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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권력의 캐비닛 속…'진실의 파르테논'

입력 2017-10-17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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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언덕의 파르테논 신전. 사실 그 모습을 온전히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세월에 깎이거나 조금씩 무너져 대부분 공사 중이니까요.

그렇다면 이런 파르테논 신전은 어떨까요.

몇 달 전 독일의 도시 카셀에 세워진 거대한 신전의 모습입니다.

'책의 파르테논'

고대 그리스인들이 지혜의 신 아테나를 위해 세운 파르테논을 모방한 건축물이었으나 재료는 달랐습니다.

성서와 미키마우스. 해리포터, 어린왕자까지… 세계 각국에서 제각기 다른 이유로 금서가 된 책 10만 권이 신전 건축자재로 사용됐습니다.

책의 파르테논이 설치된 독일의 카셀은1933년 나치가 금지도서 2000권을 모아 불태웠던 바로 그 장소였습니다.

책으로 신전을 쌓아 올린 작가는 책이 불태워진 그 장소에 파르테논을 지어서 아무리 억압하고 감추려 해도 결국 선명하게 드러나고 마는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했겠지요.

책을 불태워서라도 유지하려 했던 나치의 욕망이 오히려 역사에 기록되어 남아있듯 말입니다.

그들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조작. 그리고 폐기. 탄핵된 대통령의 청와대는 황급히 중앙 서버 82대를 무더기로 폐기했습니다.

그들이 필사적으로 감추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돌아보면 진시황의 분서갱유로부터 동서고금을 통해 절대 권력은 기록을 두려워했으니 감추고자 했던 것은 그 권력의 민낯이었을 터….

이제 우리는 다시 작은 단서 하나하나를 모아서 진실의 파르테논을 쌓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줄의 빨간 줄과 낙서 같은 손글씨로 드러난 대통령의 7시간 30분과 책임회피를 위한 조작처럼 말입니다.

아니, 사실 그 진실의 파르테논은 이미 "가혹한 겨울 날씨에도 주말마다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와 헌신을 모범적인 방식으로 드러낸" 우리의 시민들이 그 겨울 광장에 세워놓았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17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사족입니다.

묘하게도 시민들과는 달리 권력도 진실의 파르테논을 본의 아니게 쌓아 놓았으니 그 장소는 바로 그 권력의 내밀한 캐비닛이었습니다.

그래서 드는 생각… 역사는 이렇게 가끔씩 우연의 장면을 보여주는데…따지고 보면… 언젠가도 인용해서 말씀드렸듯 그것은 우연을 가장해 나타난 필연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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