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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난타의 등불…'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

입력 2016-12-0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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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부처가 사위국에 머물 때 왕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각각의 처지대로 공양을 했습니다.

이중 '난타(難陀)'라 불리는 여인은 너무나 가난해서 아무것도 공양할 수 없음을 한탄하다가 결국 하루 종일 일한 품삯으로 등불 하나를 공양했습니다.

그런데 그 등불이야말로 그 많은 등불 가운데 홀로 꺼지지 않고 새벽까지 밝게 타고 있었습니다.

부처는 말했습니다. "비록 사해의 바닷물을 길어다 붓거나 크나큰 태풍을 몰아온다 하여도 그 불은 끌 수 없다. 그 등불을 보시한 사람은 자신의 재산과 마음을 진실하게 바쳤기 때문이다"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밝힌 촛불은 바로 그 난타의 등불과 같았던 것이겠지요.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그 말을, 그래서 사람들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촛불들이 안고 간 사람들.

지난 주말. 청와대의 100m 앞까지 걸어간 세월호의 부모들은 오래 참았던 숨을 내뱉듯 긴 울음을 밖으로 꺼내놓았습니다.

그 애끓는 시간들은 지금도 1분 1분 지나가고 있는데 비밀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보안'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혹은 '모른다'는 말 뒤에 숨어 귀를 막고 있었습니다.

300명 넘는 생명이 물속으로 가라앉던 그 시간. 모두가 황망함과 두려움에 몸을 떨었던 그 시간에 벌어졌다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추측들.

그렇게 끝이 보이지 않는 암담함을 이야기하는 시민에게 그 암담함을 선사한 장본인은 '담담함'을 입에 올렸습니다.

이번 주말, 시민들은 또다시 촛불을 들겠지요.

금요일의 결과가 어찌 나오든지 간에 그것이 광장이 원했던 유일한 목표는 아니었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 난타의 등불은 불경에 나오는 빈자일등(貧者一燈) 이었습니다.

가난한 자의 등불 하나. 간절함이 모였으니 꺼지지 않는 등불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날은 저물고. 어깨는 허물어지고. 어둠은 짙어가는…밤
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

오늘(7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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