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정원은 계속해서 문제의 감청 프로그램 도입과 운용을 주도한 건 임 과장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국정원 윗선에서 이 프로그램의 구입 과정을 알고 있었을 만한 정황도 있습니다. 이탈리아 업체와 프로그램 수입 계약을 성사시킨 직후 임 과장은 승진을 했는데, 당시 상관이 임 과장에게 승진 심사에서 스마트폰 개발 실적을 강조하라고 조언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 국정원 마티즈 사건과 관련해서는 계속해서 후속보도해드릴 예정입니다.
박진규 기자입니다.
[기자]
2014년 11월 27일, 임 과장의 휴대전화에는 승진 축하 문자가 쏟아졌습니다.
당시 임 과장은 나나테크의 허손구 이사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이탈리아 스마트폰 감청 프로그램 계약을 완료한 직후였습니다.
실제 11월 24일 나나테크의 허 이사는 임 과장에게 사업자번호와 계약번호를 알려달라는 문자를 보냈고 이틀 뒤 임 과장은 번호와 계약 기간을 알려줍니다.
감청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도입이 임 과장의 승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승진 일주일 전인 21일 직속 상관이던 김모 처장은 임 과장에게 "스마트폰 기술 개발 및 출처 개발의 대가임을 적극 적시"하라며 승진 심사에 올릴 내용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임 과장이 추진한 감청프로그램 도입에 대해 국정원 '윗선'도 알고 있었던 셈입니다.
임 과장 자살 직후 열린 2015년 7월 27일 국회 정보위에서 당시 이병호 국정원장은 "감청 프로그램은 모두 임 과장이 주도했고, 사망하면서 전모를 알 수 없게 됐다"는 취지의 해명을 반복했습니다.
스마트폰 감청 프로그램 도입을 둘러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