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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갑질과 회사의 방치에…콜센터 직원 '산재 인정'

입력 2018-12-24 08:01 수정 2018-12-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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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년 전, 통신사 콜센터 상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고객의 갑질과 회사의 실적 강요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당시 회사 측은 해당 상담사가 감정 조절이 취약했다며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죠. 그런데 최근 4년 만에 서울질병판정위원회가 해당 사건을 산업 재해로 판정했습니다. 회사가 상담사를 보호하지 않는 등, 상담사의 죽음이 업무와 인과 관계가 있다고 봤습니다.

이호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4년 10월, LG유플러스 전북지역 고객센터 상담사 30살 이 모 씨가 자신의 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습니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팀장이었던 이 씨는 같은해 4월, 6시간 동안 전화를 한 고객에게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치욕적인 하루다. 자존심 몽땅 다 버렸다.
내 인격은 없는 것 같다. 내 편도 없다. 너무 외롭다."

- 고 이모씨 일기장 (2014.4.23)


[퇴직 동기 (2014년 11월 인터뷰) : 고객님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다 말 없으면 그냥 계속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어요. 고객님 다른 것 하겠죠. 그러다가 가끔 소리가 나면 고객님, 그러다 또 아무 말 없으면 가만히 있는 거예요.]

"내일 출근이 두렵다. 어떤 비난과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까"
- 고 이모씨 일기장 (2014.4.23)

고객이 "무릎을 꿇라"고 해, 당시 센터 측 지시로 해당 고객이 살던 대구까지 2차례 사과하러 갔지만 결국 거절당했습니다.

이후 이 씨는 회사를 나가라고 요구하는 고객에게 시달리다 결국 퇴사했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5개월 뒤 경제적 어려움에 고객센터에 재입사했고 이후 일주일만에 목숨을 끊었습니다.

'노동청에 고발합니다'로 시작하는 당시 이 씨 유서에는 회사의 실적 압박과 이에 대한 심적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고 이모 씨 아버지 (2014년 11월 인터뷰) : 거리 지나가다 젊은 사람 보면 우리 아들 같고, 여태까지 서른 살 먹을 때까지 손가락질 한 번 안 받고 컸어요. 애가 그렇게 착했어요.]

2년 여 뒤인 2017년 1월.

같은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여고생이 또 다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에 이 씨 유족들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산재 신청을 했습니다.

사측은 이 씨가 애초 감정조절이 취약했다며 회사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2일 서울질병판정위원회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회사가 악성민원에 시달리는 상담사를 보호하지 않은 채, 민원 해결에만 신경을 쓰는 등 이 씨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갔다는 것입니다.

또, 이 씨가 재입사한 뒤 달라지지 않은 업무환경 속에서 이전에 느꼈던 스트레스를 다시 경험할 때 고통의 크기는 이전보다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유명환/노무사 : 고객 응대 근로자,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실상의 해고 독촉, 소위 말하는 고객에 의한.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이 공감하신 거 같고요.]

장시간 노동과 실적 압박으로 매년 500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 끊고 있지만, 지난 3년 동안 산재로 승인된 것은 43건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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