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폭 지지로 변화 추진‥개발이슈 집중
개도국 견제, 금융계 경험 부재는 도전 과제
세계은행(WB) 이사회가 16일(현지시간)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을 차기 총재로 공식 선출함에 따라 `김용 체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아시아계 최초의 총재라는 상징적 의미 외에도 개발ㆍ보건 이슈에 천착한 전문가라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를 전망하는 낙관론이 있는 반면 금융계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을 결정적인 `결함'으로 꼽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어린시절 한국에서 태어나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이미 1.5세대로, 하버드대에서 20년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결핵 퇴치와 국제 의료활동에 앞장서는 등 저개발 국가의 빈곤 문제에 집중해 왔다.
미국이 `깜짝 카드'로 김 총장을 지명한 것도 주로 후진국의 경제부흥과 개발촉진 등을 지원하는 세계은행의 목적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김 총장을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최근 세계은행 187개 회원국에 보낸 서한에서 "김 총장은 기후변화, 식량안보 등 전세계가 직면한 도전과제를 다뤄야 하는 세계은행의 역할을 이해하고 있다"며 지지를 당부한 것도 이런 배경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김 총장이 미 정부의 이런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세계은행의 변화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김 총장은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내가 이 조직을 이끌 책임을 맡게 된다면 현상유지에 대해 어려움을 던지고 기존 관행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비해 위상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세계은행을 획기적으로 개혁ㆍ변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계 경험이 없는 김 총장이 현장 경험만으로 세계은행이라는 조직을 이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최근 경제와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김 총장보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이 총재로 더 적합하다고 보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김 총장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오히려 신흥개발국들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큰 도전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의 세계은행 총재 지명권을 `전횡'이라고 반박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앞으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사건건 반론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이 이런 반발을 감안해 아시아계 인물을 지명하긴 했지만 이번 총재 선출 과정에서 신흥개발국들이 후보를 내세우며 `미국의 권위'에 도전한 것은 이런 험로를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김 총장으로서는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이런 안팎의 저항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동시에 세계은행의 위상 재정립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함께 풀어야 하는 이중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