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제2, 제3 피해자 나와선 안 돼" 여군의 증언 뒤에는…

입력 2015-03-20 20:4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이 내용을 직접 취재한 기자와 함께 한 걸음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스튜디오에 정치부 이주찬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백령도에 지난번에 며칠 동안 들어가서 취재하고 왔잖아요. 저희가 지난번에도 전해드렸습니다만, 여군 한 사람은 해병 부대에서 직접 이주찬 기자와 만나는 것으로 자리를 주선했고 그 자리에서 "나는 성추행 당한 적이 없다"라고 얘기를 해서, 그 내용도 저희가 전해드렸습니다. 그 전에 이런 성희롱 의혹이 있다는 보도는 나간 바 있었고요. 당사자가 그렇게 얘기를 하니 저희도 이 사건을 접을 수 밖에 없었는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백령도 취재 당시에 분위기는 부대를 포함해 굉장히 경직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는데 어땠습니까?

[기자]

백령도 같은 경우에는 워낙 소비하는 층이 다 군인이다보니 군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그러면 바로 경색되는 분위기, 그러면서 소비가 줄게되고요. 그런 분위기였기 때문에 이미 우리가 입도할 때부터 취재진이 들어간다는 소식을 부대에서 접수한 것 같습니다.

그런 소문이 빨리 전파돼서 마을이나 읍내에는 굉장히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술집 같은 곳에서도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경직된 분위기였습니다.

[앵커]

저희가 조금아까 육성으로, 물론 변조해서 들려드렸지만 그렇게 증언을 한 여군은 여기에 근무했던 여군, 부인했던 그 여군은 아니란 말이죠. 그 취재과정을 얘기해주시죠.

[기자]

우선 취재 결과를 보고 직접 연락이 왔는데요.

취재진과 만난 여군은 엄연히 성희롱과 술자리 강요 등 많은 문제가 있는데, 이런 사실이 은폐되는 것 같아 분노를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자신도 문제 제기를 처음엔 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렵게 용기를 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감찰 조사에서 성희롱 등 문제점을 조목조목 진술했는데, 상부에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들어 직접 나서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저희한테 얘기하기 전에 이미 감찰 나온 군 부대 관계자에게 다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반영이 안 되더라, 그래서 저희 JTBC에게 털어놓기로 했다, 이런 얘기잖아요. 어찌보면 자칫 불이익이 있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증언한 여군에게는. 그것까지 감안을 해서라도 이것은 밝혀야되겠다 해서 허락한 모양이죠?

[기자]

예, 여군은 취재진을 직접 만나 분개했는데요,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한다, 정확한 실상을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신분이 노출될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본인의 육성을 사용해도 좋다고 허락했습니다.

또 보도로 인해 조사를 받게 되더라도 있는 그대로 진술하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다만 음성은 변조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앵커]

당연한 요청이기도 하죠. 해병대사령부가 오늘 감찰 내용을 발표했는데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역시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감찰을 제대로 했느냐, 아니면 애초부터 감찰을 제대로 할 의지가 없었느냐는 의구심도 갖게 되잖아요?

[기자]

해병대사령부는 한마디로 성추행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감찰 결과를 발표한 것은 JTBC가 보도를 했기 때문에 요청해서 그 결과를 알려준 것이고요. 당초 발표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저희 보도에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만, 군 내부에서 제기된 성매매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다만 1110 위반, 그러니까 1가지 술로 1차만 하고 10시 이전에 술자리를 끝낸다는 내부 규정인데요. 그 규정 위반과 족구를 하면서 1만원씩 돈을 거뒀다는 부분만 지적해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어찌 보면 약한 부분만 공개했다… 이런 얘기가 되네요.

[기자]

앞서 보도에도 수시로 술자리가 이뤄졌다고 했는데 단 몇차례 밖에 없었다고 결과가 나왔는데요.

이 내용만 봐도 감찰이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해병대사령부는 설문 조사가 무기명이 아닌 실명으로 이뤄진 데 대해서는 이미 잘못을 인정한 바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반드시 무기명으로 설문을 해야 한다고 부대 규정에 명시된 바가 없기 때문에 관련자 처벌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실명 설문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하나마나한 설문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보여집니다.

[앵커]

오늘 저희가 육성 증언을 전해드렸고요. 그렇다면 이것은 재조사가 불가피한 상황 아니겠습니까?

[기자]

오늘 보도 직전에 해병대사령부측의 입장을 물어봤는데요.

해병대 측은 보도 이전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보도를 본 뒤에 판단하겠다는 뜻을 시사했습니다.

해당 부대에 근무한 적이 있는 여군이 직접 증언하고 나섰기 때문에 진상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 전면적인 재조사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이 문제들에 대해서 해병대가 어떻게 접근하고 조치를 취할지 저희가 끝까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피해자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 분을 위해서라도 저희가 끝까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고요. 그뿐만이 아니라 전체 부대 여군들을 위해서라도 관심을 가져야하지 않냐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입니다.

이주찬 기자였습니다.

관련기사

해병대사령부, '성추행 의혹' 감찰…"실명 설문은 잘못" 부대서 취재진 만난 여군 "성추행 없었다"…해병대 주선 '해병대 여군 성추행 의혹' 감찰한다면서 실명 써내라 '해병 성추행' 부대, 자정 넘어까지 술판…근무기강 해이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