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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라이브] 5년 동안 '염전 노예'로…지옥섬 탈출기

입력 2014-02-07 12:54 수정 2014-02-0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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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외딴섬에 끌려간 두 명의 장애인들이 수년간의 학대와 강제노역 끝에 극적으로 탈출했습니다. 주인의 눈을 피해 어머니에게 몰래 보낸 편지로 이번 사건 밝혀졌는데요. 다행히 피해자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오늘(7일) '추적 라이브' 홍상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영등포역 노숙인 무료 급식소입니다.

노숙 생활을 하던 시각장애 5급 40살 김 모씨는 2012년 이 급식소에서 직업소개업자 이 모씨를 만났습니다.

숙식에 월급까지 제공한다는 말에 넘어가 전남의 한 섬에 있는 염전으로 갔습니다.

지적 장애인 48살 채 모씨도 2008년 전남 목포에서 다른 직업 소개업자를 만나 같은 염전에 오게 됐습니다.

두 사람은 바쁠 때는 새벽 3시부터 밤 10시까지 염전 일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약속했던 월급 80만원은 커녕 주인인 48살 홍 모씨로부터 매까지 맞았습니다.

[김 모씨/강제노역 피해자 : 발로 치는 건 고사하고 나무 각목이나 쇠파이프로 칠 때도 많았습니다.]

김씨는 세 차례 탈출을 시도했지만, 이웃들에게 들키면서 모두 실패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그러다 지난달 13일 주인의 허락을 받고 읍내에 나간 기회를 틈타 어머니에게 구조 요청 편지를 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증섭/구로경찰서 형사과장 : (편지에) 소금 사러 온 것처럼 위장하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편지에 주소도 정확하게 기재돼 조기에 피해자를 구출해낼 수…]

경찰은 피해자들을 가족에게 인계하고 염전 주인 홍씨 등 2명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앵커]

요즘 세상에 아직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믿겨지지가 않는데요. 피해자들이 강제 노역을 당한 곳이 우리나라 최대 천일염 생산지인 '신의도'라고 합니다.

'추적라이브' 김관 기자가 직접 사건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여객선이 물살을 가르고 나아갑니다.

지금 이 배는 목포에서 30km 떨어진 신의도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4시간 30분, 다시 목포에서 신의도까지 2시간 30분이 걸립니다.

서울에서 쉼 없이 달려도 7시간이 걸리는 섬에서 김씨와 채씨는 강제노역을 당했습니다.

신의도는 250여 가구가 염전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의 천일염 생산지로 한 해 7만 톤의 소금을 만드는 곳입니다.

강제노역이 이뤄진 홍씨의 염전은 3만 8천 제곱미터로 섬에서도 규모가 큰 편입니다.

홍씨는 신망이 두터운 사람이었습니다.

[신의면사무소 관계자 : 이장도 했었고, 좋은 사람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젊은 사람이 굉장히 열심히 하고…]

하지만 직원들에겐 달랐습니다.

염전에서 1km 떨어진 이곳에 홍씨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보이는 곳이 김씨와 채씨가 무멀던 창고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는데 이렇게 가축 분뇨가 고스란히 쌓여있습니다.

옆에는 일할 때 입던 옷들이 빨래가 되지 않은 채 널려있습니다.

방안은 어떻게 이런 겨울을 났나 싶을 정도로 몹시 차갑습니다.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지내고, 심지어 폭행까지 당했는데 주민들은 왜 몰랐을까.

[이웃주민 : 왔다갔다 해서 잘 몰라. 인부들이 내 사람도 아니니까 터치할 필요도 없는 거 아니에요.]

파출소 경찰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신의 파출소 관계자 : 약간 몇 프로 부족한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거든요. 정상적인 사람이 와서 한 달에 백만원 받고 여기서 일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염전 주인 홍씨는 일부 잘못은 인정했습니다.

[홍 모씨/염전 주인 : 죄송하게 됐습니다. (밀렸던 임금을 다시 주실 생각은 있나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데 연락이 없어서 못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자유롭게 다니는 등 강제노역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피해자들이 길게는 5년. 학대와 강제노역을 당하는 동안에도 주변에서는 아무도 몰랐다고 합니다.

조금 더 우리 주변, 사회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오늘 '추적 라이브'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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