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발전사 인명사고 97%, 하청 업무서…'위험의 외주화' 심각

입력 2018-12-12 21:09 수정 2018-12-13 02:19

10여일 전 피켓 든 20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구의역·실외기·제철소서…하청 노동자의 비극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10여일 전 피켓 든 20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구의역·실외기·제철소서…하청 노동자의 비극

[앵커]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요구하면서 10여일 전 피켓을 들었던 이 젊은이는 바로 어제(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김용균 씨였습니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가 열차에 치여 숨진 김 군. 에어컨 실외기를 고치다 추락해 사망한 수리기사. 그리고 제철소에서 냉각기 교체작업 중에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진 4명의 직원. 그리고 어제 세상을 떠난 25살의 김용균 씨까지. 이들 앞에 공통적으로 붙었던 이름은, '하청업체' 노동자였습니다.

+++

"정규직 안 해도 좋다.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이태성 간사

+++

죽지만 않게 해달라는 외침이 무색하게 국내 5대 발전사들의 인명사고 중의 90% 이상이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영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곰팡이 슬어있는 천장, 치우지 못한 택배 박스들.

좁은 방 머리맡에는 해야 할 일들을 눌러쓴 종이만 남았습니다.

어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하청업체 계약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방입니다.

김 씨는 심장질환으로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돌보던 착한 아들이었습니다.

취업에 번번이 실패했지만 항상 화목한 가정이라고 말하던 김 씨였습니다.

[김씨 어머니 : 일자리 없어서 그런 데까지 갔는데…그렇게 열악한지는 나도 몰랐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피켓을 든 지 열흘 만에 숨진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이성훈/동료 직원 : 나 이거(피켓) 들고 찍고 이제 정규직 되고 하면 그때 더 인정받겠죠 라는 거예요.]

태안화력발전소 10기의 운영은 모두 한국서부발전이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습니다.

김 씨가 일했던 태안화력발전소 9, 10호기는 한국발전기술이 운영을 맡고 있는데 사모펀드 지분이 절반 이상인 회사입니다.

수익에 집중하다보니 안전에는 신경을 덜 쓸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2016년 현장 근무 인력 3명이 줄었고 2인 1조 근무는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석탄 처리 업무를 재하청 주기도 했습니다.
 
5개 발전사에서 2012년부터 5년 동안 발생한 인명사고 346건 중 97%가 하청 업무에서 발생했습니다.

김 씨와 함께 일했던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언제 사고가 자신에게도 닥칠지 모르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관련기사

태안화력 인명사고 '직원들 입단속·사건축소' 의혹 2인1조 규정 유명무실…'홀로 작업' 20대 노동자 참변 15㎡ 공간서 간호사 44명 3교대…"자괴감 드는 근무 환경" "정부 노동정책 거꾸로 간다"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