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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수 백개 '복사 댓글'이 단순 오류?

입력 2018-03-15 14:16 수정 2018-03-1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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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수 백개 '복사 댓글'이 단순 오류?

◆ 관련 리포트
음해성 '조직적 댓글' 정황도…김지은씨 측 "법적대응"
→ 기사 바로가기 : http://naver.me/FJLsBax0

네이버 뉴스 페이지에는 하루에도 수백 개의 기사가 올라옵니다. 기사 댓글은 많게는 수천 개씩 달리기도 합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검찰에 자진 출두한 지난 3월 9일, 이 기사도 그랬습니다. 댓글 9,200개, 그런데 유독 한 아이디의 똑같은 댓글이 자주 보였습니다. 댓글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솔직히 도지사가 난 더 큰 피해자인 듯하다. 힘내시고 적극적으로 파이팅 하세요. 한국이 여성들 때문에 망하겠구나 하는 깊은 생각이 든다!"

화면을 내린 것 같은데 댓글이 보이고 또 보이고…댓글이 한두 개가 아니구나 싶어 직접 세보기로 했습니다. 무려 264개였습니다.

네이버는 아이디 한 개당 하루 20개로 댓글 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댓글 정책상 쓸 수 없는 댓글인 겁니다.

댓글 작성 시간을 보니 해당 아이디는 지난 10일 자정부터 새벽 2시 46분까지 댓글을 썼습니다. 심지어 띄어쓰기도 똑같은 댓글을 1분에 최소 1개씩 작성한 겁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3시간 가까이 움직이지도 않고, 모니터 앞에서 성실히 댓글만 쓴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니, 과연 사람이 맞을까요? 

<성실히 수백 개의 중복 댓글을 쓴 당신, 사람 맞습니까?>

수상한 댓글은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네이버 댓글을 전수 조사하는 워드미터(http://www.wordmeter.net/)라는 사이트를 이용해 댓글 사용자 순위를 살펴봤습니다. 최근 들어 하루 20개가 넘는 댓글을 쓴 아이디가 여럿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댓글 365개를 쓴 아이디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댓글을 많이 쓴 아이디의 댓글을 보니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마치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한 것 처럼 띄어쓰기까지 똑같았다는 겁니다.작성 패턴도 비슷해 1~2시간 동안 몰아서 썼습니다.

내용은 정부를 음해하거나 이념 댓글들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사람이 문죄다. 북재앙', '문재인은 김정은에게 100% 속고, 국민은 문재인과 주사파에 속고 있다'. 기사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쓰는 게 아니라 기사 내용과 상관없이 같은 댓글을 여러 기사에 달고 있었습니다. 어떠한 정치적 의도로 댓글을 생산하는 게 아닐까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

그런데 네이버의 답변은 안일하다 못해 한가롭게 느껴졌습니다. 단순 시스템 오류라는 겁니다. 네이버는 지난 2월 22일 중복 댓글을 방지하기 위해 캡차 기능을 도입해 보안 시스템을 강화했습니다. 캡차란 사람과 컴퓨터를 구별하기 위한 테스트인데, 이미지를 읽고 직접 입력해야 다음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입니다. 즉, 컴퓨터가 자동으로 '복붙' 댓글을 달지 못하도록 한 거죠. 그런데 오히려 해당 시스템 오류로 중복 댓글을 여럿 쓸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네이버는 취재진이 확인을 요청한 지난 13일에야 프로그램 오류를 잡았습니다. 네이버는 20일 동안 댓글 보안 정책이 뚫렸다는 걸 몰랐던 겁니다.

<댓글은 오늘도 전쟁 중>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을 조작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했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월 7일 기사 http://naver.me/FLCSqxdK)

기사 아래에 바로 노출되는 '베스트 댓글' 1, 2, 3위의 공감수가 1분에 100개 씩 빠르고 비슷하게 올라간 겁니다. 이에 대해 보안 전문가는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기계가 했다면 가능하겠죠."라는 말을 던졌습니다.

이 같은 댓글 조작 의혹과 관련해 네이버는 지난 1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 수사대가 한 달 넘도록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직접 해명하는 것보다 객관적 수사를 자처해 이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런데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히 큽니다. 댓글 보안 시스템이 뚫린 걸 20일 동안 몰랐고, 뒤늦게 보안했다는 네이버, 댓글 조작 의혹에 방관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네이버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되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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