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지금이 적기입니다'

입력 2016-08-01 21:3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16세기 명종 때 경남 밀양에서 시작된 아랑전설이 있습니다.

억울한 죽임을 당해 원혼이 된 아랑은 새로 부임한 사또에게 억울함을 호소하죠.

귀신을 보고도 놀라지 않은 그 간 큰 원님은 속 시원하게 소녀의 억울함을 풀어주지요.

법은, 그리고 법을 손에 쥔 사람은 '억울' 한 자. '약한' 자를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오래된 전설은 담고 있습니다.

옛날엔 잘 몰랐습니다.

왜 검사나 판사 출신 변호사들은 개업을 하면 대개 신문 1면에 광고를 내는지, 어리숙한 저나 몰랐지, 사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유에서였지요.

그리고 몇 달 전 있었던 일입니다.

변호사로 개업하는 한 전직 부장검사가 지인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부장검사를 끝으로 변호사로 새롭게 출발. 동기들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비롯, 대부분 부장으로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

그가 말한 '적기'란 무엇을 의미한 것일까요?

문자에서 드러난 명백한 사실은 바로 '전관예우'

관계자 모두가 입을 모아 "없다"라고 말해온 그 뿌리 깊은 악습이었습니다.

오늘 저희들이 전해드린 소식을 다시 봅니다.

구속을 막는데 검사장 출신 변호사 최소 1억원, 영장을 기각하는 데 판사출신 변호사 3억원.

검찰이 구속을 우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 전관예우의 먹이고리와 연결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합리적 상황에 대한 합리적일 수 있는 의심?

이쯤 되면 법은 약자의 편이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 그들만의 리그가 아닐까요? 이것은 납량특집보다 더 소름 돋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미 우리 눈앞에 드러난 혹은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검찰 발 대형 사건들이 있습니다.

"거악을 척결한다면서 스스로 거악이 되었다" - 황운하 경찰대학 교수부장

그렇다면. 억울함을 풀지 못해 나비가 된 현대판 아랑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요?

앞서 개업 인사 문자메시지를 돌렸다는 그 전직 부장검사의 개업식 풍경을 전해드리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20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그의 변호사 개업식에는 유명가수가 찾아와 노래를 불렀고, 개업 기념품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억울함이 없는 세상"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앵커브리핑] 함께…파멸한다 [앵커브리핑] 한 손엔 권력, 한 손엔 법전…'김앤장공화국' [앵커브리핑] "이쯤 가면 막하자는 거지요?" [앵커브리핑] 루쉰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