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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 선호 싱가포르 수용한 까닭…장소보다 실리 택한 듯

입력 2018-05-11 10:39

미국에 장소 선정 양보하고 회담서 유리한 입지 확보 노린듯
북-싱가포르 외교관계 양호…싱가포르, 북한에 사치품 공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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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장소 선정 양보하고 회담서 유리한 입지 확보 노린듯
북-싱가포르 외교관계 양호…싱가포르, 북한에 사치품 공급원

북, 미 선호 싱가포르 수용한 까닭…장소보다 실리 택한 듯

북한이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의 개최지로 싱가포르를 수용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싱가포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참모들이 고집해온 곳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일단 북한이 장소는 '양보'한 모양새다. 북한은 안팎의 여러가지 효과를 노려 평양 아니면 판문점을 노려온 것으로 보이나, 결국 미국 뜻을 수용한 셈이다.

사실 싱가포르는 나쁜 카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싱가포르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연례안보회의인 '아시아안보회의'가 매년 열려 국제회의를 개최한 경험도 풍부하고 경호와 안정성, 교통과 이동의 편의성, 취재환경 등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의 첫 정상회담도 싱가포르에서 열려 적성국간 회담 개최 역사도 가지고 있다.

일단 판문점과 평양에 대해 정치적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미 행정부로선 회담 개최지로 싱가포르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회담 개최지 선정까지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지로 여러 곳을 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판문점을 정상회담 개최지로 언급하는 글을 올려 문재인 대통령의 판문점 추천을 고려하는 제스처를 보였고, 상대국인 북한 입장도 생각한 흔적이 역력했다.

'일방적인'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북한의 처지를 고려한 점을 볼 때 북미정상회담에 쏟는 정성의 크기를 알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카운터파트인 북한은 다양한 환영행사를 통한 북미 관계 개선 의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평양을 첫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강력하게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그러나 자신들이 원하는 회담 장소 카드를 버리고 미국측의 제안을 수용했다.

이는 첫 정상회담인 만큼 장소 등 부수적인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기보다 미국 정상과 담판이라는 본게임에 주력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형식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의 제안을 수용함으로써 이번 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시켜주고, 회담 전과 회담 때 북미 양국 간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김 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면담 소식을 전하면서 "최고 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해 들으시고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데 대해서와 조미(북미) 수뇌상봉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고 사의를 표하셨다"고 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을 추어올리고 우호적인 회담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회담 장소 선정에서도 미국 측 의견 존중으로 선회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북한과 물리적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싱가포르가 북한의 지도부와 정서적 유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꼭 불리한 장소만은 아니라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실제 싱가포르의 'OCN'과 'T스페셜리스트' 등 2개의 업체는 북한에 지도층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치품을 공급했다가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 판정을 받기도 했다.

2011년 2월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형인 김정철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에릭 클랩턴의 공연장을 찾았다가 한국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한 고위층 출신 탈북민은 "싱가포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인 김경희나 그의 남편 장성택, 김정은 위원장의 형인 김정철 등 북한의 로열패밀리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라며 "싱가포르와 외교관계가 좋고 안전이나 쇼핑 등에 유리하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과 싱가포르와 외교관계는 한국과 관계보다 늘 한발 빠르게 진행됐다. 북한은 1968년 싱가포르에 통상대표부를 설치한 뒤 1969년 총영사관으로 승격시켰고 1975년 상주공관을 개설했다.

남한은 북한보다 2∼3년 늦은 1970년 통상대표부를 설치한 뒤 1972년과 1975년에 각각 총영사관을 설치했다. 대사관은 북한과 같은 1975년 문을 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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