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건을 취재한 김관 기자와 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리포트를 보니 편지 한 통이 인부 두명의 구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섬에 갇혀 살던 김씨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였습니다.
편지에서 김씨는 어머니에게 '이 편지를 받는 즉시 나를 구하러 와달라, 올 때는 소금업자로 위장해 와달라'며 자신이 지금 염전 주인에게 잡힌 채 강제노역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김씨의 어머니는 곧바로 서울 구로경찰서에 이 편지를 들고가 신고를 했거든요.
경찰은 곧바로 김씨가 편지에 적어준 주소로 찾아가 김씨를 먼저 구출하고, 함께 있던 채씨도 신원조회를 해 실종자 신고가 돼있는 걸 확인한 뒤 함께 서울로 데려왔습니다.
[앵커]
두 명 다 노숙 생활을 하다가 직업소개업자를 잘못 만나 이렇게 된 건데, 이런 접근에 속을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는 건가요?
[기자]
결국 돈입니다.
'숙식 제공에 월급까지 준다' 이 말 한 마디에 김씨도, 채씨도 모두 넘어갔습니다.
사실 노숙자들에게 이런 제안은 누구나 귀가 솔깃할만한 얘기거든요.
김씨가 제안 받은 월급이 한달에 80만원인데, 이 말을 믿고 소개업자들을 따라 나서면서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전남 광주로 가자고 했다가 막상 따라 나서니 목포였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배를 타고 데리고 간 곳, 거기가 염전이 있는 섬이었던 겁니다. 김씨의 말 들어보시죠.
[김모 씨 : 이런 데서 노숙하면 뭐하겠느냐 광주에 방 있는데 가서 하룻밤 자고 먹여주고, 담배도 사줄테니까 가자고 말해서.]
[앵커]
김씨와 채씨가 노역을 하던 곳, 실제 굉장히 유명한 소금 생산지라고요?
[기자]
네,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인데다가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도 소개되며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오는 곳이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직접 찾아가봤는데요, 먼저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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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이 물살을 가르고 나아갑니다.
이 배는 목포에서 30km 떨어진 신의도로 향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4시간30분, 다시 목포에서 신의도까지 2시간 30분 걸립니다.
서울에서 쉼 없이 달려도 7시간이 걸리는 섬에서 김씨와 채씨는 강제노역을 당했습니다.
신의도는 250여 가구가 염전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의 천일염 생산지로 한 해 7만 톤의 소금을 만드는 곳입니다.
강제노역이 이뤄진 홍씨의 염전은 3만8천 제곱미터로 섬에서도 규모가 큰 편입니다.
홍씨는 신망이 두터운 사람이었습니다.
[신의면사무소 관계자 : 이장도 했었고, 좋은 사람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젊은 사람이 굉장히 열심히 하고…]
하지만 직원들에겐 달랐습니다.
염전에서 1km 떨어진 이곳에 홍씨 부부가 살고 있었고, 그 옆이 경찰이 김씨와 채씨를 발견한 창고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는데 이렇게 가출 분뇨가 쌓여있고 옆에는 일할 때 입던 옷들이 빨래가 되지 않은 채 널려있습니다.
이들이 숙식을 했던 곳인데 냉골에 가깝습니다. 방안은 어떻게 이런 겨울을 났나 싶을 정도로 차갑습니다.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지내고, 심지어 폭행까지 당했는데 주민들은 왜 몰랐을까.
[이웃주민 : 왔다갔다 해서 잘 몰라. 인부들이 내 사람도 아니니까 터치할 필요도 없는 거 아니에요.]
파출소 경찰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신의 파출소 관계자 : 약간 몇 프로 부족한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거든요. 정상적인 사람이 와서 한 달에 백만원 받고 여기서 일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염전 주인 홍씨는 일부 잘못은 인정했습니다.
[홍모 씨/염전 주인 : 죄송하게 됐습니다. (밀렸던 임금을 다시 주실 생각은 있나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데 연락이 없어서 못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자유롭게 다니는 등 강제노역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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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을 사람들은 좀 놀란 분위기군요?
[기자]
네, 홍씨는 30년 넘게 2대째 염전을 일궈온 사람이었고, 4년 넘게 마을 이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홍씨는 '자신은 이렇게 까지 강제노역을 시킨 것은 아니였다. 밤에는 1~2만원씩 주면서 마트에서 과자로 사먹게 오게 해줬다. 배려를 해줬다.] 이렇게 얘기 했습니다.
제가 만나본 주민들도, 다들 뜻밖이라며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앵커]
하지만 실제 김 기자도 김씨와 채씨가 잡혀살았다고 주장하는 그 창고를 직접 가서 확인한 거죠?
[기자]
네, 저희는 먼저 홍씨를 직접 만나기 위해 집으로 찾아갔지만 홍씨는 섬을 빠져나가 목포에 있는 상태였습니다.
대신 홍씨 집 바로 옆 창고로 들어가봤는데, 경찰이 김씨와 채씨를 발견한 바로 그 창고였습니다.
햇빛이 들지도 않고, 난방도 안 되는 곳이었는데 가축분뇨들까지 저장해놓고 있어서 정말 사람이 살기에는 한눈에 봐도 비위생적이고 열악했습니다.
문제는 김씨와 경찰의 말대로라면 이 섬과 주변 다른 섬의 염전에 아직도 이런 환경에서 강제노역을 하는 사람들이 더 있다는 건데요.
경찰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보입니다.
[앵커]
네,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 분들이 놀라셨을텐데 하루 빨리 근절됐으면 좋겠습니다. 김관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