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윗물이 탁해서일까요, 이런 일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학생회 임원들이 전교 학생회장 선거를 조작했습니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뽑기위해 경쟁후보의 지지표를 몰래 없앴다가 적발됐습니다. 정치권 뺨치는 수법에 할 말을 잃게 됩니다.
천권필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서초구에 있는 상문 고등학교입니다.
지난해 6월 전교 학생회장 선거가 열렸습니다.
한 후보자가 자신이 당선되면 학생회 임원들을 싹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학생회 임원들은 이를 달갑지 않게 여겼습니다.
개표 과정에서 이 후보자가 앞서나가자 투표와 개표를 맏은 임원들은 몰래 해당 후보자의 지지표를 화장실 변기에 버렸습니다.
결국 눈에 거슬리는 후보자는 떨어지고 학생회 출신의 후보자가 회장에 당선됐습니다.
[정모군/서울 상문고 3학년 : 학생회 애들이 임원실에 모여서 개표하는 걸 봤어요. 나와서 누구랑 통화하고 화장실 가는 것도 봤고 000가 뽑히는걸 보고 충격을 받았죠. 왜 이런 결과가 나왔나….]
상황을 목격한 한 학생이 최근 선거 조작사실을 친구에게 털어놨고 곧바로 인터넷에 폭로 글이 퍼지면서 학교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김모군/서울 상문고 3학년 : 어이가 없긴 하죠. 고작 고등학교 선거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나.]
[이모군/서울 상문고 3학년 : 투표 많이 나온 애가 학생회랑 안 친해서 학생회 애들이 표를 빼돌렸다고….]
학교 측은 오늘(20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학생회장과 임원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했습니다.
[서울 상문고 교사 : 선생님도 고민하고 있잖아요. 어렵죠. 학생들을 징계한다는 게 쉽겠어요?]
선거 때마다 정치판에 난무하는 온갖 부정들을 보면서 학생들마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선거를 조작한 것은 아닌지 씁쓸함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