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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에 보험료 인상까지…대리기사의 고달픈 밤

입력 2015-05-1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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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음주소비량이 전세계 1, 2위를 다투는 우리나라에서 대리운전은 이제 일상화 됐죠.대리운전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길만큼 장사가 잘 되고 있지만 정작 대리운전 기사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얘기라고 하는데요. 각종 수수료, 관리비에 보험료까지 대폭 오르면서 버는 돈의 거의 절반은 회사에 내야 한다고 합니다.

이희정 기자가 대리운전기사들을 따라가봤습니다.


[기자]

5년째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기명종 씨.

오늘도 어두운 길에서 손님을 기다립니다.

20분 만에 휴대전화 배차 프로그램에 뜬 콜을 잡습니다.

[기명종/대리운전 기사 : 네. 만안 구청 앞에서 전화드리겠습니다. 십분 후에 뵙겠습니다. 구청 앞으로 가야 되겠네요.]

경기도 안양시에서 남양주까지 약 70km를 운전해 받은 돈은 3만 5천원.

기 씨는 이 날 8시간 동안 세 곳을 이동하고 6만원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콜 센터에 내는 수수료에 보험료, 교통비 등을 떼면 3만 원 정도 손에 쥐게 됩니다.

외곽 지역에 손님을 내려주면 돌아오는 교통편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명종/대리운전 기사 : 대중교통을 타고 한 구간, 두 구간 가는데 대중교통이 끊어지면, 택시를 타야 해요. 다른 수단이 없어요.]

일부 기사들은 무보험 불법 셔틀 차량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배차 취소 벌금도 기사들 몫입니다.

[기명종/대리운전 기사 : 바쁠 때는 내가 원하지 않는 오더 (배차)가 잡힐 수밖에 없어요. 벌금이 적게는 오백원 많게는 천원. 한 건당.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지는 벌금 패널티가 비율을 따지면 상당히 되죠.]

새벽 2시 서울 강남역 부근.

한창 바쁠 시간이지만 대리기사들이 인근 포장마차에 모여 손님을 기다립니다.

대리기사들은 경기침체로 손님은 줄어드는데 최근 부담이 더 커졌다고 토로합니다.

일부 보험사들이 지난 달부터 대리운전 업체들이 가입한 단체 보험료를 50%가량 올렸기 때문입니다.

[보험사 관계자 : (대리운전) 사고율이 47%나 됩니다. 또 손배율이 약 100%가 넘어가니까 사실 보험료 인상을 안 할 수는 없는데…]

그리고 업체들은 이 인상분을 똑같이 나눠 기사들이 내도록 했습니다.

사고를 내지 않은 기사들도 보험료가 오른 겁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업체는 보험료가 50% 올랐는데 70% 올랐다고 속이거나, 기사가 받아야 할 보험 환급금을 가로채기도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업체들이 대리기사들의 개인 보험 가입을 강제적으로 막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종용/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 협회 회장 : 대리운전 기사들한테 단체 보험 받아서 그 중 일부를 착복하기 위해서죠. (기사가) 보험사에 돈을 냈지만, 업체가 등록을 안 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 보험료 납부 영수증을 공개하지 않아 의혹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

대리운전업 법 제정을 통해 표준약관과 계약서, 표준요금을 정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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