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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손 놓은 통합당…차기 원내 지도부서 결정키로

입력 2020-04-30 18:32 수정 2020-04-30 22:26

5시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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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지금부터 미래통합당 얘기를 잠깐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제(29일)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가 격론을 벌였지만 비대위를 어떻게 할지 아무 결론도 못 냈습니다. 결국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문제는 다음 달 선출되는 새 원내대표 손에 맡겨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통합당, 사실 총선에 3패 한 뒤에 비상이라면서 비대위를 구성하자고 했는데 당 안팎 인사들 간의 고성만 오가면서 더 비상이 된 상황입니다. 고석승 반장이 짚어봤습니다.

[기자]

오늘은 한자성어 좀 쓰겠습니다. 통합당의 자중지란, 좌충우돌, 갑론을박, 동상이몽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미래통합당의 앞날도 오리무중입니다. 어제 미래통합당 최고위가 있었죠. 꺼져가는 김종인 비대위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방안, 그러니까 상임 전국위 재추진 여부에 대해 논의를 했는데요. 격론이 오갔지만 결론은 내지 못했습니다.

[심재철/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 (어제) : 안 정해졌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의견들을 냈고 그랬었는데 상임전국위원회, 전국위원회 날짜를 언제 하자라는 그런 의견들이 나왔었는데 그리고 그렇게 할까, 라고 했었는데 그다음에 계속해서 논의가 전제 자체가 아직 결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날짜가 지금 정해지지 않았고…]

그러니까 당초 계획은 5월 8일 원내대표 선거 이전인 5월 6일에 상임 전국위를 다시 열어서 8월 전당대회 규정을 삭제하고 김종인 비대위 임기를 늘려놓은 뒤에 김종인 체제 하에서 원내대표 선거를 하려 했던 건데요. 당장 최고위원회 안에서도 이견이 나와서 아무 결론도 내지 못한 겁니다.

[조경태/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어제) : 1년 정도 임기를 연장하자, 4개월에서 1년으로 늘린다는 건데 저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비대위는 비대위답게 저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라고 생각을 하고…]

이제 열쇠는 다음 달 8일 새로 뽑힐 원내대표에게 넘어간 모양새입니다. 총선도 벌써 보름이 지났는데 통합당은 여전히 총선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를 둘러싼 논란이 이제는 당 안팎에서 더 큰 충돌 양상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홍준표 전 대표가 연일 김종인 전 위원장을 비난했는데요. 정진석 의원이 한마디 했습니다.

[정진석/미래통합당 의원 (26일/음성대역) : 낯을 들고 다닐 수가 없습니다. 전 당 대표가 어제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를 향해 쏟아낸 말들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이게 미증유의 참패를 겪은 정당의 모습입니까.]

홍준표 전 대표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어제 기자회견을 자청했는데요. 정진석 의원을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홍준표/전 자유한국당 대표 (29일/음성대역) : 자민련에서 들어와서 MB와 박근혜에게 붙었다가 이제 김종인에게 붙는 걸 보니 안타깝다. 이런 사람들이 들어와서 설치는 건 이 당에 미래가 없는 것이다.]

말의 강도가 셉니다. 정진석 의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다시 맞받아쳤습니다.

[정진석/미래통합당 의원 (29일/음성대역) : 막말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공인으로서의 최소한의 금도조차 없는 그가 우리 당의 미래가 될 수는 없다. 되어서는 안되겠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정진석 의원은 "홍준표 전 대표가 총선 직후 전화 통화에서 나에게 이렇게 요청했다. '김종인 만한 사람이 없다. 비대위원장으로 모셔야 한다. 정진석 대표가 김종인을 좀 띄워달라.' 그때는 김종인 씨가 동화은행 비리 사건에 연루됐던 사실을 몰랐습니까"라고 말한 겁니다. 그러니까 "언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을 띄워달라더니 이제 와서 왜 딴소리냐" 이런 거죠.

그동안 홍준표 전 대표의 통합당 지도부 비난에도 대꾸하지 않던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도 오늘 한마디 했습니다.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에 따라 정치적 견해가 어제와 오늘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사람에게 당원과 국민들이 어떤 기대를 할 수 있겠는가. 홍준표 당선자는 무소속이다. 밖에서 남의 당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참견할 계제가 아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통합당의 자중지란을 보다가 오늘 문득 든 생각인데요. 통합이라는 단어가 정치권에선 썩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통합이라는 단어 뜻 자체는 좋습니다. 둘 이상의 조직이나 기구 등을 하나로 합친다는 뜻인데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의미죠. 그런데 통합이라는 단어를 당명에 넣은 정당치고 잘 된 당이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당장 미래통합당도 창당하자마자 치른 이번 총선에서 역대 손꼽히는 참패를 당한 것도 모자라 집안싸움에 바람 잘 날이 없는 상황이죠.

그리고 거슬러 올라가 보면 여러분 기억하십니까.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정당이 있었습니다. 탄생 비화는 너무 복잡해서 말하자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고요. 간단하게 대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탈당파와 구 민주당, 그리고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계 등이 만든 당입니다. 탄생 과정이 복잡했던 만큼 이름도 긴데요. 원래는 더 길어질 뻔했습니다. 처음 이름은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무려 11자였습니다. 아무튼 정동영 의원을 당시 대선 후보로 냈는데요.

[정동영/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2007년 12월 18일) : 조사에 따르면 1%로 36 대 35, 어떤 기관은 31 대 26으로 오차범위 안으로 들어왔다고 하는데 여러분, 내일 기적을 만들어주시겠습니까. 대한민국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여러분. 여러분이십니다.]

결과는 참패였습니다. 거의 더블 스코어로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했죠. 그리고 대통합민주신당은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구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통합당, 바로 통합진보당입니다. 진보당 또는 통진당이라고도 많이 불렀죠. 통진당은 많이들 기억하실 겁니다. 특히 2012년 대선에서 후보로 나섰던 이정희 전 의원의 토론회 발언이 인상적이었죠.

[이정희/당시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 (2012년 12월 4일 / 화면출처: MBC) : 유신 독재의 퍼스트레이디가 청와대에 가면 여성 대통령이 아니라 여왕이 됩니다. 여성 대통령 필요하지요. 그러나 여왕 안 되지 않습니까? 불통, 오만, 독선의 여왕은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 없습니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과 심상정 의원 등의 새진보통합연대 그리고 유시민 당시 대표가 이끌던 국민참여당이 2012년 초 통합해서 만들었습니다. 다소 이질적인 통합이었던 걸까요. 통합진보당은 이런저런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2012년 5월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충돌로 일어난 일명 머리끄덩이 사건으로 큰 소동을 겪었죠. 지금 보시는 바로 이 장면입니다.

통합이라는 단어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아닙니다. 단어에 또 당명에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문제가 있다면 통합이라는 단어가 아닌 통합 자체에 있을 겁니다. 통합이라는 당명을 사용한 정당은 대부분 여러 정파, 계파 또는 기존 정당이나 시민단체 등이 합쳐져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통합이라는 단어를 앞세웠지만 당명과 달리 제대로 화학적 결합이 되지 않았던 게 문제의 원인이 아니었을까요. 미래통합당이 다시 당을 수습하고 재건하는 것도 먼저 제대로 된 통합, 진짜 통합부터 한 뒤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통합당 차기 원내 지도부서 '비대위 여부' 결정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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