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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편에 섰던 공정위…'가습기 살균제' 회의록 입수

입력 2017-12-2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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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사회 1부 윤정식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윤 기자, 공정거래 위원회가 결국 잘못을 시인했군요. 1년 4개월 전에 내린 자신들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인정을 한 것인데 그 때는 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입니까?

[기자]

공정위는 작년 4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신고를 접수했습니다.

제조 판매사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인체에 무해한 것처럼 가습기 살균제를 광고해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4개월 만인 작년 8월 24일에 공정위는 '심의종결'을 결정합니다.

어떤 판단을 내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사실상 무혐의 결정을 내린 건데요.

저희 취재진이 이런 결정이 나오기 12일 전인 8월 12일에 있었던 이 안건과 관련한 공정위 마지막 소위 회의록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배경이 읽히는 대목들이 군데군데 있었습니다.

[앵커]

문제의 회의록은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최한 회의를 녹취한 것이죠, 어떤 내용이 담겨있습니까?

[기자]

이 회의에는 공정거래 위원 3명과 공정위 심사관, SK와 애경측 변호인들이 참석했는데요.

한 공정위원은 참석자들에게 "이 물질, 즉 독성물질인 CMIT와 MIT를 사용하는 제품이 여러 개 있다는 것에 동의하냐"고 묻습니다.

이어 "웬만한 화학제품에는, 특히 살균제라면 독성이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소비자들이 유해성을 어느 정도 인지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인데요.

그러자 한 심사관이 "제품에는 원재료, 즉 독성물질인 CMIT/MIT에 대한 표시가 없었다"고 강조합니다.

그러자 "위원회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말을 자릅니다.

공정위 사건은 심사관이 일반 형사사건으로 치면 검찰이고, 위원들은 재판관 역할을 하는 위치입니다.

그러면서 이 독성물질에 대해 서울시 수돗물에도 사용하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합니다.

그러자 오히려 SK측 변호인이 수돗물에는 쓰지 않는다고 답하면서 시중 94종의 제품에만 들어갔다고 답합니다.

그러자 "그럼 다른 제품도 문제삼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가습기 살균제에서만 문제를 삼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앵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이 이 회의록을 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들 편에 섰던 것 아니냐, 이같은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군요.

[기자]

피해자들에 대해 말하는 대목도 나옵니다.

"CMIT/MIT는 1,2등급이 아닌 3,4등급 피해자들, 즉 상대적으로 덜 위중한 피해자들만 있는 것 아니냐"고 묻는데요.

실제로는 1,2등급 피해자가 있어서 다른 참석자가 이를 설명해줍니다.

그러면서 심사관에게 제품의 인체 유해성을 심사관이 입증해 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미 앞서 보도한대로 업체들은 이 제품을 판매하기 전부터 자신들이 인체에 치명적인 원료를 사용한 걸 알고 있었습니다. 피해자도 발생한 상황이었고요.

오히려 제조사가 자신들의 제품과 해당 피해자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냐는게 피해자 측 입장입니다.

이런 회의록을 본 일부 피해자들은 기업을 감시해야할 공정위가 사실상 기업들 편에서서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앵커]

자,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시 조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내부 상황이 이런 식이라면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은 아닐까요?

[기자]

실제 방금 말씀드린 회의에 참석했던 공정위원 3명 중 2명은 아직도 공정위원으로
재직중입니다.

공정위가 사실상 잘못을 시인했지만 이들에 대한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김상조 위원장이 직접 나서 사죄한다, 유감을 표한다고 하고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싶다고까지 언급한 것을 보면 일단 완전히 다른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앵커]

네, 좀 더 지켜보죠. 지금까지 윤정식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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