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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양승태 구속'에 고개숙인 대법원장…"참담하고 송구"

입력 2019-01-24 19:15 수정 2019-01-2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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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저희가 회의를 끝내면서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인가 기각될 것인가 정말 여론이 팽팽하다 그런 얘기를 했는데, 결국 영장이 발부돼서 양 전 대법원장은 독방에 수감되어 있습니다. 검찰이 제시한 물증이 결정적이었고, 또 본인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후배판사들에게 책임을 돌린 부분이 오히려 부메랑이 됐다는 그런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사법부 역사상 초유의 일에 대해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아침에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는데요. 오늘 최 반장 발제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구속 관련 소식을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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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일 자택 앞 '놀이터 기자회견'
"재판을 무슨 흥정거리로 삼아서 거래를 하고 결단코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2019년 1월 11일 '대법원 앞 기자회견'
"편견이나 선입감 없는 시선에서 이 사건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직 사법부 수장의 헌정 사상 첫 검찰 소환

조사보다 길었던 조서 검토

그리고

2019년 1월 24일 새벽 2시 전직 사법부 수장 양승태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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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끝내 구치소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전직 사법부 수장이 구속되면서 헌정 70년 역사상 치욕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법원은 그야말로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참담하다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김명수/대법원장 :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어떤 말씀을 드려야 우리의 마음과 각오를 밝히고 또 국민 여러분께 작으나마 위안을 드릴 수 있을지 저는 찾을 수 없습니다.]

전직 사법부 수장을 구속시킨 사람은 양 전 대법원장의 25년 후배인 명재권 부장판사입니다. 검사 출신으로 올해로 10년차 판사로 접어들었는데요. 사법농단 관련 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면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한창 나올 때 영장업무에 투입이 됐습니다. 검찰 출신이라는 점, 또 사법농단 핵심 인물들과 인연이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분석이 있었죠. 명 판사, 핵심 인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처음 발부했고 또 오늘 새벽에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범죄사실 상당 부분이 소명이 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또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라는 이유로 구속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어제 오전 10시 30분 심사를 시작한 지 15시간 30분 만인 오늘 새벽 2시쯤 내린 결정입니다.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이 참석한 심문은 5시간 30분 동안 진행이 됐죠. 이 자리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구속을 이끌어 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제징용 관련 김앤장 변호사와의 독대 사실이 담긴 문건, 그리고 판사 블랙리스트 실행이 담긴 문건, 그리고 대법원장 지시가 표시된 이규진 업무수첩 이 3가지 였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양 전 대법원장의 방어전략이 자충수가 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앤장 측과의 독대에 대해서는 "김앤장 변호사가 왜곡해 진술을 했다"고 했고요. 그리고 지시사항 옆에 '大'자가 적힌 수첩은 "사후에 조작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나를 모함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구속이 됐다는 것, 검찰이 내민 증거에 대해 영장 판사가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해명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또 향후 재판을 받게 될 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사들에게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여전히 제왕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소위 '괘씸죄'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양승태/전 대법원장 (지난 11일) :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법원을 한번 들렀다가 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기자회견하시는 게 후배 법관들에게 부담 줄 것이라는 생각 안 해보셨어요?) 편견이나 선입감 없는 시선에서 이 사건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제 오전 구속심사를 앞두고 법원 앞이 둘로 나뉘었던 것처럼 결과가 나올 때 까지는 양 전 대법원장이 기다리던 서울구치소 앞이 마찬가지로 둘로 나뉘었습니다. 새벽 2시 영장이 발부되자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반대 단체 : (손혜원을) 구속하라! (서영교를) 구속하라! (이석기를) 사형하라! (이석기를) 사형하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찬성 단체 : 구속이다! 양승태 구속! 양승태 구속! 이겼다! 이겼다! 이겼다!]

영장 심사를 앞두고 "사법부의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고 했던 정치권 반응을 한 번 살펴보면요. 민주당 "사법농단 최종책임자에게 내려진 당연한 귀결이다", 바른미래당 "사법농단의 화룡점정, 뿌린 대로 거둔 것이다"라고 했고요. 그리고 민주평화당 "국민의 심판이자 인과응보다"라고 했습니다. 정의당 "법원이 국민에게 항봉선언을 한 것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은 "위법이 있다면 책임지는 것은 마땅하다"면서도 이번 구속이 "현정권의 사법부 장악 시도에 따른 것이라면 역사적 심판이 불가피하다"라고 경고를 했는데요. 당 지도부의 입장도 한번 이어서 들어보시죠.

[정용기/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 이 정권 들어서서 수없이 일어났던 소중한 목숨을 스스로 버리게 만드는 '모욕 주기'가 자행됐습니다. 검찰 출신 법관인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을 꼬박꼬박 피의자라고 불렀습니다. 이번 일로 결국 법원은 스스로 재판거래가 있었음을 인정한 격이 됐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을 사법농단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을 하기는 했지만 검찰도 현 상황이 그리 편치는 않을 것입니다. 문무일 검찰총장, 오늘 말을 아꼈고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도 수사팀 책임자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 앞으로 최장 20일 동안 구속 상태로 조사할 수 있는데요. 내일부터 본격적인 소환조사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기한이 끝나는 다음달 12일 전까지 의혹에 연루된 100여 명의 전현직 법관들 가운데 사법처리 대상자들을 선별해 일괄적으로 기소할 방침으로 보입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해보겠습니다. < 양승태 구속…김명수 "참담하고 송구"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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