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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첫 허가…의료계 "서비스 향상" vs "공공성 약화"

입력 2018-12-05 15:15

"의료산업 자본 투자 늘어 R&D·의료경쟁력 확대" 환영
"건강보험체계 무력화…의료비 상승 유발할 것"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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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산업 자본 투자 늘어 R&D·의료경쟁력 확대" 환영
"건강보험체계 무력화…의료비 상승 유발할 것" 우려

영리병원 첫 허가…의료계 "서비스 향상" vs "공공성 약화"

제주도가 5일 중국 국유 부동산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추진한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허가함으로써 십수년간 논란을 빚어온 영리병원이 이르면 내년부터 진료를 시작할 전망이다. 국내에서 영리병원이 문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도의 이번 결정은 의료계 안팎에서 의료 분야의 새 활로를 개척했다는 주장과 의료 공공성을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맞서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 "영리병원이 의료산업 키울 것…환자선택권 확대 효과도"

영리병원은 외국 자본과 국내 의료자원을 결합해 외국인 환자 위주의 종합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총액의 50% 이상인 외국계 영리병원을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만 허용하고 있다.

그동안 영리병원 도입을 주장해온 측은 새로운 자본 투자가 이뤄지면서 의료서비스 향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기택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의료 분야에서도 다른 산업처럼 회사 형태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투자를 통해 국내 의료 수준을 높이고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길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병원들은 대출을 통한 투자에 의존했기 때문에 병원이 잘못되면 의사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하지만 영리병원은 회사 형태로 자본을 조달하기 때문에 첨단 의료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리병원을 찬성하는 쪽은 "환자 입장에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선택권이 확대된다"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경영진인 한 교수는 "우리 사회에 영리병원 자체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깔려있어 안타깝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영리병원은 기존에 없는 새로운 선택지로 의료서비스의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뱀파이어 효과'로 영리병원 늘 것…의료 공공성 악화·양극화 심화"

반면 영리병원 도입으로 의료 공공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도 거세다.

녹지국제병원을 시작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의료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건강보험체계가 무너지고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녹지국제병원은 이익을 내려는 병원들 사이에 '뱀파이어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한명이 물리면 순식간에 여러 명에게 전파가 되듯 처음에는 경제자유구역에서, 다음에는 전국 곳곳에서 영리병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영리병원은 우리가 가진 보건의료체계 규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며 "의료비를 결정하는 수가와 환자 알선 금지, 의료광고 규제 등 각종 안전장치가 다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영리병원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를 받으면 진찰료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이런 가격 설정은 시간이 흐르면 어떤 식으로든 국내 의료기관의 의료비를 전반적으로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원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건강보험을 거절할 수 없도록 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 유명무실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적 수준에 따라 의료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비싼 치료비를 낼 수 있는 환자들은 영리병원에 가서 첨단 의료서비스를 받지만 가난한 환자들은 이보다 못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도 미국처럼 가난한 사람들만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부자들은 비싼 민간보험에 가입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건강보험으로 누릴 수 있는 의료의 질은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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