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28일) 뉴스룸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들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자신이 다니던 로펌의 대표 변호사를 성폭력 혐의로 고소한 피해 변호사가 JTBC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숨지면서, 또 그로 인해 수사가 멈춰지면서 또 다른 고통을 받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먼저, 여도현 기자입니다.
[기자]
자신이 다니던 로펌의 대표 변호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뒤에 변호사 A씨는 회사를 그만두면서까지 용기를 냈습니다.
[A씨 : 이직할 때 평판 조회 다 하는데 그거에 대해서 안 좋은 이야기할까 봐 섣불리 (퇴사) 못 했었거든요.]
하지만, 수사가 시작된 지 5개월 만인 지난달 대표 변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충격이 더 커졌습니다.
[A씨 : 진짜 절망스러웠어요. (고통을) 견뎌내면서 한 고소였는데 저는 어떤 죄도 물을 수 없게 되어 버리니까.]
변호사들까지 2차 가해를 했습니다.
[A씨 : '고소를 해서 죽게 만들었다' '조심하지 않으면 업무상 위력으로 자살당한다', 피의자는 영원히 공식적으로 죄가 없는 사람으로 죽은 거잖아요. 진실을 밝혀야 할 책임이 온전히 저한테 다 오게 된 거죠.]
수사가 멈추며 사실을 규명할 길이 막혀 버렸기 때문입니다.
[A씨 : 재판에 넘길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수사조차 하지 않는 거는 결국엔 피해자가 자신의 억울함을 풀지도 못하고 사실관계도 풀지 못한 채 2차 가해에만 내몰리게 돼서…]
피해자는 하루하루를 약으로 견뎌 내고 있습니다.
[A씨 : '쟤는 사람이 죽었는데도 되게 밝게 있더라' 이런 식으로 악성 소문을 퍼뜨릴까 봐 내가 잘못한 거 아닐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서 잠도 잘 못 자서…]
3년 전 성범죄가 불거진 후 목숨을 끊은 배우 조민기 씨 사건의 피해자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B씨 : 그냥 의혹으로 끝나 버렸으니까. 고발을 안 하는 것만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죽음의 충격으로 2차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C씨 : 2차 가해자들을 따로 고소 진행하려고 했었어요. 추가적인 고소하지 않은 이유는 '또 죽으면 어떡하지'…]
3년이 지나도 여전히 성범죄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죽음까지 떠안는 현실에 절망했습니다.
[C씨 : 가해자가 죽었다고 끝나는 게 어떻게 3년이 지났는데 똑같지? 그냥 이렇게 방치하고 있어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