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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여지책? 정치권 압박?…한 번 떠난 총리 유임 배경

입력 2014-06-2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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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전례가 없는 총리 사표수리 번복이라고 현 상황을 정리해드렸는데, 이 상황을 청와대 출입하고 있는 남궁욱 기자와 함께 조금 더 짚어보겠습니다.

남궁욱 기자! 정홍원 총리는 반응이 어땠습니까?

[기자]

예, 오늘(26일) 청와대 발표 직후에 총리실 간부회의를 주재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고사를 했는데 대통령이 '국정 공백이 길어지면 안 된다'면서 간곡하게 당부해서 새로운 각오로 임하기로 했다" 이렇게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고사하다가 마지 못해 다시 돌아왔다는 건데, 새로운 각오로 임한다고는 합니다만 한 번 사퇴 했던 총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오더군요.

[기자]

그 부분에 대해 정부 내에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지금 보시는 게 박근혜 대통령이 내놨던 공식 공약집인데요, 여기 보시면 총리에게 사실상 국무회의를 맡기는 건 물론이고 정책조정이랑 정책주도 기능을 대폭 부여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책임총리제'가 현 정부가 지향하는 바란 얘기가 나왔던 건데요.

한 번 떠났던 총리가 과연 이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 이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특히나 이번 개각이 세월호 개각이고 그 과정에서 새 총리에겐 더 많은 권한을 준다고 발표가 됐던 상황인데, 그 권한이 세월호 책임지고 물러나려던 정홍원 총리에게 주어지게 됐군요.

[기자]

그게 가장 황당한 대목인데요.

세월호 참사 이후에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서 국가안전처를 신설해서 국민 안전을 종합적으로 책임지겠다, 인사혁신처를 만들어 공직사회를 개혁하겠다 이렇게 약속했는데요.

두 곳 모두 총리실 산하에 두겠다 이렇게 밝혀서 총리에게 큰 힘을 실어 줬습니다.

그리고 그 늘어난 권한을 수행할 적임자라면서 안대희 전 후보자나 문창극 전 후보자를 지명했던 거고요.

하지만 결과적으론 이렇게 세월호 참사 때문에 늘어나게 된 권한을 세월호 참사 구조 실패의 실질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총리에게 되돌려주는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앵커]

그렇게 될 거란 걸 박근혜 대통령이 몰랐을 리는 없을 테고, 청와대 주변에선 왜 대통령이 이런 선택을 했는가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나온다면서요?

[기자]

일단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는 "정말로 사람이 없었다"라는 '불가피론'입니다.

문창극 전 후보자가 그만둔 지야 이틀밖에 안 지났지만, 총리감을 찾아온 건 처음으로 안대희 전 후보자를 지명했을 때부터 쉬지 않고 해왔던 일인데요.

그 과정에서 검증을 통과할 법한 사람들조차 "가족들이 '괜히 언론의 검증 받다가 패가망신한다' 이러면서 반대한다"면서 모두 고사를 해서 도저히 시킬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을 쓴 거다 이런 주장을 하는 참모들이 많습니다.

[앵커]

하지만 역대 정부들도 모두 비슷한 처지였는데도 이런 선택을 하진 않았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정치적 함의가 담겨있는 것 아니냐', '이번 유임 카드 자체가 또 다른 메시지인 것 아니냐' 이런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메시지라고 하면 어떤 걸까요?

[기자]

대통령이 지명해도 '국회가 인사청문회조차 안 열어주는 현행 인사제도 아래선 제대로 된 대통령의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런 메시지를 정 총리 유임 카드를 통해 정치권에 내놨다는 분석인 겁니다.

[앵커]

그런데 명확히 하자면 이번에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은 것은 청와대가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도 사실이지 않습니까? 물론 형식 논리일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기자]

물론 그렇습니다.

실제로 보수 세력 중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 동의안을 내지 않은 부분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오늘 아침 여당에서도 인사청문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일제히 쏟아낸 것 같은데,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인사청문제도를 강화한 것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로 있던 한나라당이었다는 지적도 나오고요. 야당에선 사람을 잘못 내놓고 왜 제도 탓이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국무총리 인사 청문회가 도입된 건 2000년이고요, 그 인사청문회의 범위를 국무위원, 그러니까 장관까지 확대한 건 2005년의 일인데요.

당시 야당이던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이렇게 함으로써 대통령의 인사권한을 견제해야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서 도입된 것이고요.

당시 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었습니다.

당연히 제도 도입된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내려보내는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한나라당은 혹독한 현미경 검증을 실시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야당에선 여당을 향해서 "왜 야당일 때랑 말이 다르냐. 검증 통과할 후보를 보내면 되는 거 아니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겁니다.

[앵커]

네, 남궁욱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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