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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외 업무' 요구하고…일하다 다치면 '나 몰라라'

입력 2021-03-19 20:58 수정 2021-04-1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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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을 하다 다치더라도 자기 돈으로 치료 해야하는 곳이 있습니다. 자신의 업무가 아닌 일을 요구받고 그 일을 하다 다쳤는데도 그렇습니다.

백일현 기자입니다.

[기자]

한 남성이 땅바닥에 쓰러져 있습니다.

뒤에는 물건이 실린 화물차가 보입니다.

쓰러진 남성이 고통에 겨워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애씁니다.

지난 10일 밤 경기 성남의 한 택배 사업소 사고 모습입니다.

다친 사람은 화물차 운전기사인 정모 씨입니다.

원래는 화물차 운전만 해야 하지만 현장에서 추가 업무를 요구받았습니다.

[정모 씨 : 손을 하나도 안 대고 운전만 하면 된다고, 확답을 받고 갔어요. (그런데) 택배회사에서는 짐을 실어주길 바라고, 짐을 실어야 한다고 말하더라고요.]

결국 짐을 정리하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발이 미끄러져 화물차에서 떨어졌습니다.

척추와 오른팔이 부러지고 머리 피부가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져 회복 중이지만, 열흘 만에 1300만 원 가까운 병원비가 나왔습니다.

거액의 병원비 부담에 산재를 신청했지만 해당 택배회사 사업소, 화물주선업체 모두 거절했습니다.

짐을 싣다가 다친 게 아니라 이미 실었던 짐을 정리하다 다친 거니 책임이 없다는 이유입니다.

[A택배회사 사업소장 : 이미 싣고 오신 것을 저희 짐을 실어야 하니까 자기가 정리하다 그런 건데. 저희보고 산재를 들어달라는 거예요. 저희 직원한테만 들어주는 거지. 저희 소속도 아닌데.]

하지만 법규는 다릅니다.

화물차 운전자가 계약과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발생한 사고는 산재보험을 적용해야 합니다.

임시적으로, 업무 지시를 한 사업자 소속 노동자로 보기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 (화물차 운전자가) 화물 운송하는 업무 이외에 다른 상하차 작업…산재보험법이 개정되면서 그 사람들에 대해서도 산재 적용 대상이 되도록 바뀌었거든요.]

정씨는 호소합니다.

[정모 씨 : 하청을 받아서 약자지 않습니까. 약자 입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고, 일을 안 했을 때도 불이익이 가기 때문에…]
 

+++

< 알려왔습니다 >

이 사고는 해당 영업소가 아닌 다른 영업소에서 싣고 온 화물을 정리하다가 화물차 내에서 사고가 발생한 건으로 해당 영업소 업무와는 전혀 상관 없으며, 야간에 근무하는 택배사업소 소속 직원은 당시 화물운송기사에게 택배사 화물의 상차작업을 비롯하여 다른 추가업무를 요구하거나 지시한 적이 전혀 없고, 택배사업소 사업주는 이 사건에 대해 고의로 책임을 피하려 하지 않았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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