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충북 청주의 한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지금부터 당시 상황을 CCTV로 전해드릴 텐데,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지 보실 수 있습니다.
먼저 정제윤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충북 청주의 한 화장품 공장.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1시 57분.
화물을 가득 실은 지게차가 직원 이모 씨를 덮칩니다.
지게차는 쓰러진 이씨의 몸 위를 지나쳐간 뒤에도 5m가량 지나서야 멈춥니다.
이씨는 쓰러져서 움직이지 못합니다.
놀란 직원들은 전화기를 꺼냅니다.
119 안전센터에 사고가 접수된 건 1분 뒤인 1시 58분.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CCTV에 119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당시 출동한 119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결과, 구조대는 사고 7분 만에 회사 입구 도로까지 진입했습니다.
하지만 돌아갑니다. 회사 측이 별일이 아니라고 했던 겁니다.
[사고 당시 출동 대원 : 찰과상을 입었는데 본인들이 알아서 할 거 같다. 저희가 정말 돌아가도 되냐 한 번 더 여쭤봤거든요. 안 오셔도 될 거 같다 해서…]
하지만 CCTV 속 상황은 분명 찰과상 수준이 아닙니다.
땅바닥에 쓰러진 이 씨에 놀라 직원들이 우왕좌왕하고, 한 직원은 다른 직원들에게 지게차가 이 씨 배를 쳤다며 몸짓으로 설명합니다.
회사 측은 유족들에게 119를 돌려보낸 건 회사 지정병원 구급차를 따로 불렀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회사 관계자 (유족과 대화내용) : (119 부른 거예요? 아니면 그냥 옮긴 거예요?) 저희하고 맺은 병원 차가 있어서 그쪽에 불러 가지고 간 거예요.]
회사에서 3분 거리에 있던 119 구조대를 돌려보낸 뒤 30분 거리에 있는 지정병원 구급차를 다시 부른 겁니다.
지정병원은 회사 근처 대형 종합 병원보다 2배나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이 씨는 맨바닥에서 20분 넘게 고통을 호소합니다.
그러나 직원들이 취한 조치는 이 씨를 우산으로 가리고, 담요를 덮어준 게 전부였습니다.
2시 20분 현장에 등장한 건 구급차가 아닌 회사 승합차.
직원들은 다리가 부러진 이 씨를 승합차에 옮기면서 들것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당시 이 씨는 갈비뼈 골절과 장기 손상으로 내부 출혈이 심해 온몸을 고정시켜 이송해야 했습니다.
[119 구급대원 : 내부출혈이신 분 같은 경우는 정말 응급이잖아요.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예우가 좋으시죠. 저희는 딱 보면 혈압이 떨어지거나 맥박이 빨라지거나 그런 걸 보고 저희는 판단을 하거든요.]
이 씨를 태운 회사 승합차는 곧바로 지정병원으로 가지 않고, 인근 도로에 서서 다시 지정병원 구급차를 기다렸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근 상인 : (얼마 전에 여기서 구급차 와서 사람 실어간 적 있었나요?) 네. 있었어요. 차가 안 와서 왜 이렇게 안 오나 서 있더라고.]
[지정병원 구급차 운전자 : 저도 움직이지 말라고 했는데 자기들이 차로 싣고 벌써 나오고 있대요. 그랬으면 자기들이 태우고 오지 뭐 중간에 (바꾸냐고)…]
사고 발생 1시간이 지나서야 지정병원에 도착했지만, 해당 병원은 정형외과 전문이었습니다.
치료는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이 씨는 다시 근처 종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과다출혈로 인한 저혈성 쇼크로 숨졌습니다.
[종합병원 의사 : CT 찍어본 결과, 간도 이미 다 손상됐고, 폐도 피가 찼고, 응급차가 갔으면 싣는 허들이 있기 때문에 들쳐업고 망가지거나 하진 않았을 거예요.]
공장 바닥과 도로에서 이 씨의 골든타임이 사라지던 사이, 공장 안은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지게차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