 좀처럼 대중들에 알려지지 않았던 제도입니다만 그 여파는 꽤나 큽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여의도 면적 19배' 숲이 사라진다?

먼저 도시공원이란 무엇일까요? 흔히 동네 '뒷산'부터 'ㅇㅇ공원', '시민의 숲' 등 이름 붙여진 공원까지를 일컫습니다. 정확한 정의로는 "도시지역에서 도시자연경관을 보호하고 시민의 건강·휴양 및 정서생활을 향상시키는 데에 이바지하기위하여 설치 또는 지정된 도시계획시설"이라고 할 수 있죠.

최근엔 '그린 인프라'라는 이름과 함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필수 요소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여의도 면적 19배' 숲이 사라진다?
 
[박상욱의 기후 1.5] '여의도 면적 19배' 숲이 사라진다?
 
[박상욱의 기후 1.5] '여의도 면적 19배' 숲이 사라진다? (참고: <더위 끝 찾아오는 `미세먼지`…`도시숲`에 답이 있다> 2019. 8. 26 뉴스룸)

어떤 효과를 보였는지 지난해 늦여름, 뉴스룸을 통해서도 소개드리기도 했는데요, 푹푹 찌는 더위에도 한낮 온도가 4도나 차이 났고, 미세먼지의 농도 역시 30% 안팎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숲 안이니까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효과는 안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그 숲의 인근 지역들은 이 숲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죠.

여기에 숲들로 만들어진 '바람 길'은 정체된 대기를 뻥 뚫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나무, 숲 자체로도 미세먼지를 줄이지만,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대기정체로 인한 고농도 현상을 막는 겁니다. 이미 해외 여러 도시들이 숲을 이런 역할로 활용하며 그 효과를 보고 있고, 우리나라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선언'과 '목소리'는 나온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도시공원 일몰제'는 어떤 제도일까요. 정부 또는 지자체가 공원을 짓기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정한지 20년이 넘도록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이를 해제(일몰)하는 겁니다. "장기간 계획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으로 일몰제가 등장하게 됐습니다.

개인이 개발할 요량으로 땅을 샀거나, 갖고 있던 땅을 각자의 용도에 맞춰 개발하려고 했을 때, 도시계획시설에 지정됐다는 이유로 아무 손도 쓸 수 없다… 그저 듣기만 해도 답답한 일일 겁니다. 이들 땅이 '공원'으로 남게 되려면, 각 지자체들이 그 땅을 사들여야만 합니다. 일견 당연해 보이는 일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일몰 대상이 되는 곳이 그저 '개인 소유 땅'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여의도 면적 19배' 숲이 사라진다? 2020년 7월 1일부로 해제되는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지. (자료: 환경운동연합)

이번 일몰제로 해제되는 도시공원의 면적은 158.5㎢로 여의도 면적의 19배에 이릅니다. 국공유지만도 5057건. 면적은 15.08㎢에 이릅니다. 공시지가로 따지면, 3조 668억원이 넘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 5057건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섰습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이중 정부 부처가 소유한 면적은 784만 6,085㎡로 전체의 반을 차지합니다. 이 역시 지방자치단체가 사들여야 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여의도 면적 19배' 숲이 사라진다? 지자체별 실효지 금액 (자료: 환경운동연합)

전국 17개 지자체 가운데 가장 큰 부담을 지는 곳은 바로 서울입니다. 국공유지를 매입하기 위해서만도 2조 331억 6526만원(공시지가 기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설마 이 공원도 해제 대상인가?'싶을 정도로 이미 공원의 모습, 나무들이 우거진 모습을 완성한 곳들도 많습니다. 서울만 예를 들어봐도, 서초구 서리풀공원, 우면산도시자연공원, 서대문구 안산도시자연공원, 종로구 북한산도시자연공원, 삼청근린공원 등등… 혹시나 우리 동네 공원의 '안녕'이 걱정되신다면, 이 단체의 '2020년 사라지는 우리동네 공원찾기(https://www.savingseoulparks.com/find)'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여기에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지자체는 서울시였습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도시공원 지키기에 나선 건데요, 서울시는 "일몰제로 실효될 위기에 놓였던 시내 총 132곳(118.5 ㎢)을 100% 보존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132곳 중 129곳의 토지는 매입했고, 공원을 유지하는 개인 토지 소유주들에겐 지방세 50% 감면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또, 시의 매입을 원치 않는 종교부지의 경우 '임차공원제도'를 통해 공원 이용을 보장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와 사정이 많이 다른 지자체들의 경우, 이같은 방법론을 따라할 엄두조차 내기 어렵습니다. 세수나 예산 규모만으로도 서울과 다른 지자체는 비교할 수 없죠. 서울시에도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던 결단인데 다른 지자체들도 "서울시처럼 하라"고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올해 일몰제로 사라질 위기에 빠진 전국의 도시공원 면적은 158.5㎢. 앞으로 5년 후인 2025년엔 여기에 추가로 164㎢의 도시공원이 추가로 일몰됩니다.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여기서 등판해야 하는 곳이 있습니다. 정부와 입법기관인 국회입니다. 그린 뉴딜을 하겠다, 그린 인프라를 확대하고 활성화하겠다… 공허한 외침만이 아니라 사라지게 될 도시공원 중 국공유지라도 당장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일몰제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멋진 말만 외치고 책임은 지자체에 미루는 것이 아니라 직접 뱉은 말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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