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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최재형, 세 대결·좌장 쟁탈전…'쥴리' 앞에선 한마음

입력 2021-07-29 17:59 수정 2021-07-2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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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범야권의 두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사이에 신경전이 본격화 되고있습니다. 당내 지지세 결집과 정치 행보 관련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좌장급 인사 영입 등을 놓고서도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을 짚어 봅니다.

[기자]

손자병법의 군쟁편(軍爭篇)은 싸움에서 기선을 제압해 승리하는 방법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형세를 유리하게 만들어 이겨놓고 싸워야 한다는 겁니다. 매일같이 말의 전쟁이 벌어지는 정치권도 기싸움이 중요한 곳인데요. 그래서 정치 기사 제목 상당수에 '기싸움', '신경전' 같은 단어들이 따라 붙는 것 같습니다. 오늘(29일)은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야권의 두 남자에 포커스를 맞춰 보려고 하는데요. '줌 인'이 선정한 오늘의 인물,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입니다.

[최재형/전 감사원장 (어제/음성대역) : 최근 여러모로 당 안팎이 어수선합니다. 언론에서는 계파 정치라는 프레임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윤석열 전 총장과 만나 현재의 시국 상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고, 당원과 국민을 안심시켜 드리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기선 제압에 나선 건 최 전 원장입니다. 윤 전 총장에게 공개회동을 제안한 건데요. 입당 눈치 게임을 벌이고 있는 윤 전 총장과 달리 최 전 원장은 데뷔와 동시에 국민의힘으로 직행했지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국민의힘에는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인사들이 꽤 많은 상황입니다. 계파 프레임을 씌운다기 보다 설명의 편의상 '친윤석열계'라고 부르겠습니다. 지금 수면 위로 드러난 당내 친윤계 의원만 20여명이죠.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식에 참석했거나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의원들만 추렸을 때 저 정도인데요. 윤 전 총장이 입당한다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클 텐데요. 최 전 원장을 공개 지지하거나 물밑에서 지원하고 있는 의원들은 현재 10여 명 정도입니다. 최 전 원장으로선 입당 프리미엄을 누릴 새도 없이 '세 대결'에서 이미 열세에 놓인 형국입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주말 간 당내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등 우군 확보에 힘쓰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공개 회동 제안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란 분석입니다. 윤 전 총장 측은 최 전 원장의 제안이 떨떠름한 모양인 것 같은데요.

[김병민/윤석열 국민캠프 대변인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최재형 후보든 또 국민의힘의 여러 대선 주자든 유력한 정치인이든 만나자고 하는 사람들의 연락들이 계속 올 텐데 언제든지 적절한 때와 시기가 오면 그분들을 다 만나지 않겠습니까? (윤 전 총장이)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 내용을 담고 있는 그런 시간인 만큼 후보의 시간도 좀 존중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윤 전 총장의 시간을 존중해달라는 겁니다. 만남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건 아니지만요. 지금 당장은 만날 이유가 없다는 뜻을 에둘러서 말한 셈입니다. 자칫 '친윤' 대 '반윤'의 계파싸움 프레임에 말려들었다가 구태정치 이미지를 덮어쓸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을 테고요.

두 사람은 무대 뒤에서도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이른바 '좌장 쟁탈전'입니다. 둘 모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김병준 국민대학교 명예교수를 잇달아 접촉한 건데요. 김 전 위원장과 김 교수, 두 분 다 야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어르신들입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킹메이커로 통하죠.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김 전 위원장과 만났다고 합니다. 약속된 만남은 아니었고 바깥에서 식사 도중 우연히 마주쳐서 처음으로 인사를 나눴다는군요.

[김병민/윤석열 국민캠프 대변인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김종인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서 여러 가지 해석들이 나오는데 일단 7월 초에 식당에서 조우했다, 라고 하는 건 크게 부인하지 않는 상황인 것 같아요. 우연히 조우했다, 까지 나왔는데. (김종인) 위원장 휴가 끝나고 돌아오면 윤석열 후보도 찾아뵙겠다고 했으니까 두 분의 공개적인 만남 때 물어보시죠.]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윤 전 총장에게 굳이 입당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체 캠프를 중심으로 바깥에서 활동해도 괜찮다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나중에 야권 단일 후보를 선출하면 된다는 구상인 듯한데요.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지난 8일/걸어서 인터뷰 ON) : 윤 전 총장은 윤 전 총장대로 당은 당대로 힘을 키우면 결국 대선 앞두고는 접함접이 생기면서 서로 윈윈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어서 지난 7일 최 전 원장과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김 전 위원장이 "권력 의지가 있느냐"고 묻자 최 전 원장은 "국가를 바로잡겠다는 뜻을 갖고 정치를 하겠다.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합니다.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16일) : 최재형 감사원장이 자기 나름대로 감사원장 재직 시절부터 '내가 한번 정치를 해야겠다'라고 하는 마음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임기도 안 채우고 조기에 감사원장직을 사퇴를 하고 정치선언을 하고 그래도 울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서 급작스럽게 입당을 결심하지 않았나 이렇게 봐요.]

이어서, 김병준 명예교수 대표적인 친노·비문 인사로 꼽히죠.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바도 있습니다. 두 사람은 김 교수도 하루 차이로 만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윤 전 총장이 지난 19일, 최 전 원장은 다음날인 20일이었다고 합니다. 윤 전 총장은 김 교수의 자택을 직접 찾아갔고, 최 전 감사원장은 김 교수의 강연에 참석했다는군요. 최 전 원장이나 윤 전 총장이나 정치 신인들이죠. 부족한 경륜을 채우기 위해 국정 경험과 정치 철학을 갖춘 좌장급 인사 영입에 뛰어들었다는 관측입니다.

오월동주(吳越同舟)라고 해야할까요. 이렇게 기싸움을 벌이다가도 외부의 적 앞에선 한 마음으로 뭉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오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진행했죠.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혐의 유죄 판결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건데요. 둘 모두 현장을 찾아 힘을 보탰습니다.

[윤석열/전 검찰총장 : 중대한 불법이 대법원 최종 확정판결이 난 이상 여기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문 대통령이) 국가의 최고책임자로서 국민들께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재형/전 감사원장 :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뿌리째 뒤흔드는 여론 조작 이거 다시는 있어선 안 되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분명한 입장 표명과 또 유감 표명 나아가선 사과를 안 하신다면, 앞으로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가 없죠.]

최 전 원장은 가족 스캔들 공세 앞에서도 '원팀 의식'을 강조했는데요. 이른바 서울 종로구 건물 외벽에 등장한 '쥴리 벽화'가 화제가 됐죠. 윤 전 총장의 아내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인데요.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온라인상에 도는 루머들이 연도별로 빼곡하게 적혀 있습니다. 최 전 원장은 '쥴리 벽화'를 비난하며 윤 전 총장을 적극 감쌌습니다.

[최재형/전 감사원장 (음성대역) : 정말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저질 비방이자 정치폭력이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이기 때문입니다.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이와 같은 인신공격을 일삼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이런 더러운 폭력을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윤 전 총장과 경쟁할 땐 경쟁하더라도 '기사도'는 지키겠다는 생각인 듯하군요.

오늘은 이렇게 야권의 유력 주자 두 사람 간 '밀당'을 살펴봤습니다. 밀당에서 기선을 제압하고 유리한 고지에 먼저 올라갈 사람은 누가 될까요. 오늘 '줌 인' 한 마디 정리합니다. < 윤·최, 세 대결·좌장 쟁탈전…쥴리 앞에선 한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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