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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용자 미각·후각 상실에도…열 없다며 단순 감기 처방만

입력 2020-12-30 20:06 수정 2020-12-31 10:50

감기약만 받은 수용자 대부분 확진…집단감염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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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만 받은 수용자 대부분 확진…집단감염 '불씨'

[앵커]

교도관은 이렇게 되기까지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자세히 전했습니다. 수용자 중에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90명 정도가 입맛을 잃고 냄새를 제대로 못 맡고 또 한기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코로나19가 의심된다고 보고했지만, 구치소는 열이 없다며 대부분 감기약만 처방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90명 가운데 대부분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하혜빈 기자입니다.

[기자]

수용자 가운데 첫 확진자가 나온 건 보름 전인 이달 14일.

그리고 나흘 뒤인 18일 185명 확진자가 확인됩니다.

그런데 교도관 A씨는 첫 확진자가 나오기 이전부터 집단감염의 전조가 보였다고 말합니다.

[A씨/서울동부구치소 교도관 : 입맛, 미각을 상실하고 오한이 오고 머리가 아픈데, 이거 이상한데 코로나 같다니까. 다 그래요. 90명이 다 그래요.]

코로나19 감염일 수 있다고 보고했지만, 대응은 안일했습니다.

[A씨/서울동부구치소 교도관 : 의료과 전화했더니 단순한 감기다, 신경 쓰지 말라. 우습게 얘기하더라고요.]

열이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A씨/서울동부구치소 교도관 : 열 체크 했단 말이에요, 근데 37도에요. 온도를 아무리 재도 37도 이상 나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하지만 지난 8월 이후 열이 나지 않는 무증상 확진자 비율은 40% 정도.

고열 외에 다른 증상이 나타나면 확인했어야 합니다.

감기약만 처방받았던 90여 명.

결국 전수조사에서 이들은 대부분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 사이 코로나19는 밀폐 공간 안에서 빠르게 퍼졌습니다.

12층 높이 동부구치소 건물.

4층부터 12층까지가 수용동입니다.

이 가운데 8층과 9층은 코로나19 확진자 6층, 7층에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수용자들이 격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5층과 10층, 11층, 12층에서도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격리 공간이 있지만 사실상 안전한 곳은 아무 데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분리하라고 하지만 사실상 다 뒤섞여 있어 무의미하다고 했습니다.

[A씨/서울동부구치소 교도관 : 접촉자가 방을 계속 옮기는 과정 중에서 증상이 없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접촉자지만 양성 안 나온 사람도 있잖아요. 근데 지금 수용자들이 접촉자도 엄청 많거든요.]

어디까지 얼마나 바이러스가 더 퍼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인 겁니다.

A씨는 일찍 전수 검사를 했으면 상황 악화를 막았을 거라고 얘기합니다.

[A씨/서울동부구치소 교도관 : 처음에 검사를 잘 제대로 했으면 아마 줄지 않았을까. 요즘엔 비상사태이기도 하지만 그게 초기에 됐더라면…]

법무부는 담당 부서 예산이 부족해 전수 조사를 못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검사는 개별 부처가 아닌 국가 예산으로 처리됩니다.

(영상디자인 : 배장근·강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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