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나흘 후의 상봉을 손꼽아 기다리던 이산가족들은 허탈감에 빠졌습니다. 그 서운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정진우 기자입니다.
[기자]
[장춘/82세/이산가족 : 아니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더니만 오늘 아침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것 같아요.]
63년 만에 고향 함경북도 경성에 두고 온 동생들을 만나는 꿈에 부풀어 있던 82살 장춘 할아버지. 상봉을 나흘 앞두고 날아든 날벼락 같은 소식에 어쩔 줄 몰라합니다.
[장춘/82세/이산가족 : 63년 만에 만날 기회마저 없어져버리고….]
장 씨는 얼마 전 중국 브로커를 통해 전달 받은 동생의 사진과 편지를 꺼내 보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가족도 마음이 아프긴 마찬가지.
[김옥순 할머니/장춘 할아버지 부인/경기도 남양주시 : 요새 엄청 들뜨셨어요. 로또 복권 맞은 것 같다고 하고, 나가셔서 자랑도 하고.]
아흔 두 살 강능환 할아버지도 북에 두고 온 아들에게 주려고 산 초콜릿, 영양제, 샴푸 같은 선물을 꺼내두고 허탈해 했습니다.
[강능환/92세/이산가족 : 아들이 이북의 가족들에게 선물할 것을 여러 가지로 준비해놨습니다.]
이제 이산가족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이번 상봉 대상자 중 한 명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건강 악화로 상봉을 포기한 사람도 세 명이나 됩니다.
실낱 같은 희망마저 끊어진 이산가족은 혹시나 북의 가족에게 전달될까, 영상 편지를 띄워 봅니다.
[장춘/82세/이산가족 : 아우야, 만날 날이 있겠지. 우리 서로 만날 때까지 열심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