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11일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을 하다가 숨진 고 김용균 씨를 추모하는 집회가 태안과 서울, 또 수원·전주 등 4군데에서 열렸습니다. 김 씨는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였죠. 이처럼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생명이 끊임없이 위협당하는 구조를 고치라면서 연말 추위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었습니다. 또 LG 유플러스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제(12일)부터 40m 높이 철탑에 올랐고, 파인텍 노동자들의 굴뚝 농성은 이미 397일 째를 맞고 있습니다. 저희 기자가 농성장에 오르려 했지만 고가 사다리차가 없으면 안 될 정도로 높고 위험해서 결국 농성자들이 보내준 영상을 받아서 여러분들께 전해드립니다.
조보경 기자입니다.
[기자]
보기만 해도 아찔한 40m 높이 통신탑에 두 사람이 서 있습니다.
LG유플러스 인터넷 설치 기사인 이들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어제 탑에 올랐습니다.
[김충태/LG유플러스 설치기사 : 차라리 쓰러져도 높은 곳에 올라와서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억울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사방이 다 뚫려있는 통신탑, 제대로 다리를 펼수도, 누울 수도 없습니다.
비닐을 겹겹이 막아 겨우 임시 거처를 만들었습니다.
[김충태/LG유플러스 설치기사 : 중계기가 많이 달려 있고요. 바닥에 보시면 케이블도 깔려 있어서 바닥이 울퉁불퉁해요.]
바람이 심하게 불 때마다 혹시 탑이 넘어가지는 않을까 두려움에 떨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가장 무서운 것은 바람도, 강추위도 아닙니다.
[김충태/LG유플러스 설치기사 : 우리가 요구하는 이런 요구사항들이 관철이 안 되면…]
지상에 남은 300명의 동료들이 원하는 것 또한 같습니다.
하청업체가 아닌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는 것입니다.
정리 해고로 일자리를 잃은 파인텍 노동자들은 발전소 굴뚝 위로 올라간 지 1년하고도 약 1달이 됐습니다.
굴뚝 위 현수막은 빛이 바랬고 천막 위에는 오늘 새벽 내린 눈이 쌓였습니다.
오전 10시와 오후 5시, 하루 2번 동료들이 올려보내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웁니다.
이들의 소원 역시 일터로 복귀해 안심하고 일하는 것입니다.
[박준호/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사무상 : 현장으로 돌아가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크죠]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