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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통일은 대박이다'

입력 2017-10-25 21:56 수정 2017-10-2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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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입니다.

오늘 제 얘기로 시작하겠습니다. 갓 입사해서 사회 초년병이었을 때 제가 입사했던 회사에서는 신입사원들을 상대로 이른바 앙케이트라는 걸 돌렸는데 그 질문은 이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년 뒤, 당신의 모습은 무엇이길 바랍니까?'

흔히 던질 수 있는 질문이지만, 막상 받고 보면 대답하기가 수월하지 않은 질문이기도 하지요.

진지하게 대답하자니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추론해서 말을 해야 할 것 같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가볍게 대답하면 마치 장난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신입사원답게 진지하게 답을 구해보기로 하고 이른바 장고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나온 답은…제가 입사한 방송사의 평양지국장이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슬 퍼렇던 전두환 정권 시절에 평양 운운하는 것이 가당찮아 보일 것 같기도 했고, 게다가 나름 장고 끝에 나온 답이기는 했어도 남들이 보면 장난처럼 느껴질 것이라 생각도 했지만, 속된 말로 한 번 꽂히고 나니 다른 답이 별로 떠오르지 않아 그렇게 써넣고 말았던 것이지요.

물론 장고는 했다지만 그 어떤 합리적이고도 과학적인 미래 예측은 불가능했으므로 그냥 희망사항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2014년 신년 기자회견 :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당시의 대통령이 무슨 낱말 풀이하는 것처럼 말했던 이른바 '통일 대박론'…

그마저도 그의 40년 지기 최순실의 작품일 가능성을 놓고 논란도 있었습니다마는…

그 말이 나온 것을 전후해서 북한에 대한 정보가 상당 부분 왜곡돼 있었다는 사실이 오늘 알려졌습니다.

하긴 그 이전의 대통령 당시에는 갑자기 통일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계획이 나와서 마치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됐었지요. 물론 북한은 그 시간에 열심히 핵 실험 준비를 하고 있었고 말입니다.

만일 계획대로 그 기금이 조성됐더라면 어찌 됐을까…MB정부 당시의 해외 자원 펀드가 모조리 다 날아갔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잠시 아득해지는 오늘…

돌이켜 생각해보면 30여 년 전에 신입사원 시절에 제가 장담했던 방송사의 평양지국장 자리도 어찌 보면 통일 대박론이었는데…

일개 젊은이의 통일 대박론과 일국의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을 같은 선상에 놓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생각할수록 둘 다 허황됐던 건 맞지 않는가…그래서 또 한 번 잠시 아득해지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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