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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시달리는 애연가의 증언'…수술받는 고통보다 담배 끊는게 쉬웠다

입력 2016-05-30 14:36 수정 2016-05-30 14:37

미국 증언형 금연캠페인 참가자 방한
40대 중반에 인후암 판정 받아 후두 제거
불편 안고 살아가는 삶…금연 전도사 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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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언형 금연캠페인 참가자 방한
40대 중반에 인후암 판정 받아 후두 제거
불편 안고 살아가는 삶…금연 전도사 자처

'암에 시달리는 애연가의 증언'…수술받는 고통보다 담배 끊는게 쉬웠다


"후두 제거 수술을 받고 나서도 흡연 욕구는 있었다. 그럴 땐 거울을 본다."

션 데이비드 라이트(55)씨는 목 안쪽으로 손을 지그시 올린 채 말했다. 멀리서 봐도 그가 언제 말을 시작할지 알아챌 수 있다. 후두가 없는 그로서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목 위쪽을 눌러 공기가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후두를 대신하는 음성 보철물이 후두를 대신해 진동을 일으켜 소리를 낸다. 그의 목소리는 탁하고 진동이 심했다. 그나마 의료기기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대화를 나눌 수 없다.

라이트씨는 "벌써 7년이나 됐기 때문에 몸에 익었지만 여전히 힘든 점이 많다"며 "하지만 수술을 받는 고통에 비하면 담배를 끊는게 더 쉬웠다"고 말했다.

미국이 지난 2012년 시작한 증언형 금연캠페인 '과거 흡연자로부터의 조언(Tips from former Smokers)'의 참가자인 라이트씨는 40대 중반 인후암 판정을 받았다.

30년 이상 담배를 피워온 그는 이후 3년간 38가지 이상의 방사능 치료와 회복기간을 통해 금연에 성공했지만 후두를 잃었다. 14살부터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부모 몰해 매일 한 갑 반 이상 피워온 담배는 그의 삶을 바꿔놓은 것이다.

라이트씨는 아직도 매 3개월마다 후두를 대신하는 음성 보철물을 교체하지 않으면 물을 마시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수술을 받기 전 아마추어 밴드에서 보컬로 활약했던 그는 더 이상 무대 위에 오를 수 없게 됐다. 수술 후 복직한 이후 주 4일로 근무시간도 줄였다.

그는 코로 숨을 쉬지 않는다. 목에 뚫린 개구(開口)가 그의 숨구멍이다. 침을 뱉거나 가래가 끓을 때도 이곳, 개구를 통해 처리한다. 라이트씨는 "잠을 잘 때도 항상 목에서 불편함이 느껴진다"며 "코로 숨 쉬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고통스러웠지만 그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한 삶을 택했다. 그는 지난 2012년 증언형 금연캠페인에 참가한 이래 미국 내 참전용사, 청소년 등을 위한 다양한 금연 홍보활동들을 추진하고 있다.

라이트씨가 출연한 광고는 케이블 채널, 옥외광고, 잡지 등은 물론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미국 내에 소개되고 있다.

미국내 다양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증언형 금연캠페인이 시작된 이래 164만명이 추가적인 금연시도에 나서면서 금연시도율이 12% 높아졌고 470만명의 비흡연자들이 흡연자에 금연을 권하는 등 금연권고율도 2배 높아졌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1만7000명의 조기사망 예방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질병관리본보(CDC)측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최소 50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금연을 시도했고, 이 중 40만 명의 흡연자들이 금연에 성공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라이트씨는 개인적으로도 주변 직장동료들에게도 금연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직장동료 4명이 금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 기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망설임도 있었다. 라이트씨는 "처음 캠페인에 참여 했을 때는 세상에 제 목에 있는 개구를 보여주는 데 부담이 있었다"며 "하지만 제가 겪는 경험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깨끗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기여한다는 데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제가 가진 자존심의 문제보다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라이트 씨는 3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제29회 세계 금연의 날 기념식' 참석차 이번에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국내에 흡연 피해에 대한 경고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그는 "흡연이 지금 제가 일상적으로 겪어야 하는 일들을 유발하는지 알았다면, 담배를 절대 피우지 않았을 것"이라며 "건강을 위해 제일 중요한 일이 있다면 담배를 끊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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