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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8도 안 되는데 왜 난리"…역대급 지진에도 막말 기승

입력 2016-09-21 15:57

5.8 강진에 "이 정도로 웬 호들갑"
인기 BJ, 인터넷 방송 중 가요 '흔들려' 틀고 춤추기도
"정부 불신 현상에 피해 상황 공감 못 하는 경향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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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강진에 "이 정도로 웬 호들갑"
인기 BJ, 인터넷 방송 중 가요 '흔들려' 틀고 춤추기도
"정부 불신 현상에 피해 상황 공감 못 하는 경향 있어"

"진도 8도 안 되는데 왜 난리"…역대급 지진에도 막말 기승


"진도 8도 안 되는데 왜 난리"…역대급 지진에도 막말 기승


경북 경주 지역에 일주일 간격으로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는 '강 건너 불구경'식 막말이 나오곤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8시33분께 경주시 남남서쪽 11㎞ 지역에서 규모 4.5 지진이, 21일 오전 11시53분께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10㎞지역에서는 규모 3.5의 지진이 발생했다. 앞서 지난 12일 8시37분께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8 강진의 여진이다.

이처럼 크고 작은 여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날 오후 2시까지 총 412번의 여진이 발생해 경주 일대 주민들은 물론 전국의 많은 국민을 불안에 떨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익명의 그늘에 숨어 이를 함부로 비꼬거나 조롱하는 이들도 어김없이 기승을 부려 인터넷 일각의 고질적인 악습을 반복하는 실정이다.

한 누리꾼은 지진 소식에 "진도 8도 안 되는데 뭐 이리 호들갑이냐"고 비아냥거렸고, 또 다른 누리꾼은 "추석 연휴도 끝났으니 지진이 나도 된다"고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거리낌없이 표현했다.

"왜 지진 가지고 난리냐", "안마기 수준 진동이다" 등 인터넷 상에서는 지진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방송에서 지진을 희화한 BJ(브로드캐스팅 자키)도 있었다. 한 아프리카TV 인기 BJ는 지난 19일 방송 중 채팅창에 '지진이 났다'는 글이 올라오자 "정말 지진이 났냐"며 '흔들려'라는 제목의 가요를 틀고 춤을 췄다.

시청자들의 항의가 일자 "지진이 나서 (나더러) 어쩌라는 거냐"며 "몇 만 명이 (죽는) 난리가 난 것도 아니지 않냐"고 반박했다.

거센 비난에 해당 BJ는 방송과 이후 게시판을 통해 "뉴스를 잘 보지 않아 남부지방이 지진으로 심각한 피해를 본 줄 몰랐다"며 "흔한 채팅창 선동인 줄 알았다. 무지를 용서해달라"고 사과했다.

지역 비하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한 누리꾼은 "경상도 친일 매국노들에게 신이 벌을 내리셨다. 통구이 파티 열리면 구경하러 갈게"라고 악담을 일삼았다. 다른 누리꾼은 "친일파를 옹호한다고 독립투사 영혼들이 화가 나셨나"라고 했다.

경주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비판하는 목소리들도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전부 국민 세금으로 주는 건데 이런 식으로 지진 날 때마다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하면 나라 살림은 어떻게 하냐" "5.8 지진에 특별재난구역 지정은 잘못된 거다"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감정의 배설구'가 된 인터넷의 역기능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이 진지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나누는 장이 아닌 감정을 해소하고 배출하는 공간으로 쓰이는 경우"라며 "불평·비난하고 싶은 이들이 특별한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퍼져 막말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뒤늦은 재난문자 발송 등에 따라 정부가 발표한 정보를 더 이상 믿지 못하는 와중에 인터넷으로 접한 지진 피해 상황이 와닿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그 때문에 재해를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는 발언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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