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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집 앞에 개 놀이터가?" 갈 길 먼 '반려견 놀이터'

입력 2020-12-1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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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반려견을 키우는 데에는 책임이 뒤따릅니다. 산책시킬 때도 목줄 채우고, 배변 봉투를 챙겨야 합니다. 반려견 입장에선 자유가 크게 제한되는 만큼 '동물 복지' 차원에서 목줄 풀고 뛰어놀 공간이 있으면 좋겠단 주장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반려견 놀이터입니다. 하지만 내 집 앞은 싫다, 우리 동네는 안된다는 반대에 부딪히기 일쑤입니다.

밀착카메라,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있는 반려견 놀이터입니다.

아무것도 없는데 이게 무슨 놀이터냐네, 사실 지난 달 초 문을 연 지 사흘 만에 다시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주민들의 반대가 컸기 때문인데요.

반려견들이 목줄을 풀고 자유롭게 야외에서 뛰놀 수 있게 한다는 동물복지 차원의 이런 시도가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반려견 놀이터는 교통섬처럼 도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와 사이에 왕복 6차선 도로가 있습니다.

구청은 도로의 차량 소음 때문에 반려견 소리는 들리지 않을 걸로 봤습니다.

주민들 생각은 나뉩니다.

[반대 주민 : 개 짖는 소음이 나올 수도 있고, 배설물이나 이런 것도 나오고 냄새날 수도 있고…주민들이 한 300여 세대 사는데 거의 80~90%가 반대했어요. 임시 운영을 하면 (확정) 운영으로 갈 확률이 있으니까 애초부터 이건 하면 안 된다.]

[최원석/반대 주민 : 오줌 싸는 거 참을 수가 없잖아? 변 보는 거 많이들 그걸 가지고 다니더라고? 우린 반려견을 안 기르다 보니까 몇 번씩 이야기하지만, 혐오 느낀다니까?]

[전지영/찬성 주민 : 소수만 이야기하고 그 앞에 나오셨던 분들도 한 20명 안 돼 보였거든요. 저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서 여기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가보려고 했는데… 임시 개장했을 때도 그분들이 앞에 문을 다 막고 계셔서 한 번도 들어가지도 못하고 끝나 버렸어요.]

그래서 옮겨온 곳.

쫓겨나다시피 한 반려견 놀이터가 새 보금자리를 찾았습니다.

서울 장안교에서 내려오면 중랑천 옆 산책길을 만나는데요.

작은 공터를 활용해 조만간 놀이터 문을 열 예정입니다.

[신지유/서울 장안동 : 이렇게 목줄 하면 움직임이 한정돼 있잖아요? 그런데 풀어주면 막 뛰어놀아요. 풀어놓는 구역이 있는 거 처음 알았어요. 데리고 와야 할 것 같아요.]

서울에서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공공 반려견 놀이터는 단 6곳.

4곳은 큰 공원 안에 있고, 2곳은 한강으로 흘러드는 하천 근처입니다.

서울시도 내심 한강 공원을 활용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하천법이 걸림돌입니다.

하천변에서의 가축 방목과 사육을 금지하고 있는데, 법제처 해석으론 반려견을 위한 운동·휴식 시설인 놀이터는 가축을 방목 사육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구로구의 한강 지류인 안양천변에 있는 반려견 놀이터입니다.

서울에 속한 안양천은 국가하천에 속하기 때문에 이곳도 하천법에 어긋날 수 있는데요.

서울시는 하천법에서 금지하는 가축의 사육과는 내용이 다르지 않냐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 :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까. 시에서는 가축을 방목 사육하는 행위에 반려견을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을 넣었으면 좋겠다, 예외로 인정해달라는 개정안을 건의하고 있는데…]

국회엔 반려견 놀이터를 예외로 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반려견을 둘러싼 갈등은 또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단지 내 광장 등에 반려견 출입을 막았다가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커졌습니다.

견주들은 폭언을 듣고 따돌림까지 당했다고 피해를 호소합니다.

[A씨 : 개XX 치우라고. 뭐 저한테 처녀냐고 하면서 애를 낳아야지,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면 어떻게 하냐. 아니면 강아지 발로 차는 시늉을 하거나. 제가 강아지 변을 치웠는데 옆에 변은 왜 안 치우냐고. 개 키우면 남의 변도 치워야 하는 거 아니냐고…]

[B씨 : 싫어한다고 마냥 쫓아낼 수는 없잖아요. 합의점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고 여전히 반려동물을 가축이다, 더럽다, 이렇게 보면서 배타적으로 하는 거죠.]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외부에서도 반려견을 데려와 민원이 있었다며, 지금은 금지 조치를 풀었다고 밝혔습니다.

누군가에겐 마주치기 꺼려지는 동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반려견이 가족일 수 있습니다.

목줄을 채우고, 배변을 처리해야 한다는 책임도 생겼습니다.

최근엔 노력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죠.

혐오스럽다고 보기보단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VJ : 박선권·최효일 / 영상디자인 : 조성혜 / 인턴기자 : 한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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